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가능성에 맞춤형 채무조정 필요
고금리와 물가 부담이 장기화되면서 빚을 감당하지 못한 서민들이 법원 문턱으로 몰리고 있다.
개인회생 신청이 올해 들어 넉 달 만에 5만5000건을 넘어서며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개인파산과 법인파산까지 함께 늘면서 채무 부실이 개인과 기업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1~4월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5만5068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같은 기간 2만7421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만에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개인회생은 일정한 소득이 있는 채무자가 법원의 인가를 받아 일정 기간 빚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받는 제도다.
신청 증가세는 소득만으로 원리금 상환을 버티기 어려운 차주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파산 지표도 악화됐다. 올해 1~4월 개인파산 접수 건수는 1만4535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1.4% 늘었다.
법인파산 신청도 859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41건 증가하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뿐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상환 여력도 약화되고 있는 셈이다.
소득보다 빠른 지출 증가…채무조정 수요도 확대
가계의 체감 여력은 소득보다 빠른 지출 증가에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의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8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 늘었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는 0.4%에 그쳤다.
반면 가계지출은 424만1000원으로 4.2% 증가했고, 흑자액은 123만9000원으로 3.1% 줄었다.
향후 금리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5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지만, 시장에서는 7월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 대출자와 다중채무자, 저신용 차주의 이자 부담은 다시 확대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의 자체 채무조정도 빠르게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올해 1~4월 자체 채무조정 실행 건수는 461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83건의 약 4배에 달했다.
조정 원금도 105억 원에서 359억 원으로 증가했다. 2024년 10월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 이후 대출 원금 3000만 원 미만 연체자는 금융회사에 직접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채무조정 확대가 단순한 빚 탕감이 아니라 장기 연체와 파산을 막기 위한 사전 안전망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예산정책처도 5월 보고서에서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와 장기연체 예방, 재연체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개인회생 신청 급증이 일시적 통계가 아니라 취약계층의 누적된 상환 부담을 보여주는 만큼, 차주의 소득과 부채 구조에 맞춘 정교한 채무조정과 정책금융 보완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