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플랫폼 경제에서 '편리함'은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하지만 그 편리함이 누군가의 안전을 파괴하는 도구가 된 순간, 플랫폼은 '서비스'가 아닌 '위협'이 된다.
최근 발생한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보복대행 조직' 사건은 우리 사회 플랫폼 기업들이 간과해온 성장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아날로그적 침투'에 무너진 디지털 보안망
이번 사건에서 대중을 가장 경악게 한 것은 범행의 '지독한 아날로그성'이다. 보복대행 조직의 총책 30대 정 모 씨 일당은 고난도의 해킹 기술을 쓰지 않았다. 조직원을 외주 고객센터 상담사로 '직접 위장 취업'시키는 대담하고도 원시적인 방식을 택했다.
디지털 보안 장벽을 높이는 데 수천억 원을 쏟아붓는 동안, 정작 '사람'이 드나드는 뒷문은 활짝 열려 있었던 셈이다. 범죄 조직원은 상담사라는 합법적인 권한을 얻어, 클릭 몇 번으로 이용자들의 상세 주소와 현관문 비밀번호, 주문 이력을 훑을 수 있었다. 한 명의 악의적인 내부자가 1000건의 고객 정보를 무단 조회할 때까지 기업은 인지하지 못했다.
데이터 유출을 넘어 '물리적 범죄'의 도구가 된 주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유출된 정보가 실제 물리적 테러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스팸 문자가 늘어나는 수준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화가 났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지불해 타인의 거주지를 파악하고, 현관문에 오물을 뿌리거나 래커로 욕설을 남기는 '사적 보복'에 배민의 데이터가 연료 역할을 한 셈이다.
특히 1인가구 비중이 높은 배달 앱 특성상, 상세 주소는 개인의 생명과 직결된 가장 민감한 정보에 해당한다. 내가 믿고 알려준 내 집의 위치가 나를 공격하는 좌표가 되어 돌아온 이번 사건은, 소비자들에게 '플랫폼이 나를 범죄의 타겟으로 만들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줬다.
편리함을 위해 선택했던 앱이 역설적으로 나의 안식처를 가장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예고된 비극, 배민만의 문제인가
또 다른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은 비단 배민 한 곳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수많은 플랫폼 기업에 카드정보를 비롯해 주소, 공용현관 비밀번호 등 내밀한 정보를 저장해두는 것이 특별하지 않은 시대다. 이런 가운데, 플랫폼 기업들은 상담 업무를 외주화하고,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범죄 조직원이 어느 플랫폼의 상담원이 되어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구조다.
결국 '사람에 의한 테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 플랫폼은 없다. 플랫폼이 단순히 사과에 그치지 않고, 내부자의 비정상적 정보 조회를 원천 차단하는 기술적·관리적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1인가구는 계속해서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