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공급 앞당기겠다"는 정부...건설업계는 "돈 없어서 못 짓겠다" 아우성
[뉴스줌인] "공급 앞당기겠다"는 정부...건설업계는 "돈 없어서 못 짓겠다" 아우성
  • 정단비
  • 승인 2026.05.1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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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빠른 주택 공급을 위해 태릉 골프장 착공을 1년 앞당겼다. 강서 군부지, 노후청사 복합개발 등 약 2900호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절차를 거쳐 2027년 착공이 목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5월 15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계획이 국민의 실제 주거로 직결되도록 모든 실행단계를 압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하루 전인 14일, 건설업계 관계자 130여 명은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타운홀 미팅에 모여 자금 조달이 막혀 있고, 지자체 인허가가 늦고, 대출 규제 때문에 분양한 집 잔금도 제때 안 들어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서두르면서 동시에 금융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는 대출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에 나선 것이다.

정부 vs 업계, 대출 '동상이몽'

정부가 이번에 강화한 금융 규제의 핵심은 투기성 자금 차단이다. 지난 4월 발표된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르면 사업자대출을 아파트 매입에 전용하는 용도외유용 행위에 대해 2021년 이후 취급된 대출 전반을 전수 점검하기로 했다.

적발 시 1차는 전 금융권 3년 대출 금지, 2차는 최대 10년 금지다. 수도권·규제지역 다주택자의 주담대 만기연장도 원칙적으로 막았다.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다주택자 주담대는 약 1만2000가구, 2조7000억원 규모다.

이번 15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는 이 기조를 더 확대했다. 정부는 금융 규제를 더 강화하겠다고 했다. 사업자대출 점검 대상을 개인 임대사업자에서 법인까지 넓히고, 소액대출도 점검 범위에 넣는다.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는 연 1.5%다.

정부가 막으려는 건 사업자 명의 대출을 아파트 매입에 쓰는 행위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이런 용도외유용이 127건, 587억5000만원 규모로 적발됐다.

반면 건설업계가 타운홀 미팅에서 소규모 정비사업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 한도(6억원) 폐지, 신축매입임대사업 토지비 선금 확대, 준공 후 수분양자 잔금 대출 문제 등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금리 내고 이자 버티는데, 채근도 못 한다"

아파트 사업자 ㈜경복은 지자체 인허가 속도를 문제로 들었다. 금리가 높아 이자가 매달 쌓이는데 담당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일정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허가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채근도 맘대로 못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사전 온라인 설문(5월 11~13일) 결과도 비슷했다. 가장 많이 꼽힌 애로사항은 사업자금 조달 어려움이었고, 공사비 상승과 자재 수급 문제가 뒤를 이었다.

소규모 정비사업 이주비 문제도 나왔다. 건설주택포럼은 조합원 기본 이주비 대출에 6억원 한도가 걸려 있어 시공사가 추가 이주비를 떠안게 되고, 이주 자체가 지연된다고 말했다. 이주가 늦으면 착공이 밀리기 때문에 한도 폐지를 요청했다.

분양대행사 혁본은 수분양자 잔금 문제를 꺼냈다. 대출 규제로 입주 시점에 잔금을 못 내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고, 분양 초기 미분양에 준공 후 연체까지 겹쳐 현장에서 민원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대상산업㈜은 전용 30㎡ 미만 소형 오피스텔을 주택 수 합산에서 배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청년·신혼부부가 주 수요층인 만큼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택 수 산정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진경건설은 도시형생활주택 신축 시 주택 수 한시 제외 조치의 연장을 요구했다. 현재 2027년 말까지 적용되는 이 조치가 만료되면 사업자들이 신축에 소극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며, 최소 2030년까지 연장해달라고 했다.

임대주택 분야에서는 ㈜부영주택이 임대기간 20년 이상의 장기민간임대주택 도입과 기금 융자 상한 상향을 요청했다. 

부동산 마련에 필요한 금액이란? ⓒGettyImages
정부가 주택 공급 시기를 앞당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gettyimagesbank

잔금 대출은 손대기 어렵다

요청 중 정부가 수용하기 가장 어려운 건 수분양자 잔금 대출이다. 준공 시점의 잔금 대출은 사실상 주택담보대출과 연결되기 때문에 LTV 규제와 직접 관련이 있다. 이 부분을 건드리면 시장 전체 매수 여력이 높아지고 집값에 바로 영향이 갈 수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연 1.5% 이내로 설정한 상황에서 이 부분은 수용 여지가 좁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주비 한도와 신축매입임대 선금은 다르게 볼 수 있다. 이주비 한도를 올려줘도 집을 추가로 매입하는 수요와는 연결되지 않는다. 신축매입임대 선금은 LH 매입이 전제된 구조라 민간 투기 자금이 낄 여지가 작다.

도시형생활주택 세제 연장도 기재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일몰 연장 선례는 있다.

국토부는 "즉시 개선 가능한 사항은 빠르게 반영하겠다"고 했다. 어떤 사안이 해당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집값 자극 없이 공급 자금만 푸는 게 가능한가

공급 목적 금융과 수요 자극 금융을 분리해 운용하는 이상적인 방식으로, 이주비나 착공 자금처럼 짓는 과정에 필요한 대출은 풀고, 매수 목적 주담대는 계속 관리하는 것이 가능할까.

우선 공급 자금과 투기 자금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주비 한도를 풀면 다른 형태의 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가 사업자대출 용도외유용 단속을 강화한 배경도 이런 우회 사례가 실제로 반복됐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가 최근 발표한 2026 KB 부동산 보고서에서 집값 상승 요인으로는 주택 공급 부족과 공사비 상승이, 하락 요인으로는 대출 규제로 인한 자금조달 어려움이 가장 많이 꼽혔다.

정부는 태릉 골프장 착공을 1년 앞당기고 부지별 공급책임관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공공 주도 공급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민간 공급 없이 공공만으로 수요를 채우기에는 물량이 부족하다. 공공 부지 공급이 착공까지 이어지려면 3~5년이 걸리고, 지자체 협의라는 변수도 남아 있다. 민간 사업의 속도는 자금 조달과 인허가에 달려 있다. 

정부가 공급은 부족해서 가격이 오르는데 대출은 막혀서 짓기도 어렵고 사기도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 요청들을 어디까지 받아들일지가 향후 공급 실적을 결정할 변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