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이 베테랑처럼 일하고, 현장 기사가 서류 대신 판단에 집중하는 회사. 생성형 AI가 실제 업무 현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두 기업의 사례를 통해 들여다봤다.
지난 25일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플로우 AX페스타 2026에서 서성진 한국가스공사 프로세스혁신TF 과장과 허경무 HS화성 전략정보팀 책임이 각사의 전환 과정을 발표했다.
"떠나는 사람의 지식을 남긴다"…가스공사, 하이브리드 AI로 보안 돌파
한국가스공사가 AX에서 가장 먼저 풀어야 했던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서성진 과장은 "퇴직자의 지식이 조직에 남아 새로운 구성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목표"라며 "어떤 신입사원도 베테랑처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환경이었다.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외부 생성형 AI는 업무망 접속조차 차단돼 있었다. 온프레미스 모델만으로는 직원들이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고, 결국 에너지 공공기관 최초로 하이브리드 생성형 AI 서비스 '메이트'를 설계하게 됐다.
메이트는 외부 최신 AI 모델을 업무망에서 쓸 수 있게 한 '웹메이트'와, 사내 표준·규정·매뉴얼 등 약 1만 3000여 개의 내부 문서를 학습시켜 조직 고유의 질문에 답하는 '업무메이트'다.
보안 우려도 넘기 위해 가스공사는 두 가지 장치를 뒀다. 사내 문서의 복사·붙여넣기와 파일 업로드를 원천 차단해 사용자가 타이핑으로만 AI와 대화하도록 한 것이 하나고, 프롬프트에 민감 정보가 담겼는지를 내부 AI가 실시간으로 판단해 차단하는 AI DLP(데이터 유출 방지) 기능이 또 하나다.
서 과장은 "보안 부서와 윗선의 우려가 컸지만 방향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여러 대비책을 준비해 보안성 검토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도입 후 현장에서는 직원들이 인사 정보를 대시보드로 직접 구현하거나 데이터 분석을 스스로 수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향후에는 여러 망에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하는 'AX 데이터 플랫폼' 구축도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0년째 제자리"…HS화성, 끝 그림부터 그렸다
HS화성 허경무 전략정보팀 책임이 꼽은 위기감은 두 가지였다. 제조업이 급성장하는 동안 건설업 생산성은 30년째 정체됐다는 것, 그리고 숙련 기술공의 평균 연령이 50대 중반에 달해 5~10년 안에 핵심 노하우가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허 책임은 "건설업의 본질은 사람이 다치지 않고 약속한 날짜에 약속한 품질을 내는 것"이라며 "AI와 DX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도구일 뿐, 신기술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목표는 베테랑의 머릿속을 조직 자산으로 남기는 것, 현장 기사들이 서류 작성자가 아닌 판단하는 사람으로 돌아오는 것, 경영진이 현장에 가지 않아도 지금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 세 가지로 정해졌다.
로드맵은 3단계로 기획됐다. ERP와 협업 툴 플로우로 데이터를 쌓는 1단계, AI 챗봇 에이전트로 그 데이터를 대화처럼 꺼내 쓰는 2단계, 수주 리스크 분석과 자금 수지 예측까지 가능한 데이터 기반 경영을 실현하는 3단계다. 카카오톡과 개인 엑셀에 흩어져 공사가 끝나면 그대로 사라지던 데이터를 붙잡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현재 HS화성은 2단계를 활용하면서 1단계를 고도화하는 중이라고 한다. 현장에는 사진 한 장을 올리면 하자를 분석하고 관련 법령까지 자동으로 도출하는 '하자 판독 에이전트'가 도입됐고, 오피스에는 지역별 분양 가능성과 적정 분양가를 시뮬레이션하는 '분양성 검토 에이전트'가 운영 중이다.
건설업 AX는 IT·금융처럼 접근하면 실패한다는 것이 허 책임의 진단이다. 전 현장에 한꺼번에 배포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본사 이해도를 먼저 높이고, 테스트베드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모아 최적화한 뒤 다른 현장으로 점진적으로 배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OI를 묻는 질문에도 답했다. 허 책임은 "임원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AX가 당장 인력을 줄여 비용을 아끼는 것이라는 생각"이라며 "단순 반복 업무는 AI에 맡기고 그렇게 번 시간으로 한 명 한 명을 고급 인력으로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