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백성기 대학구조개혁 위원장②] "대학이 본질로 돌아가야한다..학부교육 부실 심각"
[인터뷰-백성기 대학구조개혁 위원장②] "대학이 본질로 돌아가야한다..학부교육 부실 심각"
  • 정단비 기자
  • 승인 2015.10.20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데일리팝과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19일 김재춘 교육부 차관이 전격 교체됐다. 이번 인사가 황우여 교육부총리가 지휘하는 교육부와 지지부진한 교육 개혁 전반에 대한 청와대의 경고성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말도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더불어 대학구조개혁 등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대학구조개혁 평가결과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대학들은 공정성 논란을 제기하는 한편, 교수, 대학본부, 재단 등 서로 책임을 묻고 있다. 더불어 이번 평과에 따른 조치가 오는 2017년부터 적용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지난해에는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앞두고 대학들이 급히 대입 시행계획 변경한 건수가 1939건에 달했다.고등교육법에는 대학이 1년10개월 전에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각각 발표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아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학들의 대입전형 변경이 순수기초학문 학과를 축소하고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가져온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데일리팝은 전 포스텍 총장을 역임한 백성기 대학구조개혁 위원장에게 이번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대한 여러 비판과 그에 대한 설명과 들어보기로 했다.

Q. 이번 구조개혁평가의 방법이나 항목은 어떤 절차를 걸쳐 확정이 된 것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2014년 1월에 제가 위원장 임명을 받고 5월부터 4개월간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평가지표개발'이라는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연구팀 구성을 위해 당시까지 평가 관련한 또는 대학에서 기획이나 구조개혁 관련 전문가 교수님들을 대학 유형별로 모셨어요. 수도권대학, 지방대학, 일반대학, 전문대학, 사립대학, 국립대학 등에서 골고루 15명의 연구팀을 꾸려서 4개월간 작업을 했는데 제가 연구책임자를 맡아서 작년 8월에 최종 보고서를 냈습니다. 우리 정부는 그 동안 각종 재정 지원을 목적으로 많은 평가를 해왔습니다. 학부교육, 산학협력, 연구능력, 국제화 등 여러가지 명분으로 재정지원을 위한 대학평가를 해오면서 평가를 잘 받으면 지원을 많이 해주고 못 받으면 지원을 적게 해주거나 혹은 지원을 제한하는 평가를 해왔어요.

그동안의 평가지표를 보니까 대부분 정량평가였어요. 앞으로 대학의 구조개혁을 위해 일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기본적으로 대학이 나갈 방향에 대해서 제대로 질문을 해보자는 의지를 가지고 평가항목을 개발했죠.

지금까지 사용했던 평가지표들을 모으니까 대략 300~400개 문항이 됐습니다. 이를 줄이고 유형별로 모으니 1차에 약 100여개 항목이 되었고, 다시 이 중에서 대학구조걔혁의 방향과 목표에 맞추어 70여개를 선정하였습니다. 이를 가지고 여러 대학평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서 정성평가에 해당하는 문항, 정량평가에 해당하는 문항으로 구성된 최종 30여개의 문항을 도출했죠.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을 보면 취업률이 있고, 또 학생, 교수를 각각 얼만큼 확보했는가, 어떤 교수님을 확보했는가 하는 정량적인 문항들이 있고, 정성적인 문항은 얼만큼 엄중하게 학사관리를 하는가, 학생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평가 결과를 어떻게 교육에 환원해서 학생들을 지도하는가, 학생들을 얼만큼 취업을 시키느냐 보다는 취업을 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 또는 학생들에게 창업을 촉발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 등 입니다. 또 제정적인 문제도 포함 최종적으로 38개의 평가지표를 발표했어요.

교육부에서는 그 결과를 가지고 교육개발원에 대학구조개혁평가단을 구성하고 평가단에서 최종적으로 18개 평가 항목을 선정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정성이고 일부는 정량, 또는 정성·정량이 포함돼 있는 평가지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제 평가 작업을 위해 평가 전문가를 선별하고 객관적으로 이를 평가할 수 있는 분들을 추가로 공모를 통해 총 100여명 선정을 했습니다.

