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더 이상 인구를 늘리는 데 정책의 중심을 두지 않겠다는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6년 4월 발간한 '축소사회를 전제로 한 일본의 지방창생 2.0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25년 ‘지방창생 2.0’을 통해 인구 감소를 전제로 한 지역 정책을 본격화했다.
일본은 2009년 이후 인구 감소가 이어지고 있으며, 2070년에는 전체 인구가 현재보다 약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처럼 인구 유입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이번 정책 변화에서 눈에 띄는 점은 ‘어떤 조건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가’에 대한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일자리와 생활환경을 동시에 개선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가족 단위 정착을 전제로 한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개인이 스스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중요하게 보는 흐름으로 읽힌다. 안정적인 소득, 의료·편의시설 접근성, 주거 안전성 등 기본적인 생활 조건이 지역 선택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 역시 ‘청년과 여성에게 선택받는 지역’을 정책 목표로 설정하면서, 개인 단위의 정주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주하지 않아도 이어지는 ‘관계인구’
이와 관련해 ‘관계인구’ 개념이 주요 변화로 제시된다. 이는 특정 지역에 상주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활동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주말 체류나 원격근무 기반의 단기 거주, 지역 커뮤니티 참여 등이 이에 포함된다. 기존에는 주민등록상 거주 여부가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생활과 활동 범위까지 포함해 지역과의 연결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직장과 주거, 생활 공간이 분리되는 개인 중심 생활 방식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완전 이주’보다 ‘나눠 사는 방식’
일본은 ‘두 지역 거주’ 정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도시와 지방을 오가며 생활 거점을 나누는 방식이다.
이는 한 지역으로 완전히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과 생활을 분리해 운영하는 형태다. 기존 정책이 이주 여부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생활 거점을 어떻게 나누는지에 더 주목하는 변화다.
인구 규모보다 ‘생활 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26년 기준 51.1%로 비수도권을 넘어섰고, 소멸위험 지역도 전체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청년층의 이동 이유는 취업과 교육이 중심으로 나타나 일본과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역 간 인구 격차는 더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에 이번 일본 사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인구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개인이 실제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1인가구 증가 흐름과도 맞물려 해석할 수 있다. 혼자서도 생활이 가능한 지역일수록 선택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점차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