2025년 쿠팡의 연간 매출은 49조1197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12월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하며 균열이 생겼다. 하지만 쿠팡을 제외한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줄줄이 두 자릿수 매출 감소를 기록하면서 이커머스업계가 쿠팡에 밀려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음을 볼 수 있었다.
오프라인 진영의 충격은 더 직접적이다.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기업회생절차 이후 전국 15개 점포를 순차적으로 폐쇄했다. 전체 대형마트 시장이 역성장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 전반에 구조 재편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두 곳이 있다. 올리브영과 다이소다.
올리브영, 체험이 온라인을 이긴다
CJ올리브영의 2025년 별도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8% 증가한 5조8334억원을 기록했다. 전국에 1371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이 이커머스 전성기에 이 숫자를 낸 건 단순한 선방이 아니다.
올리브영의 전략은 매장을 판매 공간에서 경험 공간으로 재정의하는 데서 출발했다. 2024년 11월 문을 연 올리브영N 성수에서는 개인 두피와 피부에 맞는 스킨케어법을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고, 매장에 상주하는 뷰티 전문 컨설턴트가 맞춤형 메이크업 서비스도 제공한다. 앱에서는 살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은 적중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수요가 이 전략에 날개를 달았다.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 매출에서 외국인 비중은 2022년 2%에서 2023년 11%, 2024년 21%로 매년 가파르게 올랐다. 2025년에는 28%까지 뛰어올랐다.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가 방한 외국인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은 결과다.
온라인 채널도 키우되 오프라인이 그 기반이 되는 구조도 구축했다. 전국 1370여 개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온라인 주문 후 1시간 내 제품을 수령할 수 있는 '오늘드림'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현재 온라인 배송 건수 중 절반가량이 오늘드림을 통해 소화된다. 매장이 물류센터가 되고, 오프라인 고객이 온라인 구매자로 전환되는 선순환이다.
다이소, 고물가 시대의 수혜자
다이소의 성공 공식은 다르다. 경험보다 가격이다. 고물가·소비 위축이라는 거시 환경 자체가 성장 동력이 됐다.
아성다이소의 2024년 매출은 3조96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1.8% 급증한 371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9.35%로, 쿠팡(1.46%) 보다 훨씬 앞선 수치다. 업계에서는 2025년 매출이 4조원대 중반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다이소는 뷰티 카테고리가 성장의 핵심이었다. 2024년 말 기준 다이소 뷰티 브랜드는 60개, 상품 수는 500개를 넘는다. 2023년 말 26개·250여 종에서 두 배 이상 늘었고, 2024년 뷰티 매출 신장률은 144%를 기록했다. 2025년에도 약 70% 증가세가 이어졌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소비층이다. 2025년 다이소 화장품 카테고리에서 40대 매출 비중이 27%로 가장 높았고, 30대(25%)가 뒤를 이었다. '젊은 세대의 놀이터'로만 봤던 시각과 다른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애경산업 등 대기업들도 다이소 전용 상품을 개발해 입점하기 시작했다. 유통 채널의 힘이 제조사를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경쟁력
올리브영과 다이소는 서로 다른 전략을 택했지만 공통점이 있다. 온라인이 복제하기 어려운 가치를 오프라인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올리브영은 큐레이션과 체험, 다이소는 오프라인에서 주는 가격과 폭넓은 상품군의 경험이다. 이 두 가지는 모바일 화면에서 충족되기 어렵다.
올리브영은 이 전략을 해외로 확장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블루밍턴에 현지 첫 물류 거점인 '미국 서부센터'(약 3600㎡)를 구축했고, 오는 5월 패서디나에 미국 1호 오프라인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8월에는 세포라 온·오프라인 채널에 K뷰티 존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에서 검증한 체험형 오프라인 전략을 미국 시장에서 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형마트 입점 중소기업 10곳 중 3곳이 이커머스 성장으로 오프라인 매출이 감소했다고 인식하는 상황에서, 이 두 기업의 성공은 오프라인 유통의 가능성을 다시 묻게 만든다. 공간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공간이 무엇을 팔고 어떻게 경험을 설계하느냐가 생사를 가른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