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talk] 세라젬, 협력사 기술자료 中법인에 넘겨...'안일함'인가 '갑질'인가
[이슈talk] 세라젬, 협력사 기술자료 中법인에 넘겨...'안일함'인가 '갑질'인가
  • 정단비
  • 승인 2026.08.0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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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법 위반으로 과징금 4억3200만원 부과

세라젬이 협력업체의 기술을 무단으로 중국 계열사에 넘긴 혐의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6일 세라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32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세라젬의 2023년 매출액 4387억4300만원의 약0.1% 수준에 불과한 금액이다. 액수만 보면 세라젬 입장에서 큰 부담이 아닐 수 있지만, 드러난 사실을 들여다보면 액수로 가늠할 문제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제재는 세라젬의 실적이 꺾이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세라젬의 매출액은 2022년 6436억1800만원에서 2023년 4387억4300만원으로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2021년 517억7800만원에서 2023년 181억4400만원으로 3년 새 3분의1 이하로 감소했다. 실적이 흔들리는 와중에 협력사 기술까지 무단으로 유용한 정황이 겹친 셈이다.

협력업체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계약 관행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세라젬은 2019년 8월 20일부터 2024년 1월 8일까지 12개 수급사업자와 17건의 금형 제작 위탁계약을 맺으면서, 협력업체가 직접 설계한 금형도면의 지식재산권을 세라젬 소유로 못박는 특약을 계약서에 넣었다. 

세라젬은 심의 과정에서 "금형제작과 관련된 지적재산권은 갑(세라젬)의 소유"라는 계약 조항이 있고 설계비를 지급했으니 문제없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견적서상 설계비는 금형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의 세부 항목일 뿐, 소유권을 넘겨받는 대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돈을 줬으니 소유권까지 당연히 넘어온다는 인식 자체가, 하도급 관계에서 협력업체를 대등한 거래 상대가 아니라 부품 조달처 정도로 여기는 시각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협의 없이 中 계열사로 넘어간 기술자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라젬은 이렇게 확보했다고 주장한 권리를 근거로, 자사가 지분 70%를 보유한 중국 계열사 천진세라젬의료기계유한공사의 현지 개발을 위해 2021년 12월 3일부터 2023년 8월 11일까지 협력업체 3곳에 금형도면 33건을 요구해 받아냈다. 그리고 2023년 10월 5일과 12일, 이 중 7건을 협력업체와 아무런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중국법인에 그대로 전달했다.

자신이 만든 도면이 협의도 없이 해외 계열사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협력업체들이 사후에 알았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이는 단순한 계약 위반을 넘어선 문제다. 더구나 넘겨받은 곳이 세라젬이 지분 70%를 가진 계열사라는 점에서, 이 거래가 협력업체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세라젬 그룹 전체의 편익만을 위해 이뤄졌다는 사실도 추측할 수 있다. 

법이 정한 최소 절차마저 지키지 않았다

세라젬의 문제는 계약 구조에만 있지 않다. 공정위는 세라젬이 2021년 1월 26일부터 2022년 3월 30일까지 한 협력업체에 모터 부품의 외형도 1건과 사양서 1건을 요구하면서, 요구 목적과 권리 귀속 관계를 명시한 기술자료 요구서면조차 교부하지 않은 사실도 함께 적발했다.

기술자료 요구서면은 하도급법이 분쟁 예방을 위해 의무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정당한 대가"라는 말의 무게

세라젬은 금형도면과 외형도, 사양서가 자신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니 협력업체의 고유 기술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공정위는 협력업체가 위탁받은 부품이 원사업자 제품의 일부인 이상 원사업자의 기술이 일부 반영되는 것은 하도급 거래의 본질적 특성이며, 그 안에 협력업체의 고유 기술과 노하우가 투영됐다면 이는 협력업체의 기술자료에 해당한다고 못박았다.

원사업자가 제공한 스펙 안에서 작업했다는 이유로 결과물의 소유권까지 당연시하는 태도는, 을의 입장에 선 협력업체들이 오랫동안 겪어온 불공정 관행의 전형이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합의 없는 특약 설정이나 단순 설계비 지급만으로는 협력업체의 기술자료 권리를 일방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세라젬 로고
사진=세라젬 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