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방산과 에너지를 양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방산 계열사 한화시스템은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수상정 개발을 통해 미래 해양 전장의 핵심 기술 확보에 나섰고, 에너지 계열사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미국 대형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북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전쟁 양상과 에너지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한화는 두 분야 모두에서 단순 제품 공급을 넘어 플랫폼과 솔루션 중심의 사업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시스템, AI 무인수상정으로 미래 해전 대비
최근 전 세계 해군 전력은 유인 함정 중심에서 AI 기반 무인체계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해상 드론과 무인수상정은 기뢰 제거와 대잠 작전처럼 위험도가 높은 임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는 미래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 주목받는다.
한화시스템은 자체 투자로 개발한 30톤급 무인수상정(USV)을 지난달 부산 가덕대교 인근 해상에서 성공적으로 진수하고 본격적인 시험 운항에 들어갔다.
이번 시험선은 오는 2027년까지 AI 자율운항 기술과 개방형 소프트웨어 구조의 안정성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한다.
한화시스템은 미래 해군의 '해양 유·무인 복합전투체계(Navy Sea GHOST)' 구축에 대응하기 위해 약 700억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이번 30톤급에 이어 전투 임무 수행이 가능한 140톤급 무인수상정도 개발 중이다. 해당 선박은 올해 말 진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 해군 표준 적용…글로벌 시장 겨냥
무인수상정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 해군의 UMAA(Unmanned Maritime Autonomy Architecture) 표준을 충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UMAA는 다양한 무인체계가 서로 연동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소프트웨어 구조로, 글로벌 해양 무인체계 시장의 사실상 표준으로 평가된다.
한화시스템은 앞서 정찰용 무인수상정 '해령'을 통해 국내 기술 검증을 마친 데 이어, 이번에는 UMAA 기반 글로벌 호환성 검증에 나선다.
여기에 AI 기반 자율운항 기술도 고도화한다. 장애물과 표적을 스스로 인식하고 피아를 식별하는 것은 물론, 복잡한 항로와 악천후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운항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또 함정 전투체계(CMS), 통합기관제어체계(ECS), 자율운항 기술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한 전투형 무인수상정도 개발 중이다. 향후 다양한 무장과 군집드론을 탑재해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의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한화큐셀, 미국 최대급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수행
한화의 글로벌 경쟁력은 에너지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한화큐셀은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아틀라스 에너지 파크(Atlas Energy Park)'의 EPC(설계·조달·시공)를 수행하며 북미 재생에너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틀라스 에너지 파크는 미국 사상 최대 규모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총 14개의 태양광 발전소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으로 구성된다. 오는 2028년까지 태양광 발전설비 2.8GW와 ESS 5.7GWh가 구축될 예정이며, 부지 면적은 약 63.66㎢로 여의도의 약 22배 규모에 이른다.
한화큐셀은 프로젝트 전반의 EPC를 담당하는 동시에 태양광 모듈도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직접 개발과 EPC를 수행한 357MW 규모 태양광 발전소 2곳을 지난 5월 매각하면서 발전소 개발부터 시공, 자산 운영까지 수행 가능한 사업 역량을 입증했다.
미국 현지 공급망이 경쟁력
미국에서는 자국산 기자재를 활용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세액공제(ITC)와 국내 콘텐츠 보너스 크레딧(DCBC)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한화큐셀은 조지아주에서 태양광 제조단지 '솔라 허브(Solar Hub)'를 운영하며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뿐 아니라 ESS 공급망도 구축해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안정적인 조달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를 기반으로 한화큐셀은 2017년부터 미국에서 태양광과 ESS EPC 사업을 확대해 왔으며, 현재까지 북미에서 완료했거나 추진 중인 프로젝트 규모는 태양광 11GW, ESS 6GWh를 넘어섰다.
한화큐셀은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과 ESS를 결합한 통합 에너지 프로젝트를 미국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래 인프라 시장 선점 나선 한화
방산과 에너지는 서로 다른 산업이지만, 공통적으로 AI와 플랫폼 기술, 글로벌 표준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글로벌 표준 기반의 무인체계 개발을 통해 미래 해양 방산 시장을 겨냥하고 있으며, 한화큐셀은 현지 생산 기반과 EPC 역량을 앞세워 북미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유문기 한화시스템 해양사업부장은 "글로벌 표준과 AI 자율운항 기술을 내재화한 무인수상정을 통해 국내 해양방산 기술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크리스 호드릭 한화큐셀 EPC사업부문장은 "아틀라스 에너지 파크는 한화큐셀의 EPC 수행 역량과 미국 현지 공급망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라며 "태양광과 ESS를 결합한 통합 솔루션을 통해 북미 시장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방산 무인체계와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앞세운 한화의 투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