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장르 문법에 게임식 과금·보상 구조 결합
1020 중심 장시간 이용…콘텐츠 기업·투자자도 잇단 참전
AI 캐릭터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AI 캐릭터챗’이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텍스트와 캐릭터, 세계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점에서는 웹소설을 닮았지만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서사가 실시간으로 달라지고 가상재화와 보상 등 게임 요소까지 결합되면서 기존 콘텐츠와는 다른 소비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높은 몰입도가 확인된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월 AI 캐릭터 채팅 앱 폴리버즈의 1인당 월평균 이용시간은 13.5시간으로 AI 앱 가운데 가장 길었다. 베이비챗은 4.8시간으로 2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챗GPT의 1인당 월평균 이용시간은 2.3시간이었다.
국내 캐릭터챗 이용시간 역시 길다. 스캐터랩의 ‘제타’는 지난 8월 기준 10대 이하 이용자의 1인당 월평균 이용시간이 47시간, 20대는 61시간을 넘었다. 뤼튼테크놀로지스의 ‘크랙’도 각각 24시간과 30시간 이상을 기록했다.
읽는 웹소설에서’ 내가 만드는 이야기’로
캐릭터챗이 가장 먼저 끌어온 것은 웹소설의 문법이다. 로맨스판타지와 학원물, 무협 등 익숙한 장르와 세계관을 바탕으로 캐릭터와 관계를 형성하고 장기간 서사를 이어간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다만 기존 웹소설에서는 작가가 만든 이야기를 독자가 따라가는 반면, 캐릭터챗에서는 이용자가 직접 대화를 입력하며 이야기 전개에 참여한다. 독자의 역할이 단순한 소비자에서 서사에 개입하는 참여자로 바뀌는 셈이다.
여기에 게임의 문법도 더해진다. 캐릭터와 친밀도를 쌓고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거나 일부 서비스에서는 멀티엔딩과 보상 이미지, 가상재화 등을 활용한다.
과금 방식도 게임과 닮아있다. 기본 대화는 무료로 제공하되 더 긴 답변이나 추가 대화를 이용하기 위해 서비스 내 재화를 구매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웹소설의 ‘다음 화 결제’가 캐릭터챗에서는 ‘다음 대화 결제’로 바뀐 구조다.
게임과 캐릭터챗의 경계를 둘러싼 규제 논의도 시작됐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달 AI 캐릭터챗의 확률형 이벤트와 관련해 유료 재화를 사용하고 확률에 따라 재화의 획득·손실이 결정되는 구조라면 게임산업법상 게임물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AI와 단순히 대화하는 기능 자체만으로는 게임물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캐릭터챗에 게임 요소가 확대되면서 기존 콘텐츠와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긴 체류시간이 매출로…콘텐츠 기업도 참전
높은 이용시간은 사업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스캐터랩의 매출은 제타 출시 전인 2023년 11억원에서 2024년 51억원, 지난해 267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도 2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뤼튼도 크랙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47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인정받아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국내 AI 서비스 스타트업 최초 유니콘 기업에 올랐다.
AI 캐릭터챗 ‘위프’를 운영하는 벙커키즈 역시 지난달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위프 결제 이용자의 일평균 체류시간은 217분으로 집계됐으며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월 매출이 초기 대비 1000배 증가했다.
기존 콘텐츠 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7월 AI 스토리챗 ‘바이어스’를 출시했다. 기존 웹툰 IP와 캐릭터를 활용해 이용자가 원작 세계관 안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앞서 운영한 캐릭터챗에서는 누적 접속자 600만명, 누적 메시지 2억3000만건을 기록했다.
캐릭터챗은 기존 IP 소비를 확장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웹툰 ‘별이삼샵’ 캐릭터챗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 출시 후 일주일간 원작 열람 회차는 직전 일주일보다 97%, 결제액은 44% 증가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도 연내 일본에서 AI 캐릭터 채팅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캐릭터챗 업체뿐 아니라 웹툰·플랫폼 기업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 구도도 빠르게 확장되는 모습이다.
시장 성장과 함께 과몰입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캐릭터챗 이용자가 10·20대에 집중되고 일부 서비스에서 월 이용시간이 수십 시간에 달하면서 청소년 보호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뤼튼은 내년부터 청소년의 크랙 이용시간을 하루 최대 3시간, 월 결제액을 10만원으로 제한할 계획이다. 한도를 넘길 경우 보호자 인증과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