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보다 '나'를 먼저 챙긴다…종신보험, '생전 보장' 경쟁 시작
가족보다 '나'를 먼저 챙긴다…종신보험, '생전 보장' 경쟁 시작
  • 김다솜
  • 승인 2026.10.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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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골든종신 암보장형 신설·NH농협생명·ABL생명 선지급 후 사망보장 유지
상반기 종신 초회보험료 11.3%↓…’700종신' 판매 제한에 생전 혜택으로 활로 모색

종신보험의 수혜자가 바뀌고 있다. 가입자가 세상을 떠난 뒤 남은 가족의 생계를 받치는 것이 이 상품의 존재 이유였지만, 최근 생명보험사들이 내놓는 종신보험은 가입자 본인이 병에 걸렸을 때 쓸 돈을 마련해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진단 시점에 목돈을 먼저 내주거나 보험료 납입을 멈춰주면서도 사망보험금은 깎지 않는 설계의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14일부터 '삼성 골든종신보험(무배당,보증비용부과형)'을 개정해 판매한다. 보험료 납입기간 중 암 진단을 받으면 이후 납입 의무가 사라지고, 기납입보험료를 인출하는 기본 기능에 더해 최대 100%를 추가로 찾아 쓸 수 있는 '암보장형'을 새로 만든 것이 핵심이다.

생보사들이 생전 혜택에 공을 들이는 건 종신보험 수요가 눈에 띄게 줄고 있어서다. 생명보험협회 월간판매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종신보험 초회보험료는 2346억원으로 전년 동기(2645억원) 대비 1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 전체 신계약 건수도 411만2902건으로 12.9% 줄었다.

특히 가구 구조의 변화도 배경으로 꼽힌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1인가구는 824만4000가구로 일반가구의 36.6%를 차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사망보험금을 물려받을 배우자나 자녀를 전제로 설계된 상품이 혼자 사는 가구에는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판매 경쟁의 수단이던 고환급 상품에도 제동이 걸렸다. 납입 7년 차에 해약환급률이 100%에 이르도록 설계한 이른바 ‘700종신'은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를 주도해 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단기간에 납입보험료만큼 환급금이 쌓이는 상품의 해지율과 수익성을 문제 삼아 지난달부터 신규 판매를 제한했다.

그렇다고 생보사가 종신보험을 접기도 어렵다.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보험계약마진(CSM)을 늘리려면 장기 보장성 계약이 필요한데, 종신보험이 그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사망보장이라는 뼈대는 남기고 가입자가 살아 있는 동안 체감할 혜택을 더하는 쪽으로 상품 전략이 옮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생명 골든종신 암보장형의 연간 인출 한도는 기납입보험료의 최대 20%로, 10년간 최대 200%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7년납 가입자가 5년째 암 진단을 받으면 남은 2년치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계약 10년째부터 매년 낸 보험료의 20%씩 10년간 인출하는 식이다.

인출 가능 시점도 7년납 기준 계약 후 12년에서 10년으로, 10년납은 14년에서 12년으로 당겨졌다. 인출 후에도 사망보장은 최초 가입금액 이상으로 유지된다. 유병자용 '삼성 간편 골든종신보험'도 함께 나왔으며, 이 경우 추가 인출 한도는 최대 50%다.

NH농협생명이 지난 1일 출시한 '건강채움NH암종신보험(해약환급금일부지급형,무배당)'은 일반암 진단 시 주계약 가입금액의 100%를 '선지급보험금'으로 먼저 지급한다. 이후 사망하면 '리필사망보험금'으로 가입금액의 100%를 다시 지급해 총 보장액이 가입금액의 200%에 이른다. 암 진단 없이 사망하면 가입금액의 150%를 지급하고, 납입기간 중 일반암 진단 시 남은 보험료는 면제된다.

ABL생명이 지난 10일 선보인 ‘(무)우리WON더채움종신보험(해약환급금 일부지급형)’은 암보장형(1형)과 뇌심보장형(2형)으로 나뉜다. 암 또는 뇌출혈·뇌경색증·급성심근경색증 진단 시 가입금액의 100%를 미리 지급하고, 그 뒤에도 가입금액 100%의 사망보장을 남겨둔다.

해당 질병 없이 사망하면 150%를 지급하며, 진단 확정이나 50% 이상 장해 시 보험료 납입을 면제한다. 김순재 ABL생명 상품본부장은 사망 이후에만 쓰이던 종신보험의 보장을 생존 기간까지 넓히되, 선지급 이후에도 사망보장이 끊기지 않도록 한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한편 2017년 교보생명의 GI변액종신보험처럼 중대 질병 진단 시 사망보험금의 80%를 앞당겨 주는 상품은 전부터 있었다. 다만 앞당긴 금액만큼 사망보장 잔액이 줄어드는 구조였다. 최근 상품들은 생전 지급분과 사망보험금을 따로 쌓아 둔다는 점에서 설계가 다르다.

소비자가 살펴야 할 부분도 있다. 이번에 나온 상품은 모두 '해약환급금 일부지급형'이나 '저해약환급금형'이다.

이 유형은 보험료를 낮추는 대신 납입기간 중 해지하면 같은 보장의 기본형보다 적은 환급금을 지급한다. 중도에 납입을 이어가지 못하면 손실이 커지는 만큼, 소득원이 하나뿐인 1인가구라면 납입 여력과 함께 이미 가입한 암보험·실손보험과 보장이 겹치지 않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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