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된 가운데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로 공유하는 요구안을 확정하며 임금 교섭 시즌 출발을 알렸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울산 본사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을 통과시켰다. 요구안에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과 함께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 공유, 휴양시설 유지를 위한 경상비 20억원 출연이 담겼다. 통상임금 산입 범위 확대와 신규 채용 요구도 포함됐다.
요구 규모를 수치로 보면 적지 않다. 2025년 HD현대중공업 영업이익을 약 2조원으로 계산하면 30%는 약 6000억원 규모이고, 이를 전체 조합원 수로 나누면 1인당 약 75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더해 조선업종 노조연대(조선노연) 차원에서는 회사가 인공지능(AI) 기술을 공정에 도입할 때 노조와 합의를 거쳐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스마트야드와 AI 기반 생산관리 시스템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자동화에 따른 인력 재배치 문제가 임금 교섭의 새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노조는 조만간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하고, 다음 달 교섭 상견례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요구는 실적 호황의 연장선에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연간 영업이익률 11.6%를 기록하며 동종사(8%대)를 크게 앞질렀다. 2026년 1분기에도 영업이익 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5.7% 늘었다. 조선업 슈퍼사이클에 따른 고선가 수주가 실적으로 이어지는 시점에서, 조선업 회복기의 수익을 현장 노동자와 나눠야 한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올해 교섭의 또 다른 쟁점은 사내하청노조다. 하청노조는 지난달 사측에 임금 14만9600원 인상, 8시간 1공수(일당) 인정, 원청과 동일한 성과급 지급을 담은 교섭 요구안을 보냈다. 올해 처음으로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을 직접 상대로 교섭에 나서는 것이다.
이 배경에는 올해 3월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이 있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했다. 조선소 전체 직원 중 하청 비중이 60~70%에 달하는 조선업의 특성상 파급력이 크다.
다만 사측은 하청노조가 사내 협력업체별 정확한 조합원 수를 제시해야 교섭 요건이 충족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은 아직 구체적인 교섭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원하청 노조는 공동으로 지난 13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교섭안 설명회를 열었다.
한편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는 조선업에만 국한된 흐름이 아니다. 현대차 노조가 2025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고, SK하이닉스가 영업익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자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익 15%를 요구하며 맞받는 식으로 산업계 전반에서 이익 연동 성과급 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조선업은 대규모 수주잔고를 소화하기 위해 생산 인력 확보가 절박한 시점이다. 임금 교섭이 장기화되거나 갈등으로 번질 경우 납기 차질로 이어질 수 있어 사측의 부담도 적지 않다. 실적 호황의 과실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하청의 원청 교섭을 어떤 방식으로 수용할 것인지가 올해 조선업 임단협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