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환기구 추락사고' 그 이후 '당신의 안전은 안녕하십니까?'
'판교 환기구 추락사고' 그 이후 '당신의 안전은 안녕하십니까?'
  • 조현아·임지혜 기자
  • 승인 2015.05.2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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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7개월 後, 안전장치·경고문 없이 잊혀진 환기구 대책은?

지난해 10월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 이후 당국의 미흡한 조치와 안전 불감증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정부는 '제2의 판교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후속 대책들을 쏟아냈지만 여전히 일부 환기구들이 사고에 노출되어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실제로 데일리팝의 조사결과 서울시내 일부에서는 환기구가 좁은 인도 등에 설치된 탓에 어쩔 수 없이 환기구 위로 지나다닐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곳이 많았다.

심지어 환풍구 사고 이후 해당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안전대책을 내놓던 국회가 위치한 여의도도 위의 상황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으며, 아직까지 환기구 안전기준을 규정한 관련법이 거의 전무하다 시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명무실한 가이드라인
여전히 위험한 환기구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판교 환기구 추락사고 직후인 지난해 11월 '환기구 설계·시공·유지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앞으로 설치되는 환기구의 경우 대지와 도로 등 경계로부터 2m 이상 떨어져야 하며 높이 2m 이상, 2중 안전장치, 안전펜스 설치 등이 포함됐다.

이미 설치된 환기구의 경우에는 지상으로 노출된 부분을 투시형 벽이나 안전펜스를 세워 보행자들이 환기구 위로 통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여의도 등에 위치한 일부 환기구를 살펴보면 통행량이 많은 횡단보도 주변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높이가 50cm에 불과해 환기구 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다른 환기구는 인근에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중처리 또는 투시형 벽이나 안전 펜스 설치 없이 철제 덮개만이 덥어져 있었다.

특히 보도 위에 설치된 환기구중 일부는 철제덮개(스틸 그레이팅) I-bar가 일부가 파손된 데다 2중 안전장치도 돼 있지 않는 등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긴급히 보수·보강이 필요한 환기구는 조치했으며, 예산 문제가 있는 부분은 올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관련된 구체적 내용은 시에 정보가 공개돼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서울시 관계자는 "이달 말에 환기구 설치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며 "스틸 크레이팅과 아이빔 설치 등 안전성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자칫 서울시에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고 실제 현장에 대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은 뉘앙스로 비춰질 수 있어 눈살을찌푸리게 한다.


환기구 관련법 언제쯤?
환기구 부실 관리 태반

판교 사고 이후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를 비롯해 서울시 등은 시내 전체 환기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긴급조치를 조속히 시행했다.

이후 국토부는 가이드라인까지 만들며 환기구 안전에 노력을 기울이는 듯 했지만, 아직까지도 환기구 안전기준을 규정한 관련법은 제정되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존에 설치된 지상 환기구 가운데 높이가 2m미만인 경우, 2중 안전장치 및 펜스를 추가 설치해야 하지만 여의도만 해도 이 같은 사례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가이드라인은 법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적 효력이 없어 환기구 안전관리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또한 본지가 여의도역 인근의 환기구들을 조사한 결과 일부 건물 계단 바로 아래 또는 좁은 인도 위에 위치해 있어 사람들의 통행이 불가피했지만 그 위험성에 대한 어떠한 경고문구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특히 횡단보도 앞에 위치한 환기구의 경우 신호등의 불이 바뀌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한 번에 서있는 경우가 많아 자칫 환기구가 사람들의 하중을 견디지 못할 시 제2의 판교 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있어 불안감을 자아냈다.

이 외에도 환풍구에 '차량통행·물건 적치 금지'라는 경고문가 쓰여 있으면서도 '보행은 안전합니다'라는 문구가 함께 적시돼 있어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에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 환기구 경고문에 대한 질문에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안내문에 대한 서울시 기준이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테크노밸리에서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보기 위해 지하주차장 환기구 위에 올라갔던 관객들이 환기구가 무너지면서 20m 아래로 추락한 사고가 있다. 같은해 11월에도 부산 해운대구에서 백화점 환기구에 올라간 고교생이 열려 있던 덮개 사이로 추락해 숨지는 등 그동안 환기구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발생돼 왔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이 같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에도 사고당시에만 반짝 개선을 위해 힘쓰다 시일이 지나면 다시 탁상공론으로 돌아가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으로 또 다시 '인재'가 발생하기 이전에 실제로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데일리팝=조현아·임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