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걸려오던 안부 전화가 어느 날 받아지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바쁜가 보다' 하고 넘어갔을 일이, 이제는 지자체 담당자가 직접 집 문을 두드리는 복지망이 형성되고 있다. 응답이 끊긴 그 순간을 위험의 징후로 읽어내는 촘촘한 그물망을,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1인가구를 향해 짜 내려가고 있다.
거점을 늘리고, 위험군을 따로 관리한다
성남시는 1인가구 지원 거점센터를 2곳에서 5곳으로 늘리고, 고독사 위험군 500명을 따로 추려 집중 관리한다. 성남의 1인가구 비중은 2021년 31.2%에서 2025년 35.1%로 올랐다. 셋 중 하나가 혼자 사는 도시가 된 셈이다. 평택시에서는 청년 1인가구가 5만명을 넘어서자 생활 정보를 묶은 '꿀특강'을 열어 사회 초년생의 막막함을 덜어주고 있다.
청년의 끼니를 챙기는 손길도 곳곳에서 보인다. 서울 관악구는 청년식당 '아토'를 운영해 저렴한 한 끼를 제공하고, 화성시는 청년 건강을 겨냥한 '밸런스UP' 사업을 편다. 시흥시는 새로 전입한 1인가구에게 생활용품을 담은 '웰컴키트'를 건네고, 양주·양평·군산·영양 등은 청년 식생활 지원에 나섰다. 당진시는 '마음배달점' 20곳을, 나주시는 정서적 교감을 돕는 반려식물 보급을 통해 '혼자'의 적막을 메우려 한다.
응답 없으면 자동으로 울리는 경보
기술은 사람의 빈자리를 메우는 보조 인력이 됐다. 충북 단양군과 경북 예천군 등은 AI 돌봄로봇 '효돌'을 보급해, 어르신과 말벗이 되는 동시에 이상 징후를 감지한다. 평소와 다른 움직임이 포착되거나 응답이 없으면 자동으로 경보가 울리는 구조다. 한정된 돌봄 인력을 보완하는 현실적 카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고독사를 막는 마지막 안전망
응급 상황을 조기에 잡아내는 장치도 확산되고 있다. 임실군과 울주군 등은 화재를 초기에 감지하는 응급안전안심 서비스를 1인가구 가정에 설치한다. 충남 보령시는 7월부터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사전 장례주관제를 시행한다. 누구의 배웅도 받지 못한 채 떠나는 일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서울 성동구1인가구지원센터는 한약사봉사회와 협력하여 관내 1인 가구 및 독거노인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약료봉사'를 실시하며 지역사회 건강안전망 구축을 본격화했다. 더불어 전문 약사가 대상자의 가정에 방문해 건강 상태와 복용 중인 의약품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다음과 같은 전문 약학 기반의 맞춤형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혼자 사는 여성'의 안전이라는 사각
1인가구 중에서도 여성의 안전은 별도의 과제로 떠오른다. 한 시민이 여성 1인가구의 주거 보안 강화를 요청하는 청원을 올렸고, 인천 미추홀구는 현관 보조키·창문 잠금장치 같은 안심 장비를 지원한다. 은평구는 호신술 교육을 마련해 위기 상황 대응력을 높였다. '집이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라는 당연한 명제가, 혼자 사는 이들에게는 아직 당연하지 않다.
그래도 남는 사각지대
전국 1인가구가 820만을 넘어선 가운데, 지자체의 손길이 빨라지고 있지만 빈틈은 여전하다. 상당수 지원은 청년·노인에 집중돼 있고, 보훈 대상자나 한부모 등 기존 범주에서 비껴난 1인가구는 정책의 그늘에 머문다. 조례조차 마련되지 않은 지역도 있다. 결국 관건은 데이터와 예산이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혼자 사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춰 자원을 배분하는 일. 문을 두드리는 손이 늦지 않으려면, 그 지도를 먼저 그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