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AI 전환(AX)의 실행 현장을 직접 찾았다. 지난 6월 ‘AX 중심 경영 대전환’을 강조한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이번 행보는 AI를 새로운 사업으로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대규모로 구축하는 AI 인프라를 기존 사업의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으로 연결하려는 SK의 전략을 보여준다.
최 회장은 9월 10일 SK AI 데이터센터 울산과 SK이노베이션 울산CLX를 잇달아 방문해 AI 인프라 구축과 제조 현장의 AX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 CEO들도 함께 현장을 찾았다.
이번 방문에서 주목할 부분은 데이터센터와 제조 현장을 한 번에 살폈다는 점이다. AI를 실제로 활용하려면 연산 인프라가 필요하고, 구축한 인프라의 사업적 가치를 만들려면 이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 SK가 추진하는 ‘AI 풀스택 프로바이더’ 전략도 이 같은 연결을 전제로 한다.
최태원 “두 현장이 하나로 이어져야”
최 회장 역시 이번 현장 방문에서 데이터센터와 제조 현장의 연결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을 두고 “우리나라 AI 발전의 초석이 되는 AI 인프라 시설”이라며 자긍심을 갖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건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울산CLX에 대해서는 “SK그룹의 근간인 SK이노베이션의 심장”이라며 구성원들에게 “SK그룹의 AX 혁신까지 이끌어 달라”고 격려했다.
특히 최 회장은 두 현장의 역할을 연결해 “AI 인프라의 상징인 SK AI 데이터센터 울산과, 그 AI를 실제 생산에서 구현해내는 SK이노베이션 울산CLX가 결국 하나로 이어져야 SK가 지향하는 ‘AI 풀스택 프로바이더’가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SK의 AI 전략이 데이터센터 구축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사업 현장의 변화까지 연결돼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최 회장이 이번 방문에서 인프라와 제조 현장을 함께 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울산 데이터센터, AI 인프라 구축의 출발점
최 회장이 먼저 찾은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은 SK그룹이 추진하는 AI 인프라 사업의 핵심 거점 가운데 하나다.
SK그룹에 따르면 울산 데이터센터는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AWS와 함께 구축하고 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SK케미칼, SK하이닉스, SK AX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해 그룹의 AI 관련 역량을 결집하는 사업이다.
SK는 전국에 총 15GW 규모의 AI 인프라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데이터센터를 GW급 규모로 확장하고 영남권에 2GW 이상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AI 시대에 필요한 연산 인프라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제조 현장에서는 ‘AI+사람’ 모델 실험
최 회장은 데이터센터에 이어 SK이노베이션 울산CLX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AI를 정유·화학 생산 현장에 적용하는 제조 AX가 진행되고 있다.
울산CLX는 공정 최적화와 안전관리, 에너지 효율화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듀얼 브레인’은 AI의 데이터 분석 능력과 현장 엔지니어의 경험을 결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AI가 울산CLX의 공정과 설비를 상시 감지·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장 인력이 판단하고 대응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SK가 AX를 바라보는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제조업에서는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 자체보다 실제 생산 과정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개선하고 비용과 위험을 얼마나 줄이는지가 중요하다. 수십 년간 축적된 현장 경험을 AI가 가진 데이터 분석 능력과 어떻게 결합하느냐도 AX 성과를 좌우할 요소다.
최태원의 AX, ‘도입’에서 ‘활용’으로
SK가 제시한 ‘AI 풀스택 프로바이더’ 전략은 반도체에서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서비스, 제조 AX까지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K하이닉스의 메모리 경쟁력과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등의 AI·통신 역량, 에너지 사업과 제조 현장을 하나의 AI 생태계로 연결하려는 구상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각 사업이 따로 AI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AI 인프라에서 만들어진 역량을 실제 사업 현장의 변화로 연결하는 것이다.
최 회장이 지난 6월 AX 중심 경영으로의 전환을 강조한 이후 이번에 직접 현장을 찾은 것도 이러한 실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SK의 AI 전략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로 들어가면서 향후 시장이 주목할 부분도 달라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AI 데이터센터 구축 규모나 관련 투자 계획이 주로 부각됐다면 앞으로는 AI를 통해 실제 생산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에너지 사용량이나 운영비용을 얼마나 줄였는지, 새로운 사업과 고객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등 구체적인 결과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제조 AX는 AI를 도입했다는 사실만으로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공정 효율과 안전성, 에너지 사용량 등 실제 경영지표가 개선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