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최태원 SK 회장이 그리는 미래…AI가 일하고, 사회문제 해결이 돈이 되는 세상
[인사이트] 최태원 SK 회장이 그리는 미래…AI가 일하고, 사회문제 해결이 돈이 되는 세상
  • 정단비
  • 승인 2026.10.1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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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로 돌아가면 무조건 창업”…반도체 대신 인류 난제 해결 도전
AI 시대, 지식보다 문제 해결 능력 강조…직업·교육 변화 전망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 인간은 무엇으로 돈을 벌고 기업은 어디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야 할까.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내놓은 답은 '문제 해결'이다.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면 그 성과에 따라 경제적 보상을 받고, 개인은 AI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국가 역시 기술 개발과 기존 산업 육성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한다.

최 회장이 생각하는 미래 경제의 모습이다.

최 회장은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닷새간 방송된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시즌6에서 'AI와 새로운 자본주의 그리고 청년'을 주제로 강연했다.

세 차례 강연과 두 차례 청년들과의 대화를 통해 AI 시대의 일자리와 교육, 사회적 가치에 대한 보상, 한일경제연대 등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방안을 제시했다.

각각 다른 주제지만 관통하는 생각은 하나다. 기술 발전을 그 자체로 끝내지 않고 실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해야 새로운 경제적 가치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EBS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EBS 제공)

“20대로 돌아가면 무조건 창업”…최태원이 선택한 미래 산업

최 회장이 생각하는 미래의 사업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그는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냐는 청년의 질문에 “일단 저는 무조건 창업을 할 겁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반도체를 하는 창업은 아닐 것”이라며 인류가 직면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예로 든 분야는 물 부족과 탄소 배출, 식량 부족 등이다.

기존 방식으로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새로운 농사법을 개발하거나 인공식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방안까지 고민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발언에서 주목할 부분은 특정 산업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창업을 고민할 때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나 유망 기술부터 살펴보기 쉽다. 반면 최 회장은 해결해야 할 문제를 먼저 찾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사업 방식을 선택하겠다는 접근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고령화로 돌봄 인력이 부족해지면 돌봄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기술에 수요가 생길 수 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탄소 배출 비용이 높아지면 이를 줄이는 기술 역시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사회문제가 새로운 시장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라고 해서 반드시 수익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업으로 성장하려면 서비스 이용자나 정부, 기업 등 비용을 부담할 주체가 있어야 한다.

최 회장의 구상은 이러한 사회적 수요가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으로 이어지도록 보상 구조를 만들자는 데까지 연결된다.

사회문제 해결에 돈을 지급한다…새로운 자본주의 실험

최 회장이 강조해 온 '사회적 가치'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업은 일반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해 매출을 올리고 이익을 창출한다. 그러나 사회에는 필요한 활동임에도 충분한 경제적 보상을 받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취약계층의 생활을 돕거나 환경오염을 줄이는 활동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활동은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지만, 그 효과가 해당 기업의 매출이나 이익으로 모두 돌아오지는 않는다.

최 회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고 그에 맞는 경제적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SK가 2015년부터 추진한 '사회성과인센티브(SPC)'가 대표적인 실험이다.

사회적기업 등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하고, 성과에 비례해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최 회장은 이번 강연에서 인센티브를 지급한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최소 3배 이상의 사회적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비교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는 보상이 제공되면 사회문제 해결 활동을 확대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해당 수치는 최 회장이 소개한 연구 결과로, 모든 기업과 산업에서 동일한 효과가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구상의 경제적 의미는 기업이 돈을 버는 방법을 넓히는 데 있다.

