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벚꽃은 일찍 왔다. 서울 기준 4월 3일 개화한 벚꽃은 지난 주말 절정을 맞으며 여의도와 석촌호수 일대로 수백만 명을 불러모았다. 풍경은 여느 해와 비슷해 보였지만, 데이터 속 사람들의 행동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나들에 스마트폰은 필수
SK텔레콤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석촌호수와 여의도 축제 지역에서 사용된 모바일 데이터는 총 44.9TB에 달했다. 이전 주말 대비 1.5배 수준이다. 사진 약 898만 장을 전송하거나, 1080p 영상을 1만7960시간 연속 스트리밍할 수 있는 양이다.
트래픽이 가장 많았던 날은 토요일인 4일로, 석촌호수 15.91TB, 여의도 7.3TB를 기록했다. 여의도는 오히려 일요일인 5일(8.5TB)이 더 많았다. 앱별로는 유튜브가 가장 많은 트래픽을 차지했고, 인스타그램, 네이버, 페이스북 순으로 이어졌다. 벚꽃을 찍고, 올리고, 검색하는 행위가 축제 현장의 또 다른 풍경이 됐다는 얘기다.
연령대별로도 흥미로운 차이가 나타났다. 방문객 비율은 50대 이상이 31%로 가장 높았지만, 데이터 사용량은 20대가 29%로 1위였다. 실제로 나온 사람은 중장년층이 더 많았지만, 기록하고 공유하는 데 가장 적극적인 건 20대였다는 것이다.
"가고는 싶은데 사람은 싫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가 전국 만 19~39세 7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벚꽃 나들이 계획에 대해 "혼잡은 피하고 싶지만 벚꽃은 즐길 계획"이라는 응답이 40.6%로 가장 많았다. 적극적으로 명소를 찾아가겠다는 응답은 8.9%에 그쳤고, 아예 외출을 피하겠다는 응답도 17.3%였다.
벚꽃을 포기하기는 아깝고, 인파 속으로 뛰어들기도 부담스러운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나들이의 가장 큰 부담 요인 1위는 '인파로 인한 혼잡'(37.9%)이었고, 교통 체증 및 주차 문제(20.7%), 카페·외식 물가 부담(18.3%)이 뒤를 이었다. 지출 수준은 "평소와 비슷"하다는 응답이 절반이 넘는 51.6%였다. 계절 이벤트가 특별한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음원 차트도 봄을 탔다
봄 나들이 풍경이 달라진 건 거리만이 아니다. 음악 소비 방식도 변하고 있다. 음악 플랫폼 플로(FLO)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벚꽃 시즌 차트는 특정 곡이 독주하던 과거 패턴에서 벗어나 시대와 세대를 넘나드는 다층적 소비 구조로 재편됐다.
이 흐름의 중심에 도경수의 '팝콘(Popcorn)'이 있다. 도경수 미니 3집 '성장'의 수록곡인 이 노래는 약 2년 만에 플로 차트 1위에 오르는 역주행에 성공했다. '결혼식 신랑 입장곡'으로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벚꽃 시즌과 웨딩 시즌이 겹치는 4월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며 빠르게 확산됐다. 플로 데이터 기준으로 4월 3일 10위권에 진입한 뒤, 6일 23시 차트 정상에 올랐다.
전통적 봄 시즌송도 여전히 건재했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은 지난 주말 플로 차트 최고 16위까지 반등했고, 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도 차트에 재진입했다. 루시의 '개화'와 볼빨간사춘기의 '나만, 봄'은 1020세대를 중심으로 순위가 급등했다. 역주행 곡, 정통 시즌송, 세대별 취향이 하나의 차트 안에 공존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외국인도 벚꽃 나들이, 범위는 더 넓어졌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벚꽃 여행 반경도 넓어지고 있다. 여행 플랫폼 클룩(Klook)에 따르면, 올해 3월 전월 대비 지역별 벚꽃 관련 상품 트래픽이 충청 360%, 경상·부산 182%, 경기·서울 167%, 제주 125%, 강원 91% 순으로 증가했다. 서울·수도권보다 충청, 경상 권역에 대한 관심 증가폭이 더 컸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부산·경주 벚꽃 투어 트래픽이 172% 증가했고, 부천 벚꽃·진달래 투어(89%), 안면암 벚꽃 투어·태안 튤립 축제(25%) 등 수도권 외 지역 상품에 대한 관심이 고르게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