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잇단 사고에 멈춘 HD현대중공업…5년간 무슨 일이 있었나
[뉴스줌인] 잇단 사고에 멈춘 HD현대중공업…5년간 무슨 일이 있었나
  • 정단비
  • 승인 2026.07.2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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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재해 1000일' 목표는 왜 무산됐나

HD현대중공업이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울산·군산 전 사업장의 생산을 중단하고 '안전 셧다운'에 들어간다. 29일 전 직원 특별안전교육을 시작으로 30~31일에는 전 사업장 생산을 멈추고 위험성 평가를 다시 실시하며, 고위험 공정 전면 재점검과 안전·방재 설비 개선을 병행한다. 위험 요인이 해소되지 않은 공정은 재가동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열흘 새 발생한 두 건의 사망사고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 지난 18일 울산조선소에서는 협력업체 소속 20대 우즈베키스탄 노동자가 LNG운반선 화물창 내부에서 곤돌라와 상부 구조물 사이에 끼여 숨졌다. 24일에는 군산조선소 판넬공장에서 근로자가 러그와 러그취부기 사이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23일에는 타워크레인 훅이 약 30m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올해 들어서만 HD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중대재해가 세 건에 이른다.

문제는 이번 셧다운이 '일회성 위기 대응'으로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사고 이력을 5년 단위로 되짚어보면, 안전 관리 체계가 반복적으로 한계를 드러내 온 정황이 뚜렷하다.

끊이지 않은 산업재해

고용노동부 발표 자료를 보면 HD현대중공업에서는 2016년 5명, 2017년 2명, 2018년 3명, 2019년 3명, 2020년 4명, 2021년 4명의 산업재해 사망자가 매년 꾸준히 발생했다. 회사가 지난 1월 공시한 투자설명서 기준으로는 중대재해가 2020년 4건, 2021년 3건, 2022년 2건 발생했다.

2022년 4월 폭발 사고 이후 2023년 말까지 약 1년9개월간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자, 회사는 2024년 초 '중대재해 없는 1000일 달성'을 안전 목표로 내걸었다. 그해 12월 27일까지 무재해를 이어가면 1000일을 채우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목표를 선언한 지 한 달여 만인 2024년 2월 12일 울산조선소에서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S) 상부 구조물을 옮기던 중 철제 구조물이 무너지며 근로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1000일 무재해 목표는 선언 직후 무산됐다. 같은 해 10월 26일에는 30대 노동자가 메탄올 탱크 밀폐공간에서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2025년에는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2026년 들어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4월 9일 울산조선소에서 정비 중이던 잠수함 내부에서 불이 나 협력업체 근로자 1명이 숨졌고, 7월 18일과 24일 잇달아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올해만 세 건의 중대재해가 확인됐다.

조선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엠엔에스(HD현대M&S)에서도 7월 9일 크레인에서 추락한 작업자가 숨지고, HD현대삼호에서도 6월 22일 접안 작업 중 계류 로프에 맞아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HD현대그룹 조선 계열사 전반에서 올해 발생한 사망사고는 다섯 건에 달한다.

협착·질식·화재…반복되는 위험 패턴

사고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몇 가지 패턴이 겹친다. 고소작업 중 협착·추락 사고가 두드러진다. 이번 달 발생한 곤돌라 끼임 사고, 2024년 FPS 구조물 붕괴 사고, 2026년 7월 타워크레인 훅 낙하 사고 모두 대형 구조물을 다루는 고위험 공정에서 벌어졌다.

밀폐공간 질식(2024년 메탄올 탱크 사고), 화재(2026년 잠수함 화재), 협력업체 근로자의 반복적 피해도 공통된 흐름이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사망사고 다수가 원청이 아닌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에게 집중돼 있으며, 이번 곤돌라 사고의 희생자 역시 외국인 이주노동자였다.

노조는 사고 재발의 원인으로 위험이 하청 구조로 전가되는 관행을 지목한다. 곤돌라 이동 반경 안에 추가 구조물(족장)이 설치되면서 과상승 방지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는데, 새로운 구조물이 설치될 때마다 위험성 평가를 다시 실시했어야 한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아울러 노조 측은 지난해 2024년 12월 골리아스 8호기 전기 폭발 사고에 대해 사측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을 피하기 위해 산재를 당한 노동자의 치료를 조기 중단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재해를 축소했다는 주장이다.

'신안전 비전' 선언 이후에도 계속된 사고

HD현대그룹은 정기선 회장 취임 이후 2025년 12월 '신안전 비전'을 선포하며 안전 문화 구축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선언 이후에도 계열사에서 사망사고가 이어지면서, 안전 최우선 경영이 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이번 안전 셧다운은 예정된 여름휴가와 맞물려 약 2주간의 조업 공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생산 능력과 이익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전 사업장을 멈추는 것은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HD현대중공업 측은 위험요인이 완전히 해소된 공정부터 단계적으로 재가동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5년간의 사고 흐름이 보여주듯, 무재해 목표를 선언하고 중대재해 '0건'을 기록했던 해(2023년, 2025년) 이후에도 다시 사망사고가 반복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흘간의 조치가 구조적인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특히 협력업체·외국인 노동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용 형태에 사고가 집중되는 패턴이 이번 셧다운을 계기로 실질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번 사고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모든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다"며 "생산제일주의 경영과 위험 외주화·이주화, 정부 방조와 사법부 편향된 판단 앞에 더 이상 노동자 목숨을 내맡기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CI=HD현대중공업
CI=HD현대중공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