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10만4000원 올랐는데도 혼자 사는 사람의 지갑은 얇아졌다. 7월 임금 상승률 2.5%가 소비자물가 상승률 2.8%에 못 미친 결과다. 물가 상승분을 걷어내고 월급의 구매력만 따진 실질임금은 360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0.3%(1만2000원) 낮아졌다.
실질임금은 4월(1.0%)과 5월(1.4%), 6월(0.1%), 7월 모두 전년 같은 달보다 줄었다. 이보다 길었던 마이너스 행진은 2023년 3~8월 6개월 연속이다.
월세와 식비, 교통비, 통신비를 한 사람이 모두 감당하는 1인가구는 물가가 월급을 앞지를 때 체감 충격이 크다.
임시일용직은 월급 자체가 줄었다
고용 형태에 따라 처지도 갈렸다. 7월 상용근로자 임금은 463만3000원으로 3.4% 늘었다. 임시일용근로자의 월급은 173만6000원에 그쳐 1년 전보다 4만6000원(2.6%) 깎였다. 물가를 반영하기 전 금액부터 감소한 것이다. 두 집단의 월급 차는 289만7000원이다.
사업체 규모별로도 300인 이상은 649만원(3.3%↑), 300인 미만은 384만6000원(1.7%↑)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300인 미만의 상승률은 같은 달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친다. 숙박·음식점업 임금은 244만8000원으로 금융·보험업(838만6000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일자리 총량은 늘었다. 8월 말 종사자는 2069만명으로 1년 새 23만3000명 증가했다. 다만 상용근로자 증가분이 9만2000명인 반면 임시일용근로자는 14만1000명으로 60%를 웃돈다. 늘어난 자리의 상당수가 소득이 낮고 불안정한 형태라는 뜻이다.
월세를 혼자 내야 하는 사람에게는 일자리의 수보다 질이 생활 안정을 좌우한다.
서울·제주 월급 차 144만4000원
지역 격차도 컸다. 4월 기준 상용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서울(485만2000원)과 제주(340만8000원)가 각각 최고·최저였다. 지역별 물가를 반영한 4월 실질임금은 충북·제주·세종을 뺀 14개 시도에서 줄었고, 울산(7.0%)과 경북(5.0%), 충남(4.4%)의 감소폭이 컸다.
임금 수준이 지역별로 크게 갈리는 만큼, 혼자 거주지를 정하는 청년에게는 소득이 현실적인 변수가 된다.
지표는 반등 전망, 체감은 따로
정부는 경기 흐름에는 자신감을 보인다. 8월 전산업생산(1.3%↓)과 소매판매(1.8%↓), 설비투자(9.5%↓)가 동시에 줄어 5월 이후 3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가 나타났다.
자동차 생산이 24.8% 급감해 2020년 2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하계휴가가 8월에 몰리고 일부 업체 파업이 겹쳤다. 승용차 판매도 13.6% 줄었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이를 일시적 요인으로 보고 9월에는 세 지표가 함께 늘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경기를 가늠하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101.7로 0.5포인트 올라 2008년 5월 이후 18년 3개월 만에 가장 높다.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104.2로 0.1포인트 내려 10개월 만에 하락했다.
문제는 지표와 체감의 온도차다. 경기 수준이 높아도 월급의 구매력이 넉 달째 줄고 있다면, 생활을 살아가는 사람이 느끼는 경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9월 산업활동이 반등하더라도 임금이 물가를 앞서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실질임금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시점이 체감경기의 가늠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