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툴의 시대는 끝났다"
25일 서울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플로우 AX Festa 2026' 행사장에서 마드라스체크 이학준 대표가 꺼낸 말이다. 그는 자사 협업 플랫폼 플로우(flow)를 'AI Work Agent'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며,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협업툴은 이제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같은 날 같은 무대에 선 김대식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2026년은 AI 에이전트가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는 원년"이라는 것이다.
AI 에이전트 시대에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은 어디로 가야 할까.
'사스포칼립스'가 보낸 경고
올해 초 글로벌 소프트웨어 시장에는 이른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충격이 찾아왔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와 아포칼립스(종말)를 합친 조어다.
앞서 1월 앤트로픽이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를 공개하자 48시간 만에 글로벌 SaaS 기업들의 시가총액에서 약 2850억 달러(약 400조원)가 증발했다. 법률 AI 어시스턴트인 톰슨로이터는 큰 주가 낙폭을 기록했고, 리걸줌 약 20% 급락했다.
김 교수는 이 사건을 '에이전트 전환의 분기점'으로 꼽았다. 앤트로픽이 선보인 코워크는 자연어로 지시하면 로컬 파일과 앱을 직접 다뤄 결과물을 만드는 데스크톱 기반 AI 에이전트로, 비개발자도 쓸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시장의 공포는 기능보다 미래 가능성에 대한 반응이었다. 클로드 코워크는 파일을 읽고, 플러그인을 통해 업무 도구에 연결하며, 보고서·분석·계약 검토 같은 결과물을 직접 만들어낸다. 투자자들은 이것이 기존 SaaS 비즈니스 모델을 대체할 수 있다는 공포에 반응했다.
AI 에이전트는 GUI(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데이터 저장소를 넘나들며 직접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다. AI 에이전트의 관점에서 보면 기존 SaaS는 단순한 데이터 저장 창고에 불과해진다는 것이다.
"SaaS가 성장했지만, 일의 속도는 그대로였다"
마드라스체크는 이번 행사에서 SaaS 시장 성장의 역설을 짚었다. 지난 10년간 SaaS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정작 사무직의 업무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원인을 세 가지 단절로 정의했다. 프로젝트·문서·대화 등 방대한 데이터가 쌓이지만 실제 업무 가치로 연결되지 못하는 '데이터와 가치의 단절', 직원 95%가 회사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목표와 실행의 단절', 그리고 AI가 실제 동료로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 중심 업무 방식의 한계'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드라스체크는 지난 10년간 5000여 고객사가 플로우에 축적한 협업·소통, 프로젝트·일정, 지식·문서, 목표·보고서 데이터를 자체 AI 엔진 '리패턴(Repattern) AI'와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공개한 AI 에이전트는 네 가지다. 실무를 수행하는 Mate Agent, 대화로 업무를 생성·관리하는 Smart Agent, 조직의 업무 방식을 분석하는 Consulting Agent,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Automation Agent다.
이학준 대표는 "협업과 소통 데이터를 AI와 연결해 가치를 증폭시키고 목표를 빠른 실행으로 연결하는 것이 플로우 AI Work Agent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살아남는 SaaS는 따로 있다
김대식 교수는 AI 에이전트가 기존 SaaS를 '흡수'하려 할 것이고, SaaS 업체들은 이를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거래 구조 자체도 바뀐다는 전망이다. B2B·B2C·C2C 구조가 A2B(에이전트 대 기업)·A2C(에이전트 대 소비자)·A2A(에이전트 대 에이전트)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어떤 SaaS가 살아남을까. 독점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거나, 규제와 컴플라이언스 허들이 높거나, 고객과의 긴밀한 통합이 필요한 경우가 생존 가능한 영역으로 꼽힌다. AI는 범용 지식에는 강하지만 특정 기업의 히스토리 데이터, 고객 행동 패턴, 수십 년의 업계 데이터에는 접근하기 어렵다.
세일즈포스는 '에이전트포스(Agentforce)' 플랫폼을 구축해 에이전트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젠데스크는 AI 상담사가 일반 문의의 최대 80%를 자동 처리하도록 구현했다.
마드라스체크도 같은 방향을 택했다. AI Work Agent가 기존 협업툴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협업 플랫폼 위에 AI를 확장하는 구조라는 점을 강조하며, Microsoft Teams·Google Workspace·Slack·Jira·Salesforce·ChatGPT·Claude 등 기존 업무 도구와 양방향 연동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자체적으로 쌓아온 10년치 협업 데이터가 바로 이 회사의 무기인 셈이다.
"휴먼스킬이 마지막 경쟁력"
다만 김 교수는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술적 업무는 AI가 대신하겠지만,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업무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는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량은 결국 휴먼스킬"이라고 전했다. 2025년이 바이브 코딩의 해였다면, 2026년은 얼마나 많은 에이전트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일을 처리하느냐가 능력의 척도가 되는 해라는 표현도 나왔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데이터도, 목표도, 실행도 끊기지 않고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 강조됐다. '협업툴의 시대가 끝났다'는 선언은 곧 '연결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