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엔비디아의 전략적 협력이 구체적인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사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AI 팩토리, 모빌리티를 협력 분야로 정하고 실제 생산현장과 인프라에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LG는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에 계열사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역량을 결집해 피지컬 AI 관련 레퍼런스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LG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엔비디아 본사에서 구광모 ㈜LG 대표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략적 사업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이뤄진 양사 최고경영진 회동 이후 실무 논의를 구체화한 결과다.
LG가 선물한 미니어처 휴머노이드 로봇에 구광모 대표와 젠슨 황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의 사인이 담겨있다.
내년 1분기 휴머노이드 공개…생산라인 실증도
가장 먼저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분야는 로봇이다.
LG는 2027년 1분기 공개를 목표로 엔비디아의 휴머노이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인 ‘아이작 그루트(Isaac GR00T)’ 기반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한다.
로봇 하드웨어에는 LG 계열사의 기술을 결집한다. LG전자는 액추에이터, LG이노텍은 센서,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분야에서 각각 역량을 제공한다. 엔비디아의 AI 기술과 LG 계열사의 부품·제조 역량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온보드 AI 연산에는 엔비디아의 ‘젯슨 토르(Jetson Thor)’를 활용한다. 로봇의 인지·추론과 행동 제어에는 아이작 그루트를 적용하고, 물리적 안전성과 시스템 보안을 지원하는 ‘헤일로스 포 로보틱스(Halos for Robotics)’도 기반 기술로 활용한다.
LG가 주목하는 부분은 실제 현장 검증이다.
LG는 올해 중 휠 베이스 형태의 ‘LG CLOiD’를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 생산라인에 투입해 개념검증(PoC)을 진행할 계획이다. 실제 제조 환경에서 로봇의 작업 수행 능력과 활용성을 검증하고, 이후 글로벌 생산시설과 가정·상업공간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LG CNS는 로봇 플랫폼 ‘피지컬웍스(PhysicalWorks)’를 기반으로 데이터 수집·생성부터 학습과 검증까지 연결하는 ‘피지컬 AI 데이터 팩토리’ 구축을 위한 기술 협력을 추진한다.
LG는 로봇 실증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제조 현장 경험을 자체 개발 중인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고도화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AI 팩토리로 확대…‘One LG’ 역량 결집
두 번째 협력 분야는 AI 팩토리다.
LG는 엔비디아의 ‘DSX’ AI 팩토리 아키텍처에 계열사들의 냉각·전력·배터리·IT 역량을 결합한다. LG전자의 냉각 기술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LG CNS와 LG유플러스의 설계·운영 역량, LS의 전력 솔루션 등을 하나의 사업 역량으로 묶는 구상이다.
우선 2027년 상반기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 루빈(Vera Rubin)’을 기반으로 LG의 냉각·전력·IT 기술을 적용하고 검증하는 레퍼런스 사이트를 구축한다.
이후 2028년 상반기에는 충청남도 천안에 80MW 규모 AI 팩토리로 확대 구축할 계획이다. 서버·냉각·전력 등 인프라를 모듈 형태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패브(Prefab) 방식을 적용해 건축 기간을 20% 이상 단축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LG는 AI 팩토리 구축·운영 과정에서 냉각, 전력, 설계, 운영 등을 통합한 ‘One LG’ 솔루션의 기술력을 검증하고 향후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AI 팩토리는 피지컬 AI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고도화하는 기반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전장에서 자율주행으로…모빌리티 사업 확대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LG전자의 기존 전장 사업을 자율주행 영역으로 확대한다.
LG는 엔비디아의 ‘DRIVE Hyperion’ 플랫폼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와 차량용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합해 차세대 AIDV(AI-Defined Vehicle)용 고성능 컴퓨팅(HPC) 플랫폼 개발을 추진한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차량용 소프트웨어 등을 중심으로 전장 사업을 확대해왔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과 차량용 컴퓨팅 플랫폼을 결합해 자율주행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 기능과 차량 내 AI 서비스를 통합한 차량용 솔루션을 개발하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공급 기회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엔비디아 AI와 ‘One LG’ 결합…현장 적용이 관건
이번 협력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양사의 강점이 서로 보완된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AI 연산 플랫폼과 로봇·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제공하고, LG는 가전과 부품, 배터리, 전장, 통신, IT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제품과 생산현장을 보유하고 있다.
휴머노이드에서는 엔비디아의 로봇 AI 기술에 LG 계열사의 액추에이터·센서·배터리를 결합한다. AI 팩토리에서는 냉각과 전력, 설계·운영 기술을 묶고, 모빌리티에서는 기존 전장 역량에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더한다.
이번 협력은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을 LG가 보유한 제조·부품·인프라·전장 사업에 연결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검증하는 단계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로봇 분야에서는 올해 테네시 공장 실증과 2027년 1분기 휴머노이드 공개가 주요 일정이다. 실제 제조환경에서 확보하는 데이터와 실증 경험이 향후 로봇 기술 고도화와 사업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구광모 ㈜LG 대표는 “AI 팩토리, 피지컬 AI, 모빌리티 분야에서 함께 할 과제가 명확해졌다”며 “산업을 선도하는 레퍼런스 구축을 통해 AI 확산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도 LG의 제품 엔지니어링 및 제조 분야 역량과 엔비디아 기술을 결합해 로봇, AI 팩토리, 자율주행차의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협력 방향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