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불안 캥거루족 25.4% “결혼하고 싶지 않다”
서울은 높은 주거비, 지방 광역시는 일자리 부족이 청년 자립 가로막아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청년을 모두 같은 ‘캥거루족’으로 묶어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모와 동거하더라도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는 청년과 취업이 불안정한 청년 사이에는 결혼·출산 의향과 미래에 대한 기대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청년의 가족형성 의향을 좌우하는 데는 주거 독립 여부보다 취업 안정성과 소득 여건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미래연구원의 ‘미혼 청년의 자립유형별 가족형성 의향과 미래 전망: 캥거루족 현상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2025년 청년종합조사에 참여한 25~39세 미혼 청년 2152명을 부모와의 동거 여부와 취업 안정성을 기준으로 네 유형으로 나눠 분석했다. 상용직·자영업자·고용주는 취업 안정형으로, 비경제활동 상태와 임시·일용직 등은 취업 불안정형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결혼과 출산을 현실적인 미래 계획으로 받아들이는 데 가장 큰 차이를 만든 것은 취업 안정성이었다.
취업 상태가 안정적인 청년 가운데 ‘지금 결혼하고 싶다’는 응답은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 22.9%, 독립해 사는 경우 19.9%였다. 반면 취업이 불안정한 경우 각각 8.2%, 4.4%에 그쳤다. 부모와 함께 사는지 여부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적극적인 결혼 의향이 크게 갈린 것이다.
같은 캥거루족도 취업 상태 따라 달랐다
특히 부모와 함께 살면서 취업까지 불안정한 이른바 ‘캥거루족’의 결혼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두드러졌다.
이 유형에서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25.4%로 네 집단 가운데 가장 높았다. 부모와 따로 살지만 취업이 불안정한 청년은 양상이 조금 달랐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19.7%로 가장 높았고 ‘지금 결혼하고 싶다’는 응답은 4.4%에 불과했다.
다만 단순히 취업 형태만으로 모든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별과 연령, 지역에 더해 개인소득 수준까지 비슷한 청년끼리 비교하면 자립유형에 따른 결혼 의향 차이는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결국 안정적인 일자리 자체뿐 아니라 그 일자리를 통해 얻는 소득이 결혼 계획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부모와 함께 살면서 취업이 불안정한 청년은 소득 수준을 고려한 이후에도 독립해 안정적으로 취업한 청년보다 ‘언젠가는 결혼하고 싶다’보다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를 선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구진은 가족형성 의향에 경제적 여건으로만 설명되지 않는 자립유형별 특성도 일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출산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아이를 낳을 생각이 확실히 있다’는 응답은 동거·취업 안정형 14.4%, 분거·취업 안정형 14.6%로 나타났다. 동거·취업 불안정형은 6.8%, 분거·취업 불안정형은 5.0%로 절반 이하 수준이었다.
소득을 고려하면 출산 의향의 차이 역시 대부분 줄어들었지만 캥거루족은 예외였다. 개인소득이 비슷한 청년끼리 비교해도 부모와 살면서 취업이 불안정한 청년은 분거·취업 안정형보다 출산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부모 동거 여부보다는 일자리 안정성에 따른 차이가 컸다. 10년 뒤 자신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9점 척도로 평가하게 한 결과 분거·취업 불안정형은 평균 5.77점, 동거·취업 불안정형은 5.85점이었다. 반면 동거·취업 안정형은 6.16점, 분거·취업 안정형은 6.22점으로 높았다.
특히 취업 불안정 집단의 낮은 미래 전망은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상당 부분 약화됐다. 현재의 낮은 소득이 장래에 대한 기대까지 끌어내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취업이 안정적인 청년 중에서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에는 소득을 통제한 뒤 독립해 사는 청년보다 미래 전망이 낮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주거비 부담이나 가족관계, 독립 계획 등 부모와의 동거를 둘러싼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서울 청년은 ‘집’, 지방 청년은 ‘일자리’가 자립의 벽
청년의 자립을 가로막는 요인은 지역에 따라서도 달랐다. 서울에서는 부모와 떨어져 살면서 취업이 안정적인 청년 비중이 56.0%로 높았지만, 부모와 함께 살면서 취업이 안정적인 유형 역시 29.2%로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비수도권 광역시에서는 부모와 떨어져 살지만 취업이 불안정한 청년의 비율이 20.2%로 서울보다 높았다. 상대적으로 낮은 주거비 덕분에 독립은 가능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지역 특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비수도권 비광역시 도시지역에서는 부모와 동거하면서 취업이 불안정한 유형이 20.7%로 비교 지역 중 가장 높았다. 주거 독립을 뒷받침할 인프라와 일자리 양쪽 모두가 청년 자립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보고서는 이처럼 서울에서는 주거 독립, 광역시에서는 안정적 취업, 비수도권 도시에서는 주거와 취업 모두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청년 자립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