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단독주택은 옛말…'귀촌도 아파트로' 새 공식
시골=단독주택은 옛말…'귀촌도 아파트로' 새 공식
  • 김영호
  • 승인 2026.04.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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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강릉 등 자연+인프라 지역에 대단지 공급…은퇴세대·1인가구 관심

"전원생활은 곧 단독주택"이라는 오래된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공기 좋은 시골을 찾아가되, 주거 형태는 익숙한 아파트를 택하는 이른바 '귀촌형 아파트'가 주거 트렌드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숫자가 이를 뒷받침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5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촌 시 거주지 유형 가운데 아파트 비중은 42.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전원생활의 대표 주거 형태로 인식돼 온 단독주택보다 1.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해당 조사는 최근 5년간(2020~2024년) 귀농·귀촌한 60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과거 귀촌은 도시를 떠나 한적한 마을에 단독주택을 짓거나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난방비·방범·유지관리 부담을 줄이면서도 자연을 가까이 두고 싶다는 수요가 커지며, 전원주택 대신 대단지 아파트를 고르는 가구가 늘고 있다.

경기 가평과 강원 강릉처럼 자연환경과 생활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공급이 잇따르는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귀촌 인구의 세대 구성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가 공동 발표한 '2024년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귀촌 가구는 31만8658가구, 귀촌 인구는 42만2789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4.0%, 5.7% 증가했다.

2021년 이후 3년 만의 반등이다. 연령별로는 30대가 23.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증가폭(8.4%) 역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귀촌인 평균연령은 43.1세이고, 20~30대가 46.9%에 달했다.

귀촌 사유로는 직업(32.0%), 주택(26.6%), 가족(24.2%) 순이 집계됐다. '자연 속 전원생활'보다 실용적 이유가 귀촌을 이끌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5년간 도시 출생 귀촌인의 비중이 48.7%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수요층일수록 귀촌 이후에도 일정 수준의 주거 편의성과 기반시설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단독주택이 주던 '마당'의 매력은 테라스형 아파트, 저층 필로티 구조 등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과거 다뤄 온 서울 1인가구 월세 흐름이 '도심 집중'을 보여준다면, 이번 귀촌 아파트 흐름은 그 반대편인 '탈도심 실용주의'를 보여준다.

다만 귀촌 아파트 선택 이후의 현실도 살펴야 한다. 최근 5년 이내 귀촌인 중 3년 내 도시로 재이주한 비율은 77.3%에 달한다. 귀촌 5년차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4215만원으로, 도심 생활 대비 소득 기반이 얇아지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단지 규모가 클수록 공용 관리비가 분산돼 유리하지만, 의료·교육·생활 편의시설이 도심만큼 촘촘하지 않은 지역은 실제 거주 만족도가 기대와 다를 수 있다.

외곽 신축 아파트는 수요가 특정 계절(휴가·세컨드하우스 시즌)에 몰리는 경우가 많아, 실거주와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섞인 단지는 입주 이후 분위기 변화가 클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은퇴 이후 주거지를 고민하는 50·60대뿐 아니라 재택근무가 익숙해진 30·40대 1인 가구에게도 귀촌 아파트는 점점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어디에 사느냐'만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해지는 시대, 자연과 아파트라는 언뜻 어색한 조합이 가장 먼저 답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경기 가평·강원 강릉 등 자연 입지 지역에 대단지 아파트 공급이 이어지면서 귀촌 주거의 새 패턴이 자리잡고 있다 (이미지=폴리네이션 AI 생성)
경기 가평·강원 강릉 등 자연 입지 지역에 대단지 아파트 공급이 이어지면서 귀촌 주거의 새 패턴이 자리잡고 있다 (이미지=폴리네이션 AI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