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배달앱을 열면 어제 주문했던 치킨집이 가장 먼저 뜬다. 넷플릭스를 켜면 당신이 좋아할 만한 드라마가 첫 화면을 채운다. 은행 앱은 내 소비 패턴을 분석해 맞춤 적금을 제안한다.
이제 디지털 플랫폼들은 단순히 '많은 사람'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과 패턴을 분석해 서비스를 맞춤 제작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배달앱 전쟁, 개인화 경쟁이 판을 바꾸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두 플랫폼 모두 '개인화'를 무기로 경쟁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민의 2025년 12월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2375만명으로 여전히 압도적이다. 쿠팡이츠는 와이즈앱·리테일 조사에서 2025년 10월 1230만명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2%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지역별 시장 재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8개 카드사 결제금액 분석 결과, 2025년 8월 서울에서 쿠팡이츠(2113억원)가 배민(1605억원)을 처음으로 제쳤다.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서울 지역 카드 결제액은 쿠팡이츠가 103% 폭증한 반면, 배민은 11.6% 증가에 그쳤다.
이 경쟁의 본질은 단순한 숫자 싸움이 아닌 '데이터 활용 능력'에 있다는 분석이다.
배달의민족은 2024년 9월 '배민클럽'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며 개인화 전략을 본격화했다. 무제한 무료배달은 물론, 사용자별 맞춤 할인 쿠폰과 개인 취향 기반 메뉴 추천을 제공한다. 특히 배민은 오랜 기간 축적한 방대한 주문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 맛집'을 첫 화면에 배치한다. 선호하는 가격대나 주로 주문하는 시간대까지 분석해 개인별로 다른 화면을 보여준다.
쿠팡이츠는 약 1500만명으로 추정되는 쿠팡 와우 멤버십을 기반으로 이커머스 데이터를 결합한다. 쿠팡에서 건강식품을 자주 구매한 사람에게 샐러드나 저칼로리 메뉴를 우선 노출하는 식의 '크로스 개인화'가 핵심이다. 쇼핑과 배달 데이터를 합쳐 사용자의 소비 패턴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외 배달 플랫폼 연구에서도 이런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이 재주문율과 사용자 유지율을 크게 높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두 플랫폼 모두 단순히 "가까운 음식점"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당신의 취향에 맞는 음식점"을 찾아주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비밀, "당신이 뭘 볼지 이미 안다"
OTT 시장도 마찬가지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한 달에 평균 6시간 47분을 넷플릭스에서 보냈다. 2위 티빙(4시간 45분)보다 1.4배나 길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는 넷플릭스의 국내 구독률이 54%로 1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의 힘은 '추천 알고리즘'에서 나온다. 2024년 넷플릭스는 가입자들이 하루 평균 2시간을 시청한다고 밝혔다. 더 놀라운 건 AI 기반 개인화 추천 시스템이 전체 시청 콘텐츠의 약 80%를 차지한다는 업계 분석도 있다.
내가 로맨스 코미디를 즐겨 봤다면, 비슷한 장르만 추천하는 게 아니다. 내가 본 시간대, 얼마나 집중해서 봤는지, 중간에 멈춘 적은 없는지까지 분석해 나만을 위한 콘텐츠 리스트를 만든다.
국내 OTT 이용자는 2025년 3000만명을 넘어섰고, 2026년에는 33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10~40대는 80% 이상이 TV보다 OTT를 선호한다. 넷플릭스는 2025년 한국에 약 7000억원을 투자했고, 2026년에는 10% 이상 더 늘릴 계획이다.
핀테크, 당신의 지갑 사정까지 꿰뚫는다
금융 서비스도 '개인 맞춤형'으로 바뀌고 있다. 모르도르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글로벌 핀테크 시장은 2026년 3704억 달러(약 5478조원) 규모로, 2031년엔 7600억 달러까지 커진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2025년 시장의 44.23%를 차지하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Appinventiv 보고서를 보면 금융 서비스 기업 10곳 중 7곳이 클라우드와 데이터 분석을 도입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한국의 데이터 분석 시장도 폭발적이다. 아이마크 그룹(IMARC Group) 조사에서 2024년 14억2000만 달러였던 시장이 2033년엔 150억6000만 달러로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은행 앱은 단순히 잔고만 보여주지 않는다. 나의 소비 패턴, 저축 습관, 투자 성향까지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제안한다. 신용카드 사용 이력으로 위험도를 평가하고, 실시간으로 사기 거래를 걸러낸다.
실제로 썬더비트(Thunderbit)의 2025년 AI 통계를 보면, AI 개인화를 도입한 기업은 전환율이 20% 올랐다. 예측 정확도도 20~30% 높아졌다. 아마존(Amazon)의 경우 추천 시스템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만들어낸다.
초개인화 서비스의 동력은?
초개인화 서비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썬더비트에 따르면 2020년 64제타바이트였던 데이터 생성량이 2025년엔 180제타바이트로 늘었다. 전 세계 데이터의 90%가 최근 2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플랫폼들은 클릭 한 번, 스크롤 한 번까지 모두 수집해 실시간으로 서비스에 반영한다. 오프라인 매장이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속도다.
또 AI 기술이 일상화됐다는 것이다. 생성형 AI를 쓰는 기업은 2023년 33%에서 2024년 71%로 두 배 이상 늘었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는 2026년을 'AI가 사람의 파트너가 되는 원년'으로 보고 있다.
봇프레스(Botpress) 분석에 따르면 '하이퍼-개인화'는 이제 소매·의료·금융 모든 산업에서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 내가 뭘 원하는지 미리 예측하고, 나도 모르는 취향까지 찾아내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 불리는 MZ세대가 등장하면서 생성형 AI 사용은 일상화됐다.
개인화, 편의성, 속도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다. AI가 조금만 성능이 떨어지면 바로 경쟁사로 갈아타버린다. 그래서 개인 맞춤 서비스가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개인화는 이제 되돌릴 수 없다
배달앱은 내가 뭘 먹고 싶어 할지 알고, 넷플릭스는 내가 다음에 뭘 볼지 안다. 은행 앱은 내가 돈을 어떻게 쓸지 알고 있다.
이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플랫폼 경쟁력의 본질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모으느냐'가 아니라 '사용자를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다만 플랫폼이 나를 너무 잘 알수록 편리함 뒤에 사생활 노출에 대한 불안감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앞으로의 진짜 승자는 정교한 추천 기술을 넘어, 사용자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키면서 '기분 좋은 편리함'이라는 신뢰를 누가 먼저 주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경쟁은 앱을 열 때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