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유통업계 지형을 바꾸고 있다.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이른바 '올다무'로 불리는 세 브랜드가 외국인 매출 급증세를 앞세워 나란히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면서다.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870만명을 넘어서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최고치였던 2019년 기록을 넘어섰고, 올해는 2100만명 돌파 전망까지 나온다.
1조 매출 돌파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도 외국인 매출 성장세
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매장에서 외국인이 결제한 금액을 모두 합치면 처음으로 1조원 선을 넘었다. 2022년 380억원 안팎이던 이 수치가 3년 만에 26배 넘게 불어난 셈이다.
전체 오프라인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2%에서 지난해 28%대로 올라섰다. 이 같은 흐름을 발판 삼아 올리브영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5조8335억원, 영업이익 7447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21.8%, 22.5% 늘었다.
다이소도 외국인 쇼핑 목록에 확실히 올랐다. 운영사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3조9689억원보다 14.3% 늘어난 4조5364억원으로 창사 이후 처음 4조5000억원대에 진입했다. 영업이익은 4424억원으로 19.2% 증가했다. 해외카드 결제 신장률은 2023년 130%, 2024년 50%, 2025년 60%로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명동·홍대 등 관광 상권 매장에는 캐리어를 끌고 온 외국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500원부터 5000원까지 여섯 단계로 고정된 균일가 상품들이 기념품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무신사는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방식으로 외국인 매출 비중을 키우고 있다. 올해 1분기 명동·성수·한남·홍대·부산 서면 5개 로드숍의 외국인 고객 매출 비중은 평균 44%였다. 올해 4월 문을 연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는 개점 50일 만에 누적 거래액 70억원 중 30억원, 약 40%가 외국인 구매로 나타났다. 한중일 연휴가 겹친 지난 5월 초에는 성수·명동 등 상권 매장에서 외국인 매출이 처음으로 내국인 매출을 앞지르는 일도 벌어졌다.
단체에서 개별 관광객으로…SNS 알고리즘이 바꾼 쇼핑 동선
이런 변화의 밑바탕에는 여행 방식 자체의 전환이 있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던 단체관광이 줄고, 개인이 직접 일정을 짜는 이른바 FIT(개별자유여행) 비중이 뚜렷하게 커졌다는 게 관광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유튜브와 SNS로 한국인의 일상 콘텐츠가 퍼지면서, 관광객들이 여행사 없이도 검색만으로 정보를 얻고 원하는 장소를 스스로 찾아다니게 된 결과로 풀이된다.
외국인이 꼽는 인기 관광지 목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 명동과 고궁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홍대·경복궁과 함께 성수동이 새로운 강세 지역으로 떠올랐다.
쇼핑을 넘어선 경험 제공…'체험 1번지' 된 성수동
성수동은 이런 흐름을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 올해 1분기 연무장길 일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보다 두 배 넘게 늘었고,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세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매장에서 피부 진단을 받거나 증강현실 체험 콘텐츠를 즐기고 팝업스토어를 순회하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분위기다.
면세점과 백화점을 중심으로 짜여 있던 예전 쇼핑 동선이 로드숍과 골목 상권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객단가는 낮아졌지만 소비 빈도와 체류 시간이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큰 금액을 한 번에 쓰기보다 여러 곳에서 소액을 자주 결제하는 소비 방식이 자리 잡으면서, 대형 유통사뿐 아니라 골목 상권 소상공인에게도 그 온기가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