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0시간 기준 주당 1.5시간 절감 효과
업무처리량 증가와는 상관관계 ‘0’....조직 재설계가 관건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면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줄어든 시간이 곧바로 업무처리량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AI가 개별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있지만 기업의 업무 흐름과 조직 구조 변화까지 연결되지 못하면서 생산성 개선 효과가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초기 3년의 효과 분석’에 따르면 생성형 AI 활용 근로자의 평균 업무시간은 3.8% 감소했다.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주당 약 1.5시간이 줄어든 셈이다.
이는 2025년 5~6월 전국 만 15~64세 취업자 5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계조사를 바탕으로 AI 활용이 업무시간과 생산성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한은은 AI 활용에 따른 업무시간 단축이 모두 생산 활동에 재투입된다고 가정할 경우 잠재적 생산성 증가 효과가 약 1.0% 수준인 것으로 추저앻ㅆ다.
AI의 시간 절감 효과는 직업과 업무 특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직업별로는 전문직의 업무시간 절감률이 5.2%로 가장 높았고 사무직도 4.0%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반면 서비스직은 2.3%, 기능직은 1.6%였으며 단순노무직은 0.8%에 그쳤다.
작업별로는 교육자료 개발, 통계 데이터 분석, 연구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처럼 인지적 업무에서 시간 절감 효과가 컸다. 반면 업무 조율, 장비 운용, 물리적 협력이 필요한 업무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AI 효과, ‘시간 절약’에 머물렀다
문제는 줄어든 시간이 실제 생산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활용에 따른 업무시간 절감률과 업무처리량 증가율 사이의 상관계수는 0으로 나타났다. AI를 써서 일이 빨라졌더라도 그만큼 더 많은 일을 처리하거나 산출을 늘리는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은은 이를 ‘생산성 단절’ 현상으로 해석했다. AI가 문서 작성, 자료 정리, 분석 등 개별 작업의 속도는 높였지만 절약된 시간이 고부가가치 업무로 재배치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업무 프로세스와 승인 절차, 협업 방식이 그대로 유지되면 일부 작업이 빨라져도 전체 산출이 늘어나기 어렵다.
예컨대 보고서 작성 시간이 줄더라도 의사결정, 검토, 승인 단계가 그대로라면 전체 업무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경우 AI가 만든 시간 절감은 생산 증가가 아니라 대기시간이나 유휴시간으로 흘러갈 수 있다.
기업 단위 AI 활용률이 근로자 단위 활용률보다 낮다는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2025년 기준 국내 근로자의 51.8%는 생성형 AI를 업무용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반면 기업활동조사 기준 기업의 AI 활용률은 9.6%에 그쳤다.
자영업자·전문직은 생산성 증가 확인
다만 모든 집단에서 생산성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영어밪, 전문직, AI 고강도 사용자처럼 성과 유인과 업무 자율성이 높은 집단에서는 업무시간 단축이 업무처리량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이 관찰됐다.
자영업자는 AI 활용으로 업무시간이 1.0%p 절감될 경우 임금근로자보다 업무처리량이 추가로 1.0%p 증가했다. 성과가 소득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에서는 절약된 시간을 다시 생산 활동에 투입할 유인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직도 사무직보다 업무처리량 증가 효과가 높았다. 전문직은 업무 자율성과 성과 가시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AI로 확보한 시간을 추가 과업이나 업무 고도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AI 사용시간 상위 50% 집단 역시 하위 50% 집단보다 업무처리량 증가 효과가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15~39세 청년층이 50~64세보다 업무처리량을 더 늘린 것으로 분석됐다. 디지털 기술 적응력이 높은 청년층이 AI 활용을 생산 활동으로 연결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보고서는 AI의 생산성 효과를 키우기 위해 단순한 기술 도입보다 업무 구조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업무를 결과물과 평가 기준이 명확한 ‘표준화 업무’와 판단·창의성이 중요한 ‘열린 업무’로 나눠 각각에 맞는 AI 활용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준화 업무에서는 AI가 업무 수행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데이터 표준화, 업무 단위 모듈화, 결과 검증 절차를 갖춰야 한다. 열린 업무에서는 AI를 인간 판단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아이디어 탐색, 초안 작성, 대안 제시를 돕는 협업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다만 표준화 업무가 AI로 대체될 경우 신입·저연차 근로자의 숙련 형성 경로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사항으로 꼽힌다. 자료 정리나 기초 분석, 정형 보고서 작성은 단순 업무처럼 보여도 조직 안에서 업무 감각을 익히는 학습 과정이기도 해서다. 이에 따라 AI 도입이 장기적으로 인적자본 축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