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텍스트와 이미지 등 디지털 영역의 변화를 이끈 데 이어, 이제는 로봇과 드론 등 물리적 기기에 탑재되어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행동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의 시대가 진입했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AI 투자 금액 비중이 2022년 9.4%에서 2025년 23.6%로 급증하며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국내 피지컬 AI 생태계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플랫폼과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FM) 개발 기업에 대규모 자본이 집중되는 현상이다. 하드웨어 자체의 제작보다 기계가 물리적 환경을 스스로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AI 인프라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는 결과다.
실제 리얼월드(누적 투자 600억원)와 컨피그인텔리전스(400억원) 등은 초기 시드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며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제조·국방 특화 AI 기업인 마키나락스는 누적 530억원의 투자를 발판 삼아 2026년 코스닥 상장을 완료하며 기술력과 수익 모델을 함께 검증했다.
다만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2026 피지컬 AI 스타트업맵’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피지컬 AI 생태계 내에서 기술 유형과 적용 산업 간의 불균형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전체 조사 대상 149개사 중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분야가 70개사(47%)로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드론·UAM(24개사)과 자율주행(27개사) 분야는 상대적으로 진입 기업 수가 적었다.
AI·SW 플랫폼 영역에서도 제조·산업 도메인이 19개사로 압도적인 쏠림 현상을 보인 반면, 건설·인프라나 농업·식품 분야는 각각 1개사에 그쳐 산업별 도입 속도에 뚜렷한 격차를 나타냈다. 이는 기술적 난이도 외에도 의료, 항공, 방산 등 각 산업에 가로놓인 엄격한 규제와 인증 장벽이 스타트업의 초기 진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균형 속에서도 국내 피지컬 AI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레퍼런스를 쌓아갈 수 있는 배경에는 한국 시장만의 특수한 구조적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근로자 1만명당 로봇 대수가 1012대에 달해 제조업 로봇 밀도 세계 1위를 기록할 만큼 최고 수준의 자동화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급격한 고령화와 현장 인력 공백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맞물리면서 피지컬 AI에 대한 실질적인 수요를 앞당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력 부족이 심각한 농업·식품 분야에는 스마트팜과 수확·관리 로봇을 개발하는 17개 스타트업이 진입해 시장을 넓히고 있으며, 메타파머스가 다목적 농업 로봇으로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또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위험 산업 현장에 특화된 로봇도 주목받고 있다. 양팔 로봇을 제조 라인에 실제 적용한 플라잎이 139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자기흡착 기술로 수직 철제 구조물을 자율이동하는 승월 로봇 기업 디든로보틱스도 디든로보틱스는 자율이동하는 승월로봇으로 2025년 70억원을 유치한 바 있다.
국내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규제 장벽을 넘어서는 기업들이 향후 글로벌 공급망에서 경쟁력 있는 플레이어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