기존에는 제품 판매를 통해서만 수익을 얻었다면, 사회적 비용을 줄이거나 공공의 문제를 해결한 성과 자체도 보상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지, 누가 보상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 장기적으로 제도가 지속될 수 있는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사회적 가치에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은 사회공헌을 기업의 부수적인 활동이 아닌 하나의 경제활동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AI가 8시간 일을 2시간에 끝낸다면…직업의 개념도 바뀐다

최 회장이 예상한 또 다른 변화는 일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직업은 특정 기업에 소속돼 정해진 시간 동안 일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AI가 업무 일부를 대신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면 기존의 근로시간과 직무 개념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최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AI를 활용해 8시간 걸리던 업무를 1~2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면 나머지 시간을 다른 일에 활용하거나 개인이 원하는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의 발전이 단순히 일자리를 없애는 문제를 넘어 개인이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해서 근로시간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업무를 요구할 수도 있고, AI를 활용할 수 있는 직종과 그렇지 않은 직종 사이의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AI가 만들어낸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기업과 근로자가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최 회장이 강조하는 개인의 경쟁력 역시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그는 “AI 시대의 리더는 AI가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며 기술을 활용해 조직과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AI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고 여러 해결 방안을 제시하더라도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판단하고 사람들을 설득해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에는 인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생각하는 힘과 공감 능력, 적응의 근육, 바디 스킬 등을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제시했다.

교육에 대해서도 지식 전달과 시험 중심의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문제를 발견하고 실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졸업장 자체보다 실제로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이 중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학력이나 전문지식의 가치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다.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뿐 아니라 이를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해할 수 있다.

AI를 잘 만드는 나라보다 잘 활용하는 나라?

최 회장의 구상은 개인과 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으로 확장된다.

그는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로 속도(Speed), 규모(Scale), 안전(Safety) 등 '3S'를 제시했다.

AI 기술을 빠르게 개발하고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는 동시에 안전성과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AI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중요한 것은 AI가 실제 생활과 산업에서 활용돼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 AI를 활용해 진료를 지원하거나 돌봄 서비스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AI가 산업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국민들이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고 활용하는 'AI 네이티브 사회'로의 전환도 제안했다.

특정 기술기업만 AI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개인과 기업, 공공기관까지 AI를 실질적인 문제 해결 도구로 사용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다.

결국 AI의 경제적 가치를 기술 자체의 성능이 아니라 실제 활용을 통해 창출한 성과에서 찾는 접근이다.

한일경제연대까지…국내 시장의 한계 넘어 성장 기회 찾는다

최 회장이 제시한 국가 성장 방안 가운데 하나는 한일경제연대다.

저출생과 고령화, 지정학적 환경 변화 등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 여건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이 경제공동체로 발전할 경우 약 6조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력 가능 분야로는 에너지와 AI, 헬스케어, 관광, 벤처·창업 등을 제시했다. 한국 기업이 국내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더 넓은 시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경제적 협력 기반을 강화하자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AI와 첨단산업은 연구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시장이 커지고 기업 간 협력이 확대되면 투자 부담을 나누거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할 여지가 생긴다.

최태원의 미래 구상, 결국 '성장의 방식'을 바꾸자는 것

최 회장이 이번 강연에서 제시한 사회성과인센티브와 AI, 한일경제연대는 '성장의 방향'이라는 관점에서는 하나로 연결된다.

사회문제를 해결한 성과에 경제적 보상을 제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고, AI로 문제 해결의 생산성을 높이며,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사업을 펼칠 시장을 넓히자는 것이다.

기존 산업의 생산량을 늘리거나 소비를 확대하는 방식에 더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활동에서도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서 개인의 역할도 달라진다. 정해진 업무를 얼마나 정확하게 수행하는지보다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기술과 자원을 활용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최 회장이 청년들에게 거대한 목표보다 자신이 관심을 가진 작은 문제부터 해결해보라고 조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회장이 그리는 미래는 기술이 인간을 대신하는 데서 끝나는 사회가 아니다. 기술을 활용해 사회가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고, 그 성과가 새로운 일자리와 사업, 국가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사회다.

그가 다시 20대로 돌아가면 사회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창업을 하겠다고 말한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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