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이 상반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인공지능(AI) 중심의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오피스 고객의 AI 전환을 확대하는 동시에 에이전틱 OS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국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특히 AI 제품 매출이 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선 가운데, 하반기에는 에이전틱 OS의 베타 공개와 글로벌 사업 확대가 예정돼 있다.
한컴은 14일 공시를 통해 별도 기준 상반기 매출 98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한 규모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영업이익은 3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31.5%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당기순이익은 407억원으로 23.3% 증가했다.
2분기만 보면 매출 성장세가 더욱 뚜렷하다. 별도 기준 2분기 매출은 5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하며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34억원, 영업이익률은 25.7%를 기록했다.
연결 기준 상반기 매출은 18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29억원으로 7.6% 감소했고, 순이익은 310억원으로 43.4% 증가했다. 한컴라이프케어의 방산·소방 부문 실적 확대가 연결 매출 성장을 뒷받침했다.
AI 제품 매출, 지난해 연간 실적 넘어
이번 실적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AI 사업의 성장세다.
한컴의 상반기 AI 제품 매출은 134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연간 AI 매출 89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AI 제품 매출 비중도 1분기 11.4%에서 2분기 15.7%로 확대됐다.
전체 B2B 고객 가운데 AI 패키지를 도입한 비중 역시 1분기 4.2%에서 2분기 6.2%로 상승했다.
한컴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오피스 패키지를 출시하는 대신 기존 구독형 서비스에 AI 기능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제품 전략을 전환했다.
핵심은 기존 고객 기반을 활용한 업셀링이다. 이미 한컴오피스를 사용하는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AI 기능을 추가 판매해 신규 고객 확보에 따른 영업비용 부담을 낮추면서 AI 매출을 확대하는 구조다.
실제 B2B 고객의 AI 패키지 도입 비중이 상승하면서 사업 전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컴은 구독 갱신 고객이 AI 패키지를 함께 선택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컴은 올해 AI 매출 목표를 315억원으로 제시한 만큼 상반기 실적은 연간 목표 달성 여부를 가늠할 첫 번째 분기점이 됐다. 상반기에 이미 134억7000만원을 기록하면서 연간 목표의 약 43%를 확보한 상태다.
에이전틱 OS, 하반기 성장동력으로
한컴이 AI 사업에서 다음 단계로 추진하는 것은 에이전틱 OS다.
한컴은 올해 3분기 중 에이전틱 OS 베타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공공·금융 등 기존 대형 고객을 대상으로 개념검증(PoC)을 추진하며 실제 업무 환경에서의 적용 가능성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한컴은 지난 5월 ‘소버린 에이전틱 OS’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단순 생성형 AI 서비스를 넘어 여러 AI 에이전트를 조율하고 기업과 기관의 데이터 주권과 보안을 통제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확보한 AI 사업 레퍼런스도 에이전틱 OS 확장의 기반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컴은 국회 빅데이터 플랫폼 ‘AI국회’ 1단계 사업을 수주해 한컴피디아와 한컴어시스턴트를 공급했다. BGF그룹 AI 지식검색 시스템 구축과 한국서부발전 생성형 AI 사업도 확보했다. 한국수력원자력에는 자체 플랫폼 ‘하이누리’와 연계해 한컴어시스턴트를 공급했다.
특히 공공기관과 공기업, 금융·대기업 등 보안 수준이 높은 분야에서 AI 구축 사례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향후 에이전틱 OS 사업 확대에 활용될 수 있다.
한컴은 이 같은 산업별 레퍼런스와 기존 20만 고객 기반을 활용해 에이전틱 OS 상용화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폴란드 거점으로 유럽 시장 공략
글로벌 시장에서는 유럽을 우선 공략한다.
한컴은 지난 6월 폴란드 국가공인 R&D 센터 7불스와 소버린 에이전틱 OS의 유럽 현지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5월에는 폴란드 AI 기업 알고마인과 협력해 현지 공공부문 고객을 대상으로 PoC에 착수했다.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인력도 확보했다.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DACH) 권역 영업 전문가를 영입하며 현지 고객 발굴과 사업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사무용 AI 넘어 피지컬 AI로
에이전틱 OS의 적용 범위는 소프트웨어를 넘어 피지컬 AI로도 확대된다.
한컴라이프케어는 지난 12일 프랑스 로봇 기업 샤크로보틱스와 5년간 소방 로봇 국내 독점 판매 및 기술 개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대상은 대형 소방·구조 로봇 ‘콜로서스’와 방화문 차단 로봇 ‘라이노 프로텍트’다. 양사는 연말까지 로봇과 에이전틱 OS를 연동한다는 계획이다.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 구역과 진입 경로 등을 지휘부에 전달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한컴의 AI 사업이 문서 작성과 업무 자동화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 영역으로 확장되는 사례다. 향후 물류·건설·방산 등 산업용 로봇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컴인스페이스 매각으로 AI 투자 재원 확보
AI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여력도 확보했다.
한컴은 지난 6월 18일 보유하고 있던 한컴인스페이스 지분 26.08%(309만4234주)를 매각하고 319억원을 확보했다. 2020년 한컴인스페이스 편입 이후 약 6년 만에 투자수익률 269.9%를 실현했다.
한컴인스페이스 지분 매각은 상반기 순이익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순이익이 23.3% 증가했다는 점을 본업의 수익성 개선만으로 해석하기보다는 투자 관련 이익이 반영된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컴은 확보한 재원을 에이전틱 OS 개발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현지 고객 발굴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한편 한컴은 3분기 에이전틱 OS 베타 공개를 시작으로 기존 오피스 고객 기반의 AI 전환, 유럽 시장 진출, 피지컬 AI 사업 확대를 동시에 추진한다. 안정적인 오피스 사업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을 AI 신사업에 재투입하면서 사업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바꿀 수 있을지가 향후 기업가치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