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지역에 머무는 조건, ‘일자리’보다 중요한 ‘삶의 질’
청년이 지역에 머무는 조건, ‘일자리’보다 중요한 ‘삶의 질’
  • 김자영
  • 승인 2026.04.0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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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 전국 229개 시군구 대상 ‘청년친화지수’ 분석
수도권 유입 청년 32.8%, 2년 내 다시 고향 떠나는 ‘U턴’ 현상
정착의 핵심은 주거·복지(Life)와 문화·여가(Fun) 인프라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청년들을 지역에 정착시키기 위한 해법으로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일자리만으로는 청년들의 발길을 붙잡기에 역부족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청년의 지역 이동과 정착: 일-삶-락-연 기반의 청년 친화 지수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이 특정 지역에 정착을 결정짓는 데에는 일자리보다 주거 환경과 문화적 즐거움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삶-락-연’, 청년 정주 여건의 4대 핵심 지표

보고서는 청년들의 정주 여건을 분석하기 위해 일(Work), 삶(Life), 락(Fun), 연(Engagement) 등 4개 분야로 구성된 ‘청년친화지수’를 개발했다.

분석 결과, 비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 중 약 32.8%가 2년 이내에 다시 수도권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들이 지역을 선택하는 초기 원인의 45.5%는 ‘직장’이었으나, 정작 해당 지역에 정착하게 만드는 힘은 주거·복지 인프라를 뜻하는 ‘삶(Life)’과 여가 문화를 의미하는 ‘락(Fun)’ 지수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즉, 일자리가 있어도 생활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청년들은 다시 짐을 싼다는 의미다.

정주 여건 우수 지역, 수도권 인접 도시들 상위권 차지

이번 지수 분석에서 전국 229개 시군구 중 정주 여건이 우수한 상위 지역으로는 안산시(종합 5위), 부천시(종합 8위), 인천 미추홀구(종합 9위) 등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상위권 지역들은 공통적으로 ‘삶(Life)’과 ‘락(Fun)’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청년들이 단순히 경제적 활동뿐만 아니라 집 근처에서 누리는 생활의 편의성과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지역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사회적 관계망인 ‘연(Engagement)’ 지표 역시 청년들이 지역 공동체에 소속감을 느끼고 정착하는 데 중요한 심리적 기제로 작용하고 있었다.

정책의 패러다임, ‘기업 유치’에서 ‘정주 환경 개선’으로

산업연구원은 청년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기존의 일자리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언한다. 일자리 공급(Work)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 내에서도 충분한 즐길 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청년 친화 지수가 낮은 지역일수록 청년들이 지역 사회와 관계를 맺고정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중심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지역별 특성에 맞춘 정주 여건 개선이 지방 소멸 대응의 실질적인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들의 지역 ⓒGettyImages
청년들의 지역 이동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