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옥시, "책임 통감한다" 고개 숙였지만..피해자 측 "이미 늦었다"
'가습기 살균제' 옥시, "책임 통감한다" 고개 숙였지만..피해자 측 "이미 늦었다"
  • 이성진, 민진경 기자
  • 승인 2016.05.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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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달 대표 공식 사과, 구체적 피해 보상 방안도 들고 오지 않아..피해자 거센 항의 이어져
▲ 옥시레킷벤키저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가장 큰 피해를 준 것으로 알려진 옥시레킷벤키저의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가 "사죄한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옥시는 구체적인 피해자 보상 방안은 들고 오지 않아 피해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사프달 대표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손상 피해를 당한 모든 피해자와 그 가족께 머리 숙여 가슴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자사 제품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된 점, 또 신속히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이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포괄적인 보상계획을 마련하겠다"며 "1, 2 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외에 가습기 살균제로 고통받은 다른 피해자를 위해서 인도적 기금 100억원이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뒤늦게 사과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보상안을 마련하느라 늦어지게 됐다"고 전했지만, 옥시는 피해자 규모도 자체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샤프달 대표는 "정부의 조사 외엔 그간 자체적인 피해 조사를 하지 않아 따로 집계한 피해 규모가 없다"고 밝혀 피해자들의 원성을 샀다. 또 영국 본사에서는 단 한명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영국 본사의 책임소재까지 수사하겠다고 나서자 사프달 대표를 전면으로 내세운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도 흘러나왔다.

피해자 측은 샤프달 대표가 사과를 시작하자마자 단상 위로 올라가 샤프달 대표를 위협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사과는 이미 늦었다"며 "또 사과 기자회견 일정은 언론에게만 공개하고 우리에겐 전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 최승운 대표

샤프달 대표의 공식 기자회견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된 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 최승운 대표는 강단에 올라 "자식을 잃은 아빠"라고 소개하며 "아이가 만 한 살이 넘고 병원에 입원에 8개월 만에 사망했는데 지금에 와서 사과하는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수사 면피용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지난 5년간 외면하다 검찰이 조사하니 언론에서 사과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옥시는 한국에서 자진철수, 폐업해야 한다"면서 "옥시 직원들은 포상여행을 다녀오는 것과 같이 공분을 사는 행위를 했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가 원하는 것은 기자에게 보여주는 쇼, 퍼포먼스가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라며 "형식적인 사과가 아닌 피해자 한사람 한사람 찾아가 네 자식 죽인 놈은 옥시다라고 사과를 해야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끝으로 "우리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입법적으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옥시는 2001년부터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판매해왔으며, 옥시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는 177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 사망자는 70명으로 알려졌다.

(데일리팝=이성진, 민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