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시장이 사상 최초로 총적립금 규모 500조 원을 돌파하며 거대해졌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공동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2025년말 기준 퇴직연금 총적립금은 501.4조 원을 기록했으며 연간 수익률은 역대 최고치인 6.47%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 거시적 지표의 이면에는 가입자 간 자산 운용 방식과 관심도의 차이에서 비롯된 심각한 '수익률 양극화' 현상이 숨어 있다. 자산 배분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한 수익률 상위 10% 가입자 그룹은 19.5%의 고수익을 올린 반면, 무관심 속에 자금을 예·적금 등에 방치한 하위 10% 그룹은 0.5%의 성과에 머물렀다. 2025년 소비자물가상승률(2.1%)을 감안하면, 하위 10% 가입자들은 노후 자산의 실질 가치가 오히려 감소하는 '보이지 않는 자산 손실'을 입은 셈이다.
이제 막 자산 형성을 시작한 청년 세대라면 퇴직연금을 단순히 '나중에 받을 비상금' 정도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의 '2025년 한국 근로자들의 퇴직연금은' 리포트를 통해 남들보다 앞서가는 연금 부자가 되기 위해 청년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3가지 핵심 포인트를 짚어본다.
대세는 '증권사 IRP·DC'…금융권역별 영토 전쟁
과거에는 많은 근로자가 전국적인 오프라인 지점망을 가진 은행이나 보험사에 퇴직연금을 맡겨두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퇴직연금 시장의 주도권은 실적배당형 상품을 다루는 자산 관리 역량과 디지털 인프라를 앞세운 증권업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증권사는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무려 45.2%가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반면 은행은 19.1%, 생명보험은 14.9%, 손해보험은 3.9%에 불과해 자산 운용 관점에서 큰 격차가 있다. 또 은행권의 총비용부담률이 0.451%로 가장 높은 반면, 증권사는 0.335%로 낮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보고서의 분석 결과, 수익률 상위 10% 연금 부자들은 계좌 성장의 내용 중 67%가 순수 자산 운용을 통해 거둔 투자 수익이었으며, 본인의 납입 원금은 33%에 불과했다. 반면 수익률 하위 10% 방치형 가입자들은 적립금 증가분의 77%가 본인이 피땀 흘려 넣은 납입 원금이었고, 투자 수익은 고작 23%에 머물렀다.
'스마트 개미' 청년들의 원픽, ETF(상장지수펀드)
최근 대한민국 퇴직연금 시장에서 가장 파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세로 자리 잡은 상품은 단연 ETF다.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ETF 투자 잔액은 2025년말 기준 48.7조원을 기록하며 실적배당형 총적립금 내에서 39.6%의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다.
특히 2025년에는 KOSPI 200 인덱스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의 투자 잔액이 전년 대비 317.6%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바쁘고 어렵다면 알아서 굴려주는 TDF(생애주기펀드)
매일 시장을 모니터링하거나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할 시간적 여유와 전문성이 부족한 청년 근로자들에게는 TDF가 있다.
TDF는 가입자의 예상 은퇴 시점(Target Date)을 설정하면, 은퇴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펀드 자체적으로 주식 등 위험 자산과 채권 등 안전 자산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 매커니즘을 내장하고 있다. 은퇴가 많이 남은 청년기에는 적극적인 자산 배분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한다.
2025년 한 해 동안 TDF 그룹이 달성한 평균 연간 수익률은 13.7%로, 퇴직연금 전체 평균 수익률(6.5%)의 두 배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문가는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퇴직연금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증권사 DC/IRP 계좌를 활용해 ETF나 TDF 등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돈이 스스로 자금을 복리로 증식시키는 엔진'을 구축하는 것이 미래 노후 소득의 격차를 줄이는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