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본지가 보도했던 '선지급 수수료 구조의 민낯'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가 7월 1일 시행됐다.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에게도 초년도 모집수수료 지급 한도를 월납 보험료의 12배로 제한하는 '1200%룰'이 적용되고, 설계사 500명 이상 대형 GA는 보험상품 판매수수료 등급·순위 비교·설명 의무를 새로 지게 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보험 판매수수료 제도개선 사항이 7월 1일 체결되는 계약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4일 금융위가 의결한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의 후속 조치로, 3월 판매수수료 비교공시와 차익거래 금지기간 확대에 이은 두 번째 시행 단계다.
12배 룰, GA까지 확대된 이유
그동안 보험회사가 전속 설계사나 GA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단계에는 1200%룰이 적용됐지만, GA가 소속 설계사에게 재차 수수료를 지급하는 단계에는 이 규제가 미치지 않았다. 이 틈을 이용해 일부 GA는 월납 보험료의 12배를 훌쩍 넘는 수수료나 정착지원금을 앞세워 경쟁사 설계사를 빼오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이 경우 이런 초기 수수료 몰아주기 구조는 설계사가 퇴사하거나 이직하면 남겨진 고객이 방치되는 부작용을 낳아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관 고객은 수익이 없으니 방치되는 구조"라며 새로 배정받은 설계사 입장에서 추가 수입이 없는 고객은 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가입 2년이 지나면 고객이 계약을 해지해도 설계사에게 아무런 페널티가 없어, 국내 보험계약 유지율이 2년 경과 시점 약 70%에 그쳐 싱가포르(96.5%), 일본(90.9%), 미국(89.4%) 등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번 GA 1200%룰 확대는 이 같은 선지급 몰아주기 구조 중 정확히 GA 채널의 사각지대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조치다. 보험사가 GA에 지급하는 단계와 GA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단계 양쪽 모두에 동일한 상한선이 걸리면서, 판매채널 간 규제차익을 노린 과도한 수수료 경쟁의 여지가 줄어들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대형 GA, '수수료 순위' 공개한다
대형 GA의 비교·설명 의무 강화도 함께 시행됐다. 소속 설계사 500명 이상 대형 GA는 보험계약 체결 과정에서 유사 보험상품 간 판매수수료 등급과 순위, 추천 사유를 추가로 설명해야 한다. 수수료 등급은 유사상품군 평균 대비 130%를 초과하면 '매우높음', 70% 이하면 '매우낮음' 등 5단계로 나뉘며, 순위는 낮은 번호일수록 수수료가 저렴한 상품이다. 동일 등급이라도 순위가 높은 상품이 실제로는 수수료가 더 낮을 수 있다.
소비자는 비교설명 확인서를 통해 이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원하는 보험회사 상품이 추천 목록에 없으면 포함해 설명해달라고 요청할 권리도 생긴다. 그동안 소비자가 알 수 없었던 '설계사가 왜 이 상품을 추천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판단 근거가 처음으로 공개되는 셈이다.
'고아 계약' 문제는 그대로다
다만 이번 조치만으로 '설계사가 그만두면 방치되는 고객 문제' 자체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해법은 판매수수료 지급 방식을 선지급에서 분급(분할지급)으로 바꾸는 데 있다. 계약 체결 직후 한꺼번에 지급되던 수수료를 최대 7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고, 계약이 유지되는 동안에만 지급되는 유지관리 수수료를 신설해 설계사가 장기 고객 관리에도 경제적 유인을 갖도록 하는 구조다.
이관받은 고객을 관리하는 설계사에게도 유지관리 수수료가 돌아가게 되면, 지금처럼 '돈 안 되는 고객'으로 방치되는 구조 자체가 바뀔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핵심 제도는 아직 시행 전이다. 설계사 판매수수료 분급은 2027년 1월부터 2028년까지 4년 분급으로 시작해, 2029년 1월에야 본격적인 7년 분급 체제로 전환된다. 즉 오늘 시행된 GA 1200%룰 확대와 대형 GA 비교·설명 의무는 과도기적 조치이고, 고객 방치 구조를 실질적으로 바꿀 분급제도는 앞으로 반년 넘게 더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한국보험대리점협회와 함께 '판매수수료제도 안착 TF'를 지난 1월부터 운영하며 세부 적용기준을 마련해왔고, 각 협회는 이달부터 12월까지 '판매수수료 개편사항 이행 지원센터'를 운영해 위규 사례 제보를 접수한다. 변칙적인 수수료 지급 등 규제 우회행위는 집중 모니터링 대상이며, 중대 위규 사안에는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