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계 코스트코’ 창고형 약국 1년 새 40곳…약국 생태계 흔드나
‘약국계 코스트코’ 창고형 약국 1년 새 40곳…약국 생태계 흔드나
  • 차미경
  • 승인 2026.06.1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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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40곳 우후죽순…동네약국 매출 직격탄
‘창고형’ 간판 금지 추진…실효성엔 ‘물음표’

카트를 끌고 넓은 매장을 누비며 일반의약품과 영양제를 직접 고른다. 대형마트에서 볼 법한 쇼핑 방식이 약국 안으로 들어오면서 이른바 ‘창고형 약국’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가격 경쟁력과 구매 편의성을 장점으로 꼽지만, 약사사회는 지역 약국 생태계 위축과 의약품 오남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경기 성남시에 첫선을 보인 ‘메가팩토리’ 이후 전국에 들어선 창고형 약국은 약 40곳으로 늘었다.

현행 약사법은 약사나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고, 약사나 한약사도 하나의 약국만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약국 면적이나 취급 품목 수에는 제한이 거의 없어 대표약사가 약국을 개설한 뒤 여러 근무약사를 고용해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은 가능하다.

창고형 약국은 소비자가 쇼핑카트를 끌고 다니며 선반에 진열된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반려동물 의약품 등을 직접 고를 수 있는 형태다.

가격 경쟁력과 넓은 매장, 긴 영업시간 등을 앞세워 온라인에서는 ‘약국계 코스트코’로도 불린다. 일부 매장은 늦은 시간이나 휴일에도 영업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약국 생태계 위축·오남용 우려…명칭 규제 논의도

새로운 유통 형태가 확산하자 대한약사회 등 약사 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대형 매장 특성상 세밀한 복약 지도가 어려워 의약품 오남용 위험이 커질 수 있고, 기존 동네 약국의 영업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약사회는 지난해 12월 특정 지역 창고형 약국에서 불법 마약 제조에 쓰일 수 있는 ‘슈도에페드린’ 함유 조제용 의약품이 매대에 대량 진열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약사회는 슈도에페드린 제제가 부작용과 오남용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리·감독이 필요한 의약품을 대량 진열해 판매하는 것은 국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일선 약국의 위기감도 수치로 나타났다. 대한약사회가 지난 4월 창고형 약국 인근 535개 동네 약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6%는 창고형 약국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창고형 약국 개설 이후 방문 고객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65.5%, 환자 불만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55.8%로 집계됐다. 매출이 감소한 주요 품목으로는 영양제 72.8%, 상비약 53.3%가 꼽혔다.

논란이 커지면서 제도 개선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4월 약국 개설자가 고유 명칭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표시를 명시한 약사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약국 기능을 왜곡하거나 의약품 남용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금지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도 ‘최대’, ‘최고’, ‘창고형’, ‘할인’ 등 의약품 과소비나 오남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약국 표시·광고와 명칭 사용을 제한하는 하위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다만 관련 개정안은 입법예고 이후 국무조정실 심사가 지연되고 있으며, 복지부는 폐기가 아닌 심사 보류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새로운 형태의 의약품 구매 방식을 경험한 소비자가 늘어난 만큼, 명칭 규제만으로 약국 대형화 흐름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논란은 소비자 편의와 의약품 안전관리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과제로 이어지고 있다.

창고형 약국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GettyImages
창고형 약국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