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밴 플리트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또 다른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을 중심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온 두 사람이 이번에는 한미 교류와 협력의 상징으로 불리는 상에서도 이름을 함께 올리게 된 것이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13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2026년 밴 플리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코리아소사이어티 측은 젠슨 황 CEO가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 혁신을 이끌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과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며 한미 기술 협력 강화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시상식은 오는 9월 28일 미국 뉴욕 시프리아니 사우스스트리트에서 열린다.
밴 플리트상은 한국전쟁 당시 미8군 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1992년부터 매년 양국 간 이해와 협력 증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역대 수상자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BTS 등이 있다.
밴 플리트상은 SK그룹과의 인연도 이어져 왔다.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1998년 한미 경제협력과 민간 교류 확대 공로로 수상했고, 최태원 회장 역시 2017년 한미 산업 협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같은 상을 받았다. 최태원 회장은 부친에 이어 밴 플리트상을 받은 사례로도 주목받았다.
젠슨 황 CEO와 최태원 회장의 관계는 올해 들어 한층 가까워졌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의 한 한국식 치킨집에서 약 2시간 동안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과 젠슨 황 CEO의 딸 메디슨 황도 함께했다. 당시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과정과 비전을 담은 책과 반도체 콘셉트 스낵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기술 콘퍼런스 ‘GTC 2026’에서도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 최 회장이 엔비디아 연례 기술 콘퍼런스를 직접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행사 이후 두 사람은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함께 둘러봤다.
현재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협력이 현재 AI 산업 경쟁 구도를 움직이는 주요 축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두 사람이 기술 협력을 넘어 사실상 한미 산업 협력의 민간 채널 역할까지 맡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한미 경제 협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젠슨 황 CEO 역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AI 산업 경쟁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글로벌 기업인의 역할 역시 산업을 넘어 외교·안보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