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산업에서 AI(인공지능) 활용의 패러다임이 급격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계약서 요약이나 단순 챗봇 도입 등 파편화된 개별 기능 자동화에 머물던 부동산 AI 기술이, 이제는 임대·운영·투자 등 특정 도메인의 전체 업무 흐름(Workflow)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흐름이다.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AI, 로봇, 주거 기능을 하나의 생활권 안에 통합하는 미래형 복합단지 개발이 국립대학 주도로 추진되면서 차세대 도시 모델에 대한 실험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2024년 도쿄공업대와 도쿄의과치과대가 통합해 출범한 국립대학 'Science Tokyo'는 도쿄 도심 메구로구 부지에 지상 39층 규모의 복합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31년 일부 시설 개방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대학이 토지 소유주이자 기획 주체로 전면에 나서고, NTT·히타치·소프트뱅크 등 약 70개 기업이 산학연 협력 구조로 동참한다.
Science Tokyo의 실험이 기존 스마트시티와 구분되는 지점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생활 실험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데 있다.
단지 내 자동화 농장에서 로봇이 채소를 재배하면 이를 단지 식당으로 배송하고, 조리 로봇이 이용자의 웨어러블 기기 센서 데이터와 연동된 건강 상태를 반영해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는 식이다. 이는 기술의 단편적인 시연을 넘어 생산, 유통, 소비로 이어지는 인간의 생활 프로세스 자체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다.
이와 같은 흐름은 최근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가 진단한 '부동산 AI의 실제 가치 창출 영역'과 궤를 같이한다. 맥킨지는 부동산 산업 내 AI 활용의 무게중심이 계약서 요약이나 고객 문의 대응 같은 개별 업무 보조에서 임대, 운영, 자산관리 등 특정 도메인의 업무 흐름 전체를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유지보수 업무의 경우, 단순히 민원 접수를 자동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물인터넷(IoT) 센서 데이터 기반의 사전 예측부터 티켓 접수, 담당자 배정, 작업 관리, 입주자 대응까지의 전체 프로세스를 AI와 사람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도록 연결할 때 실질적인 생산성 개선이 일어난다는 지적이다. 맥킨지는 이처럼 전체 흐름을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AI를 적용할 경우, 순 영업소득(NOI)이나 운영비 등의 성과 지표를 10~30% 수준까지 개선할 수 있으며 가치사슬 전반에서 총 4,300억~5,500억 달러의 잠재 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결과적으로 미래형 복합개발과 프롭테크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화려한 기술의 시연'이나 '물리적 자산 보유 규모'에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 데이터를 어떻게 정비하고 연결할 것인가, 그리고 AI와 로봇을 인간의 업무 흐름 및 실생활 환경과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해 실질적인 손익과 운영 구조의 혁신을 만들어낼 것인가가 향후 부동산 시장 주도권을 결정 짓는 조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