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오려붙이기는 옛말"…AI 위변조 보험사기, 연간 9조원 추산
"영수증 오려붙이기는 옛말"…AI 위변조 보험사기, 연간 9조원 추산
  • 김자영
  • 승인 2026.06.0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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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하나로 진단서를 위조하고, 생성형 AI로 진료비 계산서를 손쉽게 조작하는 시대가 됐다. 보험사기가 AI 기술을 타고 빠르게 진화하면서, 적발되지 않은 건수까지 합산한 연간 피해 규모가 9조원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왔다. 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에 나섰지만, 보험료 상승이라는 피해는 이미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AI가 위조한다, AI로 막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 TF'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이 주재하고, 금융감독원·경찰청·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민연금공단·근로복지공단·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협의체다.

TF 출범의 배경에는 보험사기 피해의 가파른 확산이 있다. 민영 보험사기 적발 규모는 2021년 9434억원에서 2025년 1조 1571억원으로 5년 만에 22.6% 증가했다. 적발 인원은 같은 기간 9만 7629명에서 10만 5743명으로 늘었다. 보험연구원의 2023년도 추산규모(8.2조원)에 최근 2개년 적발금액 증가율을 적용하면,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까지 포함한 실제 피해는 약 9조원에 이른다.

보험 분야별로는 실손보험과 건강보험이 포함된 장기 손해보험이 44.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자동차보험(22.4%), 생명보험(21.8%), 일반 손해보험(11.2%)이 뒤를 잇는다.

"폰트·자간도 소멸"…탐지 자체가 어려워졌다

문제의 핵심은 탐지 기술의 한계다. 과거에는 영수증이나 진료기록을 수작업으로 오려 붙이거나 포토샵으로 편집했기 때문에, 폰트나 자간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해 위변조를 걸러낼 수 있었다. 그러나 생성형 AI를 사용할 경우 이미지의 픽셀 자체가 새롭게 생성되기 때문에 기존의 물리적 탐지 단서가 아예 사라진다. 파일을 출력하고 재촬영을 반복하면 탐지는 더욱 어려워진다.

실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부산의 20대 A씨는 실제 병원에서 발급받은 입·통원 확인서를 생성형 AI에 업로드해 입원·퇴원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위조 서류를 만든 뒤, 2024년 7월부터 약 1년간 11개 보험사에 반복 청구해 총 1억 5천만원을 편취했다. 부산지법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생성형 AI로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진단서를 위변조하고, 실제 병원에 내원하지 않았음에도 진료비 계산서를 조작한 사례도 확인됐다.

의료기관·정비공장·브로커·모집인이 결탁한 조직적 범죄에 딥페이크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신분증부터 진단서, 차량 파손 사진까지 보험 가입에서 보험금 청구까지 전 과정이 위변조 대상이 되고 있다.

기관 간 '칸막이'가 문제…통합 인프라 구축 추진

현재도 신용정보원·보험개발원·개별 보험사들이 각각 AI 기반 탐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신용정보원은 'AI 기반 인슈어테크 플랫폼'을 통해 보험계약·사고·면책 등 보험신용정보를 집중 분석하고, 보험개발원은 AI 이미지 인식 기술로 차량 손상 사진의 견적비 자동 산출과 현장 사진 비교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기관 간 칸막이와 분절적 대응으로 실시간 정보 공유 등 유기적 시너지가 부족하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특히 AI 위변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원천 데이터와의 교차검증 기반이 미흡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번 TF는 법·제도 분과, 데이터 분과, 인프라 분과 등 3개 분과로 구성돼 운영된다. 보험사기 혐의 정보 집중·공유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 기관 간 데이터 표준화, AI 위험지수 개발, 신용정보원의 'AI 기반 인슈어테크 플랫폼'을 전 보험권 통합 인프라로 고도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다. 개인정보 보호 등 선량한 보험계약자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금융위원회는 3개월간 TF 운영을 통해 오는 9월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방안'을 마련하고, 10월부터 법령 개정과 플랫폼 고도화 등 후속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보험사기가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보험료 상승이다.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은 보험사의 손해율을 끌어올리고, 이는 곧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험사기 과정에서 건강보험 급여까지 함께 청구되는 경우가 많아 건보 재정 누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험 사기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GettyImages
보험 사기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