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종사자의 유상운송용 보험 가입이 6월 3일부터 의무화됐다. 무보험 상태로 배달 업무를 수행하면 플랫폼과 계약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배달·배송 시장이 긱이코노미의 핵심 영역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플랫폼 노동자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첫 본격적 조치가 시행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적용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배달 종사자는 대인 무한 배상, 대물 2000만원 이상 보장이 가능한 보험 또는 공제상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종사자는 배달사업자와 근로계약이나 운송 위탁 계약을 체결할 수 없고, 기존 계약도 해지된다.
적용 대상은 우아한청년들(배달의민족), 쿠팡이츠서비스, 생각대로, 부릉 등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 인증사업자 8개 플랫폼이다. 이들 사업자는 소속 라이더의 보험 가입 여부를 정보시스템을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한다. 보험기간이 6개월 이상인 경우 3개월마다 재확인하고, 만료 전에도 가입 여부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법 시행 당시 이미 업무 중인 종사자는 2026년 12월까지 보험 가입을 완료하면 된다.
이번 의무화는 배달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겨냥한다. 그간 무보험 상태의 이륜차 배달 운행 중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라이더 개인이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떠안는 사례가 반복됐다. 외국인 명의도용 문제도 있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배달·택배 분야 불법 취업 외국인 적발 건수는 2023년 117명에서 2024년 313명, 2025년 486명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명의도용 상태에서의 운행은 사실상 보험 사각지대를 의미한다.
보험료 부담 완화 방안도 병행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하반기 중 특별약관 할인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배달서비스공제조합이 운영 중인 할인 항목은 전면 번호판 장착(1.5%), 안전교육 이수(최대 3%), 운행기록장치 장착(최대 3%)이다.
긱워커 보호, 제도는 만들어졌는데
이번 조치는 한국 긱이코노미 역사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이다. 배달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지난 10여 년간, 라이더는 플랫폼의 핵심 인프라였지만 제도적으로는 사실상 개인사업자 취급을 받았다.
이번 유상운송보험 의무화는 법적 의무 주체를 사업자로 설정하되, 사실상 라이더의 보험 가입을 강제하는 구조다. 플랫폼이 라이더를 직고용하지 않으면서도 보험 가입 여부를 관리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긱워커를 완전히 고용 관계 밖에 두던 기존 구도에 균열이 생기는 지점이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보험 가입 자체가 의무화됐을 뿐, 보험료 부담은 여전히 종사자 몫이다. 유상운송용 이륜차보험은 일반 이륜차보험보다 보험료가 훨씬 높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 소형 대행사에 소속되거나 플랫폼을 이탈하는 라이더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제도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보험료 구조 개편과 사각지대 모니터링이 따라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