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청년들이 독립된 가구를 꾸리는 대신 부모 집이나 룸메이트와의 동거를 선택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하버드대 주택연구공동센터(JCHS)가 지난 6월 발표한 '국가 주택 현황 2026'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가구 증가율은 3년 연속 둔화됐다. 신규 가구 형성의 핵심 동력인 청년층이 주거비 부담과 고용 불안 속에 '내 집'은 물론 '내 가구' 만들기 자체를 미루고 있다는 의미다.
"건설도, 거래도, 비용도"…부담스러운 시장
보고서를 총괄한 대니얼 매큐 JCHS 선임연구원은 보고서 발표에 앞선 패널 토론에서 "건설은 줄고, 주택 거래는 정체됐고, 비용 부담은 늘었다"고 현재 시장 상황을 요약했다. 실제로 2025년 미국 경제는 비경기침체 연도 기준 2002년 이후 가장 적은 일자리(11만6000개)를 만들어냈고, 소비심리는 역대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층은 신규 주택 구입이나 임차 계약 대신 '더부살이'를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차가구의 부담은 특히 심각하다.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이 과도한 '비용 부담 임차가구' 비율이 역대 최고치로 올라섰고, 이 중 상당수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임대료로 지출하는 '심각한 부담' 상태다.
반면 주택 공실률은 자가·임대 모두 코로나19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가 다시 오르는 추세인데, 이는 수요가 줄어든 결과일 뿐 시장이 안정됐다는 신호는 아니라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여전히 저소득층이 감당할 수 있는 임대주택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1인가구는 병리가 아니라 트렌드"…사회학자의 반론
이 같은 수치만 보면 '가구 형성 위축'은 비관적 신호로 읽히기 쉽다. 하지만 뉴욕대 사회학과 에릭 클라이넨버그 교수는 저서 '고잉 솔로'에서 이와는 다른 해석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1인가구의 증가를 경제적 실패나 사회적 고립의 증거가 아니라, 도시화·통신기술 발달·성평등 확산이 맞물린 결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혼자 사는 사람들은 배우자와 사는 사람들보다 외식·운동·문화생활·자원봉사 참여 빈도가 오히려 높았고, 스칸디나비아 국가처럼 1인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일수록 사회 통합도가 낮지 않았다.
두 시각을 함께 놓고 보면,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자발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과 '주거비 부담 때문에 독립을 미루는 것'이 동시에 일어나는 이중적 국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JCHS 보고서도 청년층의 가구 형성 지연을 '선호'가 아닌 '제약'의 결과로 짚었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는 클라이넨버그가 그리던 낙관적 솔로이코노미상과는 결이 다른 경고음에 가깝다.
주거비 문제, 국경을 넘는 공통 과제
미국의 사례를 국내 1인가구 상황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가구 형성 통계 방식이나 주택 시장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주거비 부담이 독립적인 가구 형성을 늦춘다'는 진단 자체는 국내 청년 1인가구가 마주한 상황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해외 석학과 연구기관의 이번 진단은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수렴한다. 주거 정책이 '가구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는 전제 위에 설계돼도 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