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실종 신고자로 접수됐던 이들의 시신이 사흘 사이 4구나 잇따라 발견되면서, 혼자 여행을 다니거나 혼자 사는 20~30대 사이에서 동요가 커지고 있다. 경찰이 초동 대응 단계에서 사건을 임의로 종결 처리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혼행'을 계획했던 이들 사이에서는 "무서워서 제주도 가겠나"는 반응까지 나온다.
발단은 지난 5월 제주시 한림읍에서 실종된 30대 여성 장 모 씨 사건이다. 장 씨는 지난 5월 12일 밤 휴대전화만 들고 숙소를 나선 뒤 연락이 끊겼고, 사흘 뒤 연인이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담당 경찰관은 신고 접수 두 시간여 만에 본인과 연락이 닿았다며 사건을 종결했지만, 실제로는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석 달 넘게 행방이 묘연했던 장 씨는 지난 24일 자신이 머물던 숙소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신고 후 100일이 넘게 지난 시점이었다.
혼자 여행하거나 혼자 지내는 사람들이 이 사건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동행이 없으면 이상 신호를 가장 먼저 알아챌 사람도, 신고 이후 상황을 확인하고 다그칠 사람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 씨 사건에서도 최초 신고 이후 담당 경찰관의 말만 믿고 기다리다 상황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혼자 다니는 사람일수록 신고와 대응 과정에서 경찰 시스템에 의존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는데, 그 시스템이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같은 경찰관이 처리한 또 다른 실종 신고도 비슷한 방식으로 종결됐던 사실이 함께 드러났다. 지난달 초 실종 신고된 60대 남성은 가족이 경찰의 안전 확인을 두 달 가까이 기다리다 다시 신고한 다음 날,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여기에 애월읍 계곡과 조천읍 해상에서도 각각 실종 신고자로 추정되는 시신이 나오면서, 22일부터 24일 사이 제주에서만 시신 4구가 확인됐다. 해당 경찰관이 실종수사팀에서 근무하며 처리·종결한 신고는 모두 298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돼, 경찰은 전수조사에 나선 상태다.
사건이 알려진 뒤 SNS에서는 나 홀로 제주 여행이나 제주 이주를 고민하던 이들의 불안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한 제주도 거주민은 SNS를 통해 제주 지형의 특수성을 짚으며, 아무리 포장된 길이라도 혼자 다니는 것을 피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여행지에서든 일상에서든 혼자 다니는 상황 자체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조언이었다.
물론 이번 사건의 본질은 경찰의 부실 대응이지, 혼자 다니는 행위 자체에 있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이를 알아채고 신고할 사람이 곁에 없는 혼행족·1인가구일수록, 초동 대응이 부실할 경우 그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접수된 성인 실종 신고는 7만건을 넘는데, 이 가운데 99.7%는 별도 수색 없이 종결됐다. 그중에서도 89.4%는 하루 만에, 99%는 한 달 안에 처리가 마무리됐다. 대다수가 자진 귀가나 단순 소재 확인으로 끝나는 경우이긴 하지만, 접수 단계에서부터 '단순 가출'로 단정 짓는 관행이 실제 위험 신호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정치권도 여야 구분 없이 경찰을 질타하고 나섰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은 이번 사태를 반복적인 업무 부실로 규정하며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고, 야당 의원들도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경찰을 견제할 장치가 사라진 점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폈다.
파장은 청와대까지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신 발견 다음 날인 지난 24일 경찰 조사 과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고, 이튿날인 25일 국무회의에서는 경찰의 기강 해이와 치안 현장의 무책임 문제를 강도 높게 질타하며 국무총리실에 경찰개혁기구 구성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지난 5월 광주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해사건(장윤기 사건)에서도 경찰이 증거를 은닉하거나 축소 수사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에 제동이 걸린 바 있는데, 두 사건이 겹치면서 경찰의 수사권 남용과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 전·현직 지휘라인 4명도 이번 사태로 대기발령 조치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사태 이후 전국 경찰서에 실종사건 수사 강화 계획을 하달해, 담당자가 실종 해제를 요청하면 관리자가 사유를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도록 이중 확인 절차를 도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주도 역시 공공 폐쇄회로(CC)TV 영상 보존 기간을 늘리고 인공지능(AI) 기반 연안 감시체계를 보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혼자 여행하고 혼자 지내는 이들이 "믿고 다닐 수 있다"고 느끼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