Q. 이번 평가가 기존의 평가 기준과 달라 반발이 발생한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강원대학교와 같이 지금까지 비교적 평가를 잘 받았는데 이번에 평가를 잘못받는 경우도 있고 일부 대학은 그동안 평가에 힘들어 했는데 이번에 생각보다 잘 받았다는 대학도 있어요. 그건 평가하는 지표가 바뀌었고 방법이 변했기 때문에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저는 오히려 평가를 받고 나서 지금까지 대동소이한 평가결과가 나올까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지금까지 해왔던 평가에 비해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Q. 낮은 평가등급을 받은 대학의 재학생이나 수험생들에게 불안감을 야기시킨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엄밀히 얘기하면 이번 구조개혁 평가 결과로 일부 정원을 조정해야 하는 필요가 생기는데 항상 그 효과는 장기적입니다. 그래서 현재 재학중인 학생들이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어요. 오히려 앞으로 들어올 학생들에게 평가결과가 알려지니까 선택하는데 있어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평가를 참고해서 학생들이 지원을 하게 되겠죠. 결과적으로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영향을 미치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봅니다. 반면에 대학 운영자들한테는 큰 영향을 미치게 되죠.

대학은 이번에 가령 정원을 10% 줄여야 한다면 어떻게 줄일 것이냐, 어느 학과에서 얼마큼 줄이느냐 하는 것들을 내부적으로 결정해야 하니까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 남아있죠. 그런 것들을 대학 교수님들이나 대학을 운영하는 책임자들 또는 재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많이 있죠. 그러나 학생들은 크게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지금 대학의 문은 넓어지고 있고 학생들한테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유리하다 할 수 있지요. 반면에 좋은 학생들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모드로 가고 있으니 대학이 힘든 상황이죠. 그 동안은 대학입장에서 기다리면 학생들이 모이는 상황에서 점점 힘들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나, 학생들 입장에서는 상황이 점점 좋아진다고 보면 되요.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 지니까요.

Q. 오히려 기초학문 학과가 문을 닫는다, 입시전형을 벼락치기로 변경해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등의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정책에 책임이 있어요. 빠른 산업화 과정에서 대학의 효용성은 산업화를 떠받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서 배출하는 것으로 규정해 왔어요. 따라서 취업이 중요했고 대학은 기업과 상관성이 높은 학과를 우선적으로 개설해 왔고, 그래서 지금껏 대학평가에선 취업률이 굉장히 중요했죠. 그렇기 때문에 대학은 있는 학과 중에서도 그런 학문들과 연관성이 적은 학과는 줄여가는 식으로 해왔어요.

이것이 우리나라 대학구조를 크게 왜곡시켜왔습니다. 왜냐면 산업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변화해요. 그래서 산업은 '무빙타겟'이에요. '무빙타겟' 산업은 굉장히 빨리 변하는데 대학은 빨리 변할 수 없어요. 학생들이 입학해서 적어도 4년이 걸려야 졸업을 하고 우리나라 남학생은 군대도 다녀와야 됩니다. 실질적으로 대학입학하고 10년 이상 되어야만 사회에 나가고, 10년이 지나고 나면 대학에서 공부한 전공이 별 효용이 없게 될 가능성이 굉장히 많아요. 갈수록 심해집니다. 그만큼 사화와 기업이 빠르게 변하니까요. 따라서 우리나라 대학이 그동안 변천해오면서 그런 악순환 속에 있어 왔기 때문에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거에요.

이제는 대학이 본질로 돌아가야 됩니다.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하게 변하는 사회에 대처할 수 있는 기본적 능력을 길러줘야 되요.

예를 들어 미국 대학은 가장 큰 돈을 학생들의 체육활동에 씁니다. 아무리 대학에서 공부를 잘한다고 한들 체력이 떠받치지 않으면 창의적인 일을 못해요. 따라서 미국에 많은 대학들이 체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중요한 이유는 학생들에게 건전한 사고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건강한 체력을 가져야 된다는 것이에요.
 
