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대우조선, 순항할 수 있을까?..'밑 빠진 독 물붓기' 우려
기사회생 대우조선, 순항할 수 있을까?..'밑 빠진 독 물붓기' 우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10.2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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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손실 낸 대우조선, 채권단 지원 있지만 STX 조선 전철 밟는 것 아닌지

산업은행(이하 산은) 등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채권단이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4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확정했지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대우조선이 순항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섞인 시선이 많다.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원만한 자금 회수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 조선업황을 볼때 국책 금융기관인 산은 등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은은 29일 오후 3시경 서울 여의도 산은 별관에서 개최한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방안'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상반기 중 최대 부족자금 예상치를 고려해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한 지원 규모를 충분히 산정했다"며 "부족자금 규모 축소를 위해 강력한 내부 구조조정을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지난 6월 말 기준 776% 수준)이 자금 지원이 없을 경우 4000%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유동성 지원과 연계한 유상증자·출자전환 등의 방식으로 자본확충을 신속하고 단계적으로 실행해 내년 말에는 부채비율이 500% 수준 이하로 내려갈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 정용석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본부장 ⓒ 뉴시스
대규모 지원에도 순항에는 우려
잠재적 손실도 무시 못 해

하지만 일각에서는 채권단에 지원 발표에도 침체한 조선업황을 고려한다면 대우조선의 순항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지 않다. 

이날 산은은 "대우조선 및 국내외 자회사를 실사한 결과 연내 1조8000억원, 내년 상반기까지 누적으로 최대 4조2000억원의 부족 자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경영여건 하에선 올 하반기 이후 영업외손실까지 포함해 최대 3조원의 추가 잠재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며, 대우조선의 올해 총 영업손실이 5조3000억원대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부실이 계속 쌓이는 것은 해양플랜트 공정의 추가 지연과 원가 증가, 드릴쉽 건조계약 취소 등으로 장부에 제때 반영되지 않은 잠재 손실이 많을 뿐더러 저유가 상황으로 선주사의 수익성이 악화돼 인도가 지연되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추가 손실이 2조 원가량으로 추정되며 대우망갈리아와 드윈드, 해운 자회사 등 해외 사업장에서의 실패도 1조원 수준의 손실을 드러낼 잠재 요인으로 파악됐다.

산은은 대우조선은 올해 부채비율이 4000%를 상회할 정도로 재무상태도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대우조선이 도산에 이른다면 채권단이 막대한 손실을 볼 수밖에 없고, 대규모 고용과 협력업체를 유지 중이라 국가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기 때문에 국책금융기관이 주도해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올해 3분기 대우조선 해양 재무제표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또한 산은은 조선업이 장기 불황인 상황에서 해양플랜트 등 무리한 수주 활동이 대규모 부실 사태를 불러온 주 원인이라며 대우조선 전 경영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및 검찰 고발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최근 금융당국이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으로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을 정리한다고 나섰지만 4조원이 넘는 손실을 낸 대우조선에 지원을 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탐탁치 않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대규모 적자를 낸 조선과 건설 등의 업종은 단순히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는 방식을 넘어 대출 자산의 건전성까지 파악할 방침이라고 밝혀 관련 업계에서는 '퇴출 공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STX 조선, 타산지석 삼아야
자구노력에 힘쓰는 대우조선

▲ 자본잠식 상태로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STX 조선 ⓒ 뉴시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이 2년 넘게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STX조선해양을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STX조선은 글로벌 불황 여파로 재무구조가 악화해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지난 2013년 5월 자율협약에 들어가 2조7000억원이 투입됐으나 건조능력이 되지 않는 선박 수주의 취소와 원가 경쟁력 하락으로 인한 신규 수주 축소로 손실이 계속 발생해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

이후 채권단에 의해 추가지원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STX 조선은 자본잠식 상태로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우조선도 막대한 지원금이 투입되는 만큼 STX 조선의 길을 걷게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다.

산은 노동조합은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안은 STX 조선처럼 잘못된 전철을 밟을 것이라며 임시방편으로 긴급 자금지원만을 실시하려는 정부의 구조조정안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채권단과 전문가들은 대우조선이 STX 조선과는 다른 길을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톱3'에 속하는 정상급 기술력을 보유해 해양플랜트 부문 실패로 인한 충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지원하면 조속한 정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채권단이 대규모 자금 수혈에 나서는 만큼 산은과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를 체결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부동산 등 비핵심 자산 매각과 각종 경비 절감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1조8500억원을 확보하고, 임원 규모를 줄여 임금 일부를 반납하는 한편 부장급 이상 일반직 직원 300명을 대상으로 권고사직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현 시점에선 해양플랜트를 조속히 마무리 해 인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해 인력 감축은 내년 이후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