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해태가 '아트경영'을 앞세워 K-스낵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제과업계에서 롯데웰푸드, 오리온과 함께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크라운해태는 다른 식품기업과는 결이 다른 경영 철학을 이어왔다. 윤영달 크라운해태그룹 회장이 줄곧 강조해 온 "K팝의 근간은 국악"이라는 신념 아래, 문화예술을 기업 경영의 중심축으로 삼아온 것이다.
과자가 아닌 '문화'를 만드는 기업
크라운해태는 스스로를 단순한 제과회사가 아닌 문화기업으로 정의한다.
그룹이 지난 22년간 국악 진흥과 후원에 투자한 금액은 1000억원을 넘어섰고, 개최하거나 지원한 공연은 2071회에 달한다. 경기도 양주에는 약 100만 평 규모의 조각공원 '아트밸리'를 조성해 국내외 조각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식품기업이 이처럼 장기간 문화예술에 대규모 자원을 투입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드물다.
이 같은 '아트경영'은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이나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제품 개발부터 브랜드 전략까지 관통하는 그룹의 핵심 경영 철학으로 자리 잡아 왔다.
외환위기 속 시작된 국악 후원
크라운해태의 문화경영은 1998년 외환위기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영난을 겪던 윤영달 회장이 북한산에서 우연히 들은 대금 연주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이 국악 후원의 출발점이었다는 것이 그룹이 설명하는 배경이다.
이후 크라운해태는 2004년 전통예술 축제인 '창신제(創新祭)'를 시작했고, 2007년에는 민간기업 최초로 국악단 '락음(樂音)'을 창단했다.
2012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창신제에서는 100명의 명창이 판소리 '사철가'를 함께 부르는 공연으로 월드레코드 인증을 받았으며, 윤 회장이 직접 도창자(導唱者)로 무대를 이끌기도 했다.
국악에서 조각까지…예술로 확장된 '아트경영'
크라운해태의 문화 투자는 국악에만 머물지 않는다.
조각과 회화 등 순수예술 분야까지 영역을 넓혔으며, 양주 아트밸리는 이러한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약 100만 평 부지에 다양한 조각 작품을 전시하며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문화공간으로 조성됐다.
윤 회장이 이러한 경영 철학을 설명할 때 자주 언급하는 개념이 바로 '법고창신(法古創新)'이다. 옛것을 본받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뜻으로,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창신제라는 이름 역시 이 철학에서 비롯됐다.
'법고창신'이 만든 허니버터칩
이 같은 철학은 제품 개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대표 사례가 2014년 출시 이후 '품절 대란'을 일으킨 허니버터칩이다. 짠맛 중심이던 감자칩 시장에 달콤한 버터와 꿀의 풍미를 더한 제품으로, 기존 시장의 공식을 뒤집은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았다. 그룹 내부에서도 이를 '법고창신' 철학이 제품으로 구현된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크라운해태는 2005년 해태제과를 인수하며 국내 제과업계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고, 2017년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K-스낵의 해외 시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아직은 내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크라운제과의 해외 매출은 28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4%, 해태제과는 536억원으로 8.4%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시장 확대 여지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3세 경영과 '아트경영'의 계승
현재 그룹의 3세 경영은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가 이끌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브랜드와 제품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며, 창업 세대가 구축한 '아트경영'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계승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예술에서 얻은 영감을 제품과 브랜드에 녹여내고, 다시 그 성과를 문화예술 후원으로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 이는 크라운해태가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자, K-스낵의 글로벌 시장 확대 과정에서 어떤 경쟁력을 보여줄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