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1인가구 절반은 '아파트 밖'에 산다…자취촌 소방시설은 강제력 없는 '권고'라는 지적
20대 1인가구 절반은 '아파트 밖'에 산다…자취촌 소방시설은 강제력 없는 '권고'라는 지적
  • 김영호
  • 승인 2026.05.20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은 1인가구가 이사를 많이하는 달이다. 하지만 새로 들어간 자취방의 천장에 단독경보형 화재감지기가 달려 있는지 확인하고 입주하는 청년은 드물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20대 이하 1인가구의 29.4%는 다가구단독주택에, 20.3%는 오피스텔·고시원 같은 주택이외의 거처에 산다. 둘을 더하면 청년 1인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아파트 밖, 즉 화재 안전 사각지대로 분류되는 주거 형태에 집중돼 있다.

같은 시점 국토교통부 2024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 기준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72.2%다. 그동안 설치율 평균은 증가했지만, 그 안에서 단독·다가구·다세대·원룸 비중이 높은 자취촌만 따로 분리하면 수치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만 의무" 오해…원룸·빌라도 법적 설치 대상

가장 흔한 착각은 '소방시설 의무는 아파트 얘기'라는 인식이다. 사실은 정반대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아파트·기숙사를 제외한 모든 일반 주택의 소유자가 주택용 소방시설을 갖춰야 한다. 대상은 단독주택·다가구주택·연립주택·다세대주택이다. 원룸·빌라가 모두 여기에 들어간다.

▲세대별·층별 능력단위 2단위 이상 소화기 1개 이상 ▲침실·거실·주방 등 구획된 실마다 단독경보형 감지기 1개 이상 등이 설치 돼야 한다.

설치 의무의 유예기간은 이미 2017년 2월 4일자로 끝났다. 지어진 지 오래된 다가구주택·원룸도 소급해서 설치해야 한다. 의무 위반 시 같은 법 제61조에 따라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규정돼 있다.

다만 자가 소유 일반 주택의 경우 실제로 점검·과태료 부과가 하는 사례는 드물다. 설치 책임은 임차인이 아니라 '주택의 소유자'에게 있는데, 일반 주택을 일일이 점검할 행정 인력이 없는 데다, 위반 사실이 화재 발생 후에나 드러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법 조문은 있는데 강제력이 따라붙지 않는, 사실상 권고에 가까운 의무다.


청년 자취촌의 좌표

자취촌의 풍경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것이 2024 인구주택총조사다. 1인가구는 804만5000 가구로 전체 일반가구의 36.1%다. 전년 대비 21만6000 가구가 늘었다. 거처 종류로 보면 1인가구 전체에서는 아파트 35.9%·다가구단독 20.1%·주택이외의 거처 11.6%·일반단독 10.6%·다세대주택 9.9% 순이다.

연령대별로 쪼개면 20대 이하 1인가구는 다가구단독에 29.4%가 살고, 오피스텔·고시원·기숙사 같은 '주택이외의 거처'에 20.3%가 산다. 두 비중을 합치면 49.7%에 달한다.

청년 1인가구의 절반이 다가구단독 또는 주택이외의 거처에 거주한다는 의미다. 아파트 거주 비중은 20.2%로 다가구단독보다 낮다. 30대 1인가구로 가면 아파트가 36.1%로 가장 높지만, 다가구단독(18.7%)과 주택이외의 거처(18.7%)도 여전히 두 자릿수다.

1인가구의 거처가 다양해진 게 아니라, 청년기일수록 자취촌·원룸·고시원에 집중돼 있다는 구조로 볼 수 있다.

영업겸용단독 8.2%까지 합치면 1인가구의 50.6%가 비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비아파트 주거는 소방시설법상 단독경보형 감지기·소화기 설치 의무 대상이지만, 행정 점검은 사실상 닿지 않는 구간이다. 청년 1인가구가 이 구간에 모여 있는 셈이다.

ⓒ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주택 화재가 전체의 18%인데, 화재 사망자는 46%가 주택에서

문제는 일반 주택이 화재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소방청 주택화재 통계에 따르면 연평균(2014~2023년) 전체 화재 중 주택에서 발생한 비율은 약 18%다.

그런데 같은 기간 화재 사망자의 46%가 주택에서 나왔다. 화재 1건당 사망 위험이 가장 큰 공간이 주택이라는 뜻이다. 최근 10년간 주택 화재 사망자는 1435명이다.

주택 화재의 특성도 1인가구에 불리하다. 연기로 인한 질식이 사망 원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연기를 감지해 자체 전원으로 경보음을 울리는 장치다.

1인가구가 자고 있을 때 화재가 나면, 소리쳐 깨워 줄 사람이 없다. 감지기 한 대의 경보음이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쪼개기 원룸'…건축물대장에 없는 방의 사각

자취촌에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쪼개기 원룸'으로 불리는 불법 개조다. 건축법상 다가구주택은 한 채에 최대 19세대까지 들어갈 수 있는 단독주택으로 분류된다. 등기·관리 책임이 한 사람의 소유주에게 묶여 있다 보니, 이미 지어진 다가구주택의 내부를 칸막이로 잘라 세대 수를 늘리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처음 준공 도면에는 5세대였던 건물이 실제로는 10세대가 산다. 이때 추가된 실은 건축물대장에 등록되지 않고, 소방 점검 대상에서도 빠진다.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 의무가 '구획된 실마다 1개 이상'인데, 건물 도면에 없는 방에는 애초에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청년 1인가구가 임대료에 맞춰 좁고 싼 방을 찾을수록, 그 방이 정식 등록된 세대인지 사후에 잘라 만든 칸막이 방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임대차계약서에 호수가 적혀 있어도, 건축물대장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방일 수 있다. 화재가 났을 때 보험·보상 절차도 같은 함정에 빠진다. 자취 입주 전 건축물대장을 확인해 본 청년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책은 노인 1인가구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화재 예방 사업은 최근 5년간 빠르게 늘었다. 다만 주로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소방청은 노인 1인가구·기초생활수급 가구·반지하 거주 가구를 중심으로 단독경보형 감지기 무상 보급을 진행해 왔고, 지자체는 노인 1인가구 안전 점검 사업을 운영한다. 

지자체들은 1인가구를 대상으로 '도어지킴이(스마트 초인종)' 설치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지만, 범죄 예방 중심이고 화재 감지기는 별도다. 청년월세지원·전세보증금 반환보증처럼 주거비 보조 사업에 비해, 청년 1인가구의 거주 공간 자체의 안전을 점검·보강하는 사업은 규모가 작다. 결과적으로 자취촌의 화재 안전은 '집주인이 알아서, 세입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임차인이 입주 시 자비로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소화기를 직접 설치하는 일이 늘었지만, 모든 1인가구가 이 정보를 알고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