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AI 서버가 쏘아올린 공…그 부품 만드는 '공작기계'가 한국산이다
[인사이트] AI 서버가 쏘아올린 공…그 부품 만드는 '공작기계'가 한국산이다
  • 정단비
  • 승인 2026.06.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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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연산은 일반 웹 검색보다 전력을 수배에서 수십 배 더 소모한다. AI 서비스 확산으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연산을 감당하는 AI 서버를 식히는 냉각장치, 그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 검사장비, 그리고 수십만 개의 부품들이 있다. 이것들을 깎고 다듬어 형태를 만드는 기계가 '마더머신(Mother Machine)', 공작기계다.

마더머신 머신이라 불리는 CNC 공작기계는 수치제어 기술로 금속을 정밀 가공해 부품을 만드는 산업의 근간이다. 자동차 엔진 블록, 항공기 터빈 날개, 반도체 제조장비의 프레임이 모두 이 기계를 거쳐 나온다. 산업의 산업, 제조의 제조인 셈이다.

자동차에서 AI·반도체로

수십 년간 공작기계의 최대 수요처는 자동차 산업이었다. 엔진·변속기·구동계 등 내연기관 부품 하나하나가 정밀 가공을 필요로 했고, 완성차 공장 한 곳에 수백 대의 공작기계가 들어갔다. 최근 그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

DN솔루션즈 관계자는 "과거 자동차 중심이던 공작기계 수요가 AI·반도체·데이터센터·자동화 설비 및 항공·우주·방산 관련 수요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 주최 'SIMTOS2026' 행사장 전경
사진=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 주최 'SIMTOS2026' 행사장 전경

수요 전환의 배경은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9750억 달러에 근접하며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기준 반도체 제조 장비 공급사들은 이미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주문량을 받고 있으며 패키징 및 테스트 업계도 역대 최대 가동률을 기록 중이다.

반도체 공장을 짓고, 그 안에 들어가는 검사장비·이송장비를 만들고,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의 금속 부품을 만드는 그 모든 과정에 공작기계가 필요하다. AI 워크로드는 랙당 30~120kW의 전력을 소비하는데, 기존 공기 냉각 시스템으로는 이 수요를 충족할 수 없어 많은 하이퍼스케일 시설이 액체 기반 냉각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액체냉각 시스템의 콜드플레이트, 배관 피팅, 열교환기 하우징은 초정밀 가공 없이는 구현이 불가능한 부품들이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 전력·냉각 인프라가 동반 증설되고, 이 과정에서 수요가 터지는 기계·부품 품목이 달라진다. 공작기계가 그 변화의 수혜를 받고 있다.

수주 통계가 보여주는 전환의 속도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공작기계 총수주액은 1조19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이 중 해외수주가 7981억원으로 23.3% 급증하며 성장을 주도했다. 4월 한 달만 봐도 해외수주는 2028억원으로 25.7% 늘었다.

협회는 "최근 공작기계 시장은 내수보다는 수출이 산업 회복을 견인하는 구조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AI 인프라를 적극 구축 중인 미국·인도·중국 등 해외 시장이 한국 공작기계를 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의 포트폴리오 재편

국내 공작기계 대표 기업들도 수요처 이동에 맞춰 제품 구성을 바꾸고 있다.

DN솔루션즈는 올해 4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SIMTOS 2026 전시에서 자동차·반도체·항공우주 등 수요산업별 맞춤형 솔루션 12종을 내세웠다. 반도체 산업을 위해서는 공정 소모품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DNC 시리즈를 포함해 총 4종의 반도체 산업용 솔루션을 전시했다.

DN솔루션즈는 유럽 매출 비중이 30% 이상인 가운데, NATO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 확대가 방산 부품 생산용 공작기계 수요 증가로 이어질 중장기 호재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반도체·조선·방위산업 확산이, 중국에서는 전기차 업종 확대가, 인도에서는 차량·우주항공 부품 및 전자제품 제조 산업 부상이 주요 성장 기회로 거론된다.

'마더머신'의 새 시대

업계는 하반기에도 수출 중심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 관계자는 "AI 인프라 구축과 반도체·자동차·항공우주 산업의 설비투자 확대가 한국 공작기계 산업의 새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작기계는 모든 제조업의 출발점이다. AI 서버를 만드는 공장을, 반도체를 검사하는 장비, 위성을 발사하는 로켓 엔진 등 결국 이 모든 것을 만드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공작기계다. AI 시대가 열릴수록 마더머신의 변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