그 다음에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 그에 대한 나름대로 철학관, 역사관을 갖출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게 대학이에요.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대학은 산업화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강요 받았고 성장해 왔는데 이제 와서 보니까 세상은 바뀌었어요. 이제는 창의적인 학생들이 나와야 하는데 그럼 창의력은 어디서 나옵니까? 상상력, 호기심, 기본적인 자질, 인성 이런 것이 갖추었을 때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되고, 우리나라 역사, 예술을 보는 안목 등이 중요한 거에요. 그런 것들에 대해 우리 대학에서 등한시하고 있었어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취업위주의 교육에서 앞으로는 창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 합니다. 자기가 뭘 하나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은 다각적인 사고가 가능해야 되는 거죠. 다음으로는 휴먼 인터랙션(human interaction)이 필요해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혼자가 아닌 누군가 같이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젊은이들에게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경쟁하는 것만 가르치고 협력하는 것은 못 가르쳤단 말이에요. 그래서 대학도 프로그램을 완전히 뜯어 고쳐야 되고, 교수님들이 반성을 해야 되요. 그저 지식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단 말이에요. 학생들과 대화하고, 교수님들끼리도 같이 노력하고 거기에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우리 교수들이 이제 바뀌어야 해요. 이런 것들이 선진 대학에서는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가슴 아픈 겁니다.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많은 새로운 것들의 95%가 미국캠퍼스에서 만들어지고 있어요. 왜 그럴까요? 교수들이 그런 교육 환경을 만들어내서 그 안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자유롭게 사고하고 그러면서 같이 상호교류하고 교수와 학생, 대학원생과 학부학생, 주변 기업들과 교류하고 서로가 상호작용하는 문화를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대학마다 담을 쌓아놓고 교수들은 자기 방문을 닫아 놓고, 이래서는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습니다. 이제 바꿔야 되요.

그래서 이번 평가는 그런 노력들을 대학에서 얼마나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을 질문하고자 한 것이죠. 특히 학생들이 문제가 생기면 그 학생들 대해 어떻게 지도를 하느냐 이런 것들을 질문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했습니다.

Q. 현재 대학문제 중에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결국은 대학입장에서 볼게 아니라 학생들 젊은 세대 입장에서 보아야 합니다. 자라나는 젊은이들이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끼를 발견하고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학생들을 유도하고, 자연스럽게 이 꿈과 끼가 대학전공 선택으로 이어지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서 이를 충분히 발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과 전문가적인 능력, 기본적인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게 잘 안되고 있는 거에요.

중,교교와 대학 중간에 '대학입시'가 놓여 있어요. 학생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좋아 하는 것이 실제 대학전공으로 이어지지 않고 대학에서의 전공이 취업을 통해 사회로 연결되어 지지 않는 '괴리'가 너무 심각해요. 이 괴리를 어떻게 해서든 개선해줘야 해요. 이게 제가 볼 때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사실 이에 관련한 평가지표를 몇 가지 제안을 했는데 예를 들어 이번 평가에서는 대학입시에 관련된 항목을 채택하지 않았어요. 아마 다음 평가에서 반영되야 할 텐데 그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우리나라는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그 학생들을 한 명도 버리면 안돼요. 다 교육을 시켜서 어떻게 해서라도 자기 몫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야 되요.

우리 경제가 앞으로 가려면 절대적으로 인력이 필요하잖아요. 지금까지는 졸업생들 중에서 잘하는 학생들 골라서 쓰고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전부 다 우리가 가르치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려면 갖고 있는 끼나 재능들을 자연스럽게 대학으로 연결될 수 있게 하는 구조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해요.

그 다음에 특별히 우리 대학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부실한 학부교육입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교육 위주의 교육기관이었습니다. IMF를 거치면서 우리대학도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능력,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능력 등이 중요해 졌습니다. 따라서 대학원 교육에 상당히 투자도 했고 교수들도 연구에 많이 투입이 되고 해서 지난 20~30년간 대학의 연구력은 굉장히 성장해왔어요. 반면 학부교육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 지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학부교육의 부실화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이번 평가에서 학부교육을 중점적으로 평가 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3편으로 구성되며 다음 내용은 ③편에서 이어집니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