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우유 소비량이 40년 만에 최저를 찍었다. 같은 기간 귀리음료와 아몬드음료는 편의점 냉장고 앞줄을 차지했다. 맛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이 식물성 음료 시장을 바꿔놓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식물성 음료 시장은 2018년 5221억원에서 2023년 6769억원으로 성장했다. 업계는 2026년 1조원 돌파를 전망한다.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다. 세계 식물성 음료 시장 규모는 2026년 243억6000만 달러(약 3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7.5%로 전체 식품 산업 성장률을 크게 웃돈다.
국내 대체음료 시장은 세계 8위다. 식품산업통계정보(FIS)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시장 규모는 약 6억9000만 달러(약 824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흰 우유가 밀린 이유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1997년 31.5kg에서 2025년 25.9kg으로 18% 감소했다. 2024년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9.5% 줄어 4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 감소의 원인 중 하나는 유당불내증이다. 흰 우유를 마시면 속이 불편한 소비자들이 식물성 대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여기에 저당·저칼로리·고단백을 동시에 충족하는 제품을 찾는 헬시플레저 소비자들이 식물성 음료 시장의 새로운 주요 고객층으로 올라섰다.
식물성 음료 시장, 왜 성장하나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는 건강 관리를 즐겁게 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참아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맛있고 즐거운 방식으로 건강을 챙기겠다는 소비 태도다. 이 관점에서 식물성 음료는 여러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제품이다. 유당이 없어 소화 부담이 없고 귀리음료의 경우 식이섬유 베타글루칸을 함유햇으며, 포화지방도 일반 우유보다 낮다.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 문정훈 교수는 2026 식품외식산업 전망 발표에서 2030 소비자 사이에서 혈당 관리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음료 중에서는 두유가 혈당 상승폭과 속도가 가장 완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성 음료가 혈당 관리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건강 음료로서 인지도가 높아진 셈이다.
단백질 수요도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RTD(즉석 음용) 단백질 음료 시장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연평균 81% 성장해 1245억원 규모에 달했다. 글로벌 성장률 10%를 압도하는 수치다.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비건 단백질 라인업도 이 흐름을 타고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귀리음료 시장 '주목'
귀리음료의 성장은 특히 두드러진다. 카페 확산이 결정적이었다. 오트밀크는 식물성 음료 중 우유에 가장 가까운 질감을 내고 라떼 아트가 가능할 수준으로 거품이 살아난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오트밀크 옵션을 도입한 이후 한 달 만에 20만잔이 팔렸다.
카페에서 접한 오트라떼는 홈카페 수요로 이어졌다. 매일유업 어메이징 오트는 2021년 9월 출시 이후 약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2000만팩을 넘겼다. 2023년 말 기준으로는 3700만팩에 달한다. 매일유업은 두유, 아몬드브리즈, 어메이징 오트를 포함해 17종의 식물성 음료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매일유업은 2025년 실적 발표에서 발효유와 식물성 음료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호조로 매출이 성장했다고 밝혔다.
'웰빙' 식품업계 트렌드가 됐다
매일유업은 2025년을 종합 식음료·웰빙 기업으로 전환하는 원년으로 삼고 저속노화·혈당 관리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 신제품을 집중 투입했다. 같은 해 7월 출시한 매일두유 렌틸콩은 출시 1주일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 업계는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소비로 직결된 사례로 평가한다.
남양유업은 2025년 경영 키워드를 저당·제로·초고단백으로 잡고 전 제품 라인에 건강 기능을 강화했다. 풀무원과 CJ제일제당도 식물성 전문 브랜드 지구식단과 플랜테이블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편 이제 소비자들이 식물성이라는 딱지 이외에도 실제 영양 성분과 혈당 반응, 성분표를 꼼꼼히 살피는 시대가 됐다.
초기 유행을 타고 급성장한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제품력으로 승부를 가려야 하는 국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