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 보고서'를 용역업체에?…관련 직원 '솜방망이' 처벌
'해외출장 보고서'를 용역업체에?…관련 직원 '솜방망이' 처벌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2.1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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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산하 공단 직원, 시 예산으로 용역업체 섭외…출장보고서도 위탁?
▲ 해외 출장을 다녀온 서울시 산하 기관의 임원·간부급 직원 등이 출장보고서를 직접 작성하지 않고 용역업체에 맡겨 징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서울시설관리공단

해외 출장을 다녀온 서울시 산하 기관의 임원·간부급 직원 등이 출장보고서를 직접 작성하지 않고 용역업체에 맡겨 징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용역업체에 지급한 자금도 경비가 아닌 서울시의 예산으로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설관리공단의 이모(50) 경영전략본부장은 문화체육본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4년 2월 6일부터 15일까지 '월드컵 경기장과 어린이공원의 시설 개선을 위해 스페인·안도라·프랑스를 방문해 유명 축구 경기장, 공원의 우수 사례를 연구한다'는 취지로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9박 10일간 출장에 쓰인 경비는 총 2700만원, 1인당 450만원으로, 이 본부장·간부급 직원 등 6명이 동행했다.

이 본부장 등은 바르셀로나의 축구 경기장과 파리의 불로뉴 공원 등을 방문하고 귀국 시 100쪽 분량의 출장보고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출장보고서 작성을 해외 정책사례 보고서 작성을 전문으로 하는 A업체에 출장 가기 전에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데일리팝과의 통화에서 "출장보고서를 외부에 맡기는 것은 당연히 안되는 일"이라면서 "더군다나 용역을 부탁하면서 출장경비도 아닌 서울시의 예산을 사용한 것은 큰 문제"라며 감사처분요구서를 공단 측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8월 감사 과정을 토대로 작성된 감사처분요구서에 따르면 '출장자가 직접 작성해야 할 보고서를 출장을 떠나기 이틀 전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용역업체에 별도 발주함으로써 예산이 불필요하게 집행됐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에 따르면 이 본부장 등이 출장을 떠나기 이틀 전에 A업체와 용역 계약을 맺고 1920만원의 실비까지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A업체는 해외 정책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이 업체와 관련 있는 다른 업체가 보고서를 작성했다.

서울시는 감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 본부장 등 임직원 4명을 문책하라고 공단 측에 통보했지만 이 본부장에게 '주의, 정 처장 등 2명에게는 '경고' 조치를 내리는 등 '솜방망이' 조치였다.

그나마 출장을 계획한 최모 팀장이 유일하게 징계를 받았지만 이마저도 경징계인 '견책'을 받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경미한 부분의 사실 확인을 하고 있으며 조치 결과가 타당한지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공단 측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는 오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출장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용역업체와 계약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용역업체는 기관섭외 등 해외연수를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해 섭외한 것이고, 출장보고서는 출장을 다녀온 직원들이 직접 작성했다"고 강조하면서 "물론 회의 과정에서 정보 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유사한 부분이 있을 수는 있다"고 답했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