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 프리랜서 디자이너, 플랫폼 노동자. 소속된 곳 없이 일하는 청년 긱워커들은 그간 제도권 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근로소득 증빙이 어렵고 재직기간 조건을 충족하기 힘들어 은행 문턱에서 번번이 막혔다.
4월 27일 금융위원회 제4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KB금융지주가 청년 배달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긱워커 미소금융' 파일럿 프로그램 도입을 밝혔다. 배달용 이륜차(오토바이·스쿠터·전기자전거) 구입 자금을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하는 소액대출 상품이다. 친환경 이륜차에는 금리 우대 혜택이 붙는다.
이 상품의 핵심은 기존 대출 심사 기준을 우회한다는 점이다. 별도의 소득 증빙이나 재직기간 요건 없이 신청 가능한 구조로, 서민금융진흥원과 협업해 운영된다. 현재는 파일럿 단계다.
긱워커에게 이륜차는 생산도구다. 배달 라이더로 수입을 올리려면 오토바이나 전동킥보드부터 마련해야 하는데, 초기 자금 조달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신용카드 한도가 부족하거나 대부업을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번 긱워커 미소금융은 이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KB는 단순 자금 지원에서 끝내지 않고, 성실 상환자가 이후 정식 은행권 대출(KB징검다리론)로 이어질 수 있도록 '크레딧 빌드업' 경로도 함께 운영한다.
긱워커도 사업자면 한도 3000만원까지
이날 금융위가 함께 발표한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도 긱워커에게 적용 가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업자번호를 가진 긱워커라면 새로 신설되는 개인사업자 전용 사잇돌대출을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사잇돌대출은 근로소득자 기준으로 심사해 플랫폼 종사자처럼 소득이 불규칙한 자영업자는 한도를 낮게 받거나 아예 거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새 상품은 업력·매출액·사업체 국민연금 납부이력 등 사업자 특화 정보를 활용해 심사하고, 한도 상한을 기존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인다. 연간 최대 1500억원 공급이 목표다.
금리 조건도 바뀐다
사잇돌대출 전반에 걸쳐 금리 인하도 예고됐다. 금융위는 공급 대상을 신용 하위 20~50%인 중신용자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적격 공급요건을 바꾸고, 서울보증보험 보험료율을 낮춰 금리가 최대 5.2%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카드사·캐피탈사 등 여전업권도 사잇돌대출 취급 기관에 새로 포함돼 접근성이 넓어진다.
민간중금리대출도 금리요건 산식을 손봐 업권별 금리 상한을 최대 1.25%포인트 낮춘다. 올해 중금리대출 전체 공급 목표는 31.9조원으로, 지난해보다 1.1조원 많다.
빚에 짓눌린 청년 긱워커에겐 채무 감면도
이미 연체 상태에 빠진 청년이라면 KB는 올 3월 5년 초과 미수이자 채권을 전액 소각한 데 이어, 만 34세 이하 청년의 5년 초과 연체채권에 대해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한다. 이번 조치로 약 1.2만명, 2785억원 규모의 채무가 정리될 것으로 KB는 예상했다.
채무 조정과 심리상담을 함께 제공하는 KB희망금융센터는 현재 수도권 2곳에서 4월 중 지방 4곳(부산·대전·대구·전주)을 추가해 6개로 늘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