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알못 탈출기] "배터리 회사에 투자했는데, 상장은 다른 회사가 했다"…'중복상장' 이제 원칙적으로 막힌다
[경알못 탈출기] "배터리 회사에 투자했는데, 상장은 다른 회사가 했다"…'중복상장' 이제 원칙적으로 막힌다
  • 김영호
  • 승인 2026.07.0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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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사업부만 쏙 빠져나간 자리에 남겨진 주주들

주식 투자를 시작한 사회초년생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다. 성장성을 보고 어떤 회사에 투자했는데, 정작 그 성장 사업부만 따로 떼어져 별도 법인으로 상장되고 나니 원래 투자했던 회사의 주가는 뚝 떨어지는 경우다.

2020년 한 대기업 배터리 사업부 분할 소식이 알려지자 이틀 새 주가가 72만원대에서 65만원대로 밀려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후 자회사가 별도로 상장하는 과정에서도 모회사 주가는 계속 눌렸고, 한때 97만5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년 만에 45만45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구조를 '물적분할 후 중복상장'이라고 부른다. 회사가 알짜 사업부를 떼어내 100% 자회사로 만든 뒤, 그 자회사를 따로 증시에 상장시키는 방식이다. 모회사 입장에서는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매력적이지만, 문제는 모회사에 이미 투자한 일반주주다.

이들은 자회사 상장으로 신주를 배정받지도 못한 채, 핵심 사업이 빠져나간 모회사 주식만 들고 있게 된다. 이른바 '지주사 디스카운트'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동안은 왜 막지 못했나

이런 방식이 관행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모회사 이사회나 지배주주가 별도의 의무를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회사 상장은 자회사 이사회가 결정할 일"이라는 논리로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조치는 뒷전으로 밀렸다. 상장 심사 기준도 마찬가지였다. 분할 후 상장하는 경우에만 "주주보호 노력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기준이 붙었을 뿐, 인수나 신설을 통한 중복상장에는 일반 심사기준만 적용됐다.

이런 관행이 유독 한국에서 두드러졌다는 점도 데이터로 확인된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시가총액 대비 상장사 간 지분보유 시가총액 비율은 한국이 11.2%로, 미국 0.05%, 일본 4.0%, 중국 2.4%, 대만 2.7%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 해외에서는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 일이 한국에서는 유독 자주 일어났다는 뜻이다.

모회사 이사회에 다섯 가지 의무가 새로 생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7월 6일 이 문제를 정면으로 손보는 세부기준을 공개했다. 핵심은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을 고려하지 않는 비대칭적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엄격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이다.

이를 위해 모회사 이사회에는 상법상 주주충실의무를 구체화한 다섯 가지 의무가 새로 부과된다.

중복상장이 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것부터 시작해,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같은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주주와 소통해 동의 여부를 확인한 뒤 이사회가 찬반 결의를 하고 그 과정을 단계별로 공시하는 것까지가 포함된다. 이 다섯 가지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는 사외이사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 특별위원회의 사전 심의·의결이 필요하다.

동시에 거래소의 상장심사 기준도 강화된다. 자회사가 모회사로부터 영업과 경영 면에서 독립돼 있는지, 모회사 이사회가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일반주주 보호 노력이 충분했는지를 별도로 심사하는 특례심사 기준이 새로 생긴다. 특히 물적분할로 만들어진 자회사는 모회사 주주동의가 필수로 요구된다. 지주사 디스카운트 우려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투자할 때 체크할 것

이번 세부기준은 7월 14일까지 예고기간을 거쳐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통해 최종 시행될 예정이다. 아직 성장 초기 단계인 사회초년생 투자자들에게는, 앞으로 투자할 회사를 고를 때 "이 회사가 나중에 알짜 사업부를 떼어 팔 가능성이 있는가"를 따져보는 것도 하나의 체크포인트가 될 만하다.

 

중복상장 ⓒgettyimagesbank
주식 투자 시 중복상장에 대해 알아보자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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