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줌인] 철옹성 SNS 시장 뚫은 2초의 힘…Z세대는 왜 ‘셋로그’에 올라탔나 
[트렌드줌인] 철옹성 SNS 시장 뚫은 2초의 힘…Z세대는 왜 ‘셋로그’에 올라탔나 
  • 김다솜
  • 승인 2026.05.0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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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싸이월드도 못한 시장 안착…무보정 일상으로 승부수
‘보여주기식’ 피로감 덜어낸 날것의 기록…24시간을 브이로그로
알고리즘에 뺏긴 시간 되찾고 소수 정예와 정서적 유대감 강화 
플레이스토어 셋로그 캡쳐화면
플레이스토어 셋로그 페이지 캡쳐화면

인스타그램과 엑스(X, 구 트위터) 등 글로벌 IT 공룡들이 장악한 SNS 시장은 그동안 신규 서비스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철옹성’으로 여겨졌다. 

한때 음성 기반의 클럽하우스가 초대장 열풍을 일으키며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수평적 소통의 부재와 이용자 피로감으로 인해 동력을 잃었고, 국민적 기대를 모았던 싸이월드 역시 모바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데 실패했다. 

이같은 실패의 기록 속에서 최근 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셋로그(SETLOG)의 돌풍은 이례적이다. 기존 SNS가 제공하지 못한 ‘무보정의 연결’과 ‘기록의 편의성’이 견고했던 시장의 틈새를 정교하게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말 출시된 셋로그는 1시간마다 약 2초 분량의 영상을 촬영해 최대 12명의 친구와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SNS다. 알람이 울리면 사용자는 그 순간의 풍경이나 자신의 모습을 짧게 촬영해 업로드한다. 이때 보정이나 편집을 할 수 없는 것이 핵심이다. 

출근 준비를 하는 모습이나 만원 지하철에 끼여 있는 모습,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모습 등 지극히 평범하고 때로는 숨기고 싶은 일상이 그대로 노출된다. 

이같은 방식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정교하게 가공된 콘텐츠를 생산해야 했던 기존 SNS와 정반대의 행보다. 사용자는 초대 코드를 공유한 소수의 지인과 연결돼 심리적 안전지대를 형성한다. 불특정 다수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순간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셋로그는 지난 23일 안드로이드 버전 출시 직후 5일 만에 5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동시에 인기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 성장세에 올라탔다. 

‘진짜 소통’ 원하는 Z세대…알고리즘 감옥에서 탈출 

셋로그의 안착은 과거 돌풍을 일으켰던 플랫폼들의 패착을 정교하게 피한 결과라는 평가다. 음성 기반 소통으로 주목받았던 클럽하우스는 초기 ‘초대장’을 통한 폐쇄성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명사 중심의 수직적 소통 구조와 긴 대화 시간에서 오는 피로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빠르게 쇠퇴했다. 

부활을 예고했던 싸이월드 역시 과거의 향수에만 의존했을 뿐 현재의 모바일 사용자 경험(UX)에 걸맞은 직관적인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며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반면 셋로그는 현실 밀착형 소통에 집중했다. 1시간마다 2초라는 극단적으로 짧은 호흡은 이용자들이 부담 없이 접속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실시간 촬영만 허용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의 생동감을 공유하게 만든 점이 현대적 소통 문법에 갈증을 느끼던 젊을 층을 관통했다. 

기존 주류 SNS와도 차별점을 보인다. 대형 플랫폼들은 화려한 필터와 정교한 편집을 통해 가장 완벽한 순간만을 전시하는 장으로 바뀐지 오래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들은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정서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콘텐츠 생산을 위해 과도한 에너지를 쏟는 전시 강박에 시달려야 했다. 강력한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자극적인 숏폼 영상들에 이끌려 무의미하게 시간을 소비하게 되는 점도 큰 피로 요인이었다. 

셋로그는 이같은 부작용을 날것 그대로의 노출로 정면 돌파했다. 편집이 불가능한 구조는 역설적으로 사용자들에게 꾸며야 한다는 심리적 짐을 덜어준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최대 12명의 최측근하고만 소통하는 폐쇄적인 구조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실질적 창구로 기능하게 했다. 알고리즘에 뺏긴 시간을 되찾고 진짜 관계에 집중하게 만드는 역발상이 주효했던 셈이다. 

인스타그램 #셋로그 해시태그 검색 화면
인스타그램 #셋로그 해시태그 검색 화면

내밀한 공간에서 만들어진 사적인 기록이 다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외부 플랫폼으로 ‘역수출’되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매시간 쌓인 2초의 영상들은 하루가 끝나면 하나의 감각적인 브이로그 영상으로 자동 완성된다. 사용자들은 이 결과물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이나 인스타그램 숏폼 계정에 업로드하고 있다. 

이는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연출한 콘텐츠보다 매 순간 성실하게 살아냈음을 증명하는 갓생 인증의 새로운 과정으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