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 예금의 귀환…은행에 돌아온 돈,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연 4% 예금의 귀환…은행에 돌아온 돈,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 김다솜
  • 승인 2026.06.2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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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 연 3.6%대 진입
수신잔액 5개월 만에 100조원 회복
증시 활황에 비은행권 유동성 부담도 커져 

연 4%대 정기예금이 다시 등장했다. 저축은행들이 잇달아 예금금리를 끌어올리면서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도 연 3%대 예금 상품을 앞세우며 수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금리 상승에 따라 예금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를 ‘예금의 귀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금에 돈이 몰리고는 있지만 장기간 묶어두는 저축성 자금이라기보다 증시와 예금, 파킹통장 사이를 오가는 대기성 자금의 성격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지난 18일 기준 연 3.60%로 집계됐다. 2024년 11월 이후 1년 7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올해 1월 평균금리(연 2.92%)와 비교하면 반년 새 0.68%p 오른 셈이다. 

고금리 상품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저축은행의 연 4% 이상 정기예금 상품은 22일 기준 61개까지 불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저축은행은 연 4.5~4.6% 수준의 특판 상품을 내놨고 한도 소진으로 조기 완판되는 사례도 나왔다. 

금리를 올린 효과는 수신 잔액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100조6607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수신 잔액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저축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수신 확보에 나선 것은 증시 활황으로 고객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예·적금 만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면 예금 의존도가 높은 저축은행은 대출 재원 확보와 유동성 관리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다만 같은 비은행권 안에서도 온도차는 뚜렷하다. 저축은행이 고금리 예금으로 수신잔액을 회복하는 사이 상호금융권에서는 예금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와 신협, 단위 농·축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 수신 잔액은 지난해 말 930조8613억원에서 올해 4월 말 915조6312억원으로 15조2301억원 감소했다. 

이는 단순히 금리 경쟁만의 문제는 아니다. 증시 활화엥 따른 머니무브에 더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예탁금 비과세 혜택 축소 등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고금리를 내걸어도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와 업권별 건전성 우려에 따라 자금 흐름이 갈리는 모습이다. 

ⓒ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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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에 들어온 돈도 빠르게 움직인다 

은행과 저축은행이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들어오는 돈이 오래 머무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금리 상승기에는 더 높은 금리를 기대하며 단기 상품에 자금을 넣어두는 수요가 늘고 증시가 다시 강세를 보이면 예금성 자금이 증권 계좌로 이동할 수 있다. 예금이 장기 저축 수단이라기보다 단기 자금 운용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실제 이같은 변화는 요구불예금 회전율에서도 드러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23.1회로 1년 전(18.2회)보다 4.9회 상승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2년 4월(14.7회)와 비교하면 8.4회 높다. 예금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계좌 안의 돈이 더 자주 빠져나간다는 의미다. 

증시 주변 자금도 불어나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24조우너으로 지난해 말 87조원보다 37조원 증가했다. CMA 잔고도 같은 기간 88조원에서 100조원으로 12조원 늘었다.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거래 잔고는 37조3000억원으로 올해 들어 10조원 불었다. 

은행권이 예금금리를 올리면서도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관리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금을 붙잡아야 하지만 빚을 내 투자에 나서는 수요는 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수신 확보와 가계대출 관리라는 상반된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된 것이다. 

머니무브, 비은행권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 

자금 이동이 빨라질수록 비은행권의 유동성 부담도 커진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했을 당시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수신은 7조7000억원 감소한 반면,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12조7000억원 증가했다. 예금에서 빠진 돈이 증권사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했던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이동이 개별 업권의 수신 감소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증권회사가 금융권 충격을 다른 업권으로 확산시키는 연결고리가 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비은행 금융기관끼리 지분증권, 환매조건부채권(RP),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상품을 통해 서로 돈을 빌리고 투자하는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은행 간 상호거래 증가율은 2009년 이후 연평균 11.0%로, 은행 간 상호거래 증가율(4.0%)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증권회사는 업권 간 연결성에 따른 2차 유출액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권에서 발생한 유동성 충격이 증권사를 거쳐 다른 금융업권으로 번질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단기 조달 비중이 커진 점도 부담이다.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여전채 발행액 중 만기 2년 이하 비중은 2025년 3분기 말 20.9%에서 올해 1분기 말 53.9%로 확대됐다. 시장금리가 오르거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차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예금금리 상승은 저축 선호가 되살아났다는 신호만으로 보기 어렵다. 저축은행의 고금리 예금은 고객 자금을 붙잡기 위한 방어 전략이고, 상호금융권의 수신 감소는 업권별 신뢰도 차이를 드러낸다. 동시에 증시 주변으로 대기자금과 빌린 돈이 몰리면서 비은행권 유동성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예금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졌다. 원금 손실을 원하지 않는 금융소비자에게 연 4%대 예금은 매력적인 상품이다. 다만 금리가 높을수록 우대금리 조건, 중도해지 이율, 특판 한도, 금융회사별 예금자보호 한도와 건전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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