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이색종목 특집③] 구소련 첩보원이 만든 근대 무술 '삼보' 
[아시안게임 이색종목 특집③] 구소련 첩보원이 만든 근대 무술 '삼보' 
  • 배근우
  • 승인 2018.08.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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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르도 수련했던 삼보,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국가대표들이 출전을 못 해

삼보(Sambo) 
- 플레이 인원: 1 대 1 경기 
- 종주국: 러시아
- 유래: 러시아대륙 토착 레슬링과 몽골 씨름, 일본 유도의 장점을 모아 러시아 무술연구회에서 체계화한 경기. 

 

삼보 유니폼을 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 코뿔소 ‘카카(Kaka)’ (출처: 아시안게임)
삼보 유니폼을 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 코뿔소 ‘카카(Kaka)’ (출처: 아시안게임)

“무기없이 자신을 방어한다” 
러시아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로는 동유럽에서부터 북아시아까지 걸쳐있는 거대한 땅과, 맹추위를 견뎌내는 강인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러시아에서 한국의 태권도처럼 국기(國技)로 삼는 무술이 바로 ‘삼보’다. 삼보(SAMBO) 는 러시아어 SAMozashchitya Bez Oruzhiya의 약자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맨손 호신술" 라는 뜻을 의미한다. 

삼보는 공산주의 혁명 이후 구소련시절 첩보원 '바실리 오셰프코프(Vasili Oshchepkov)'와 운동 연구원인 '빅토르 스피리도노프(Viktor Spiridonov)'에 의해 만들어졌다. 

왼쪽부터 빅토르 스피리도노프- 아나톨리 하렐라몌브 - 바실리 오셰프코프(출처: 대한삼보연맹)
왼쪽부터 빅토르 스피리도노프 - 바실리 오셰프코프 - 아나톨리 하렐라몌브
(출처: 대한삼보연맹)

'바실리'는 과거 러시아제국 시절부터 첩보원으로서 일본에 머물며 첩보 활동을 했고, 유도의 창시자인 ‘가노 지고로’에게 유도를 배웠다.

당시 유도는 ‘스포츠’ 로써 다져진 안전한 유도가 아닌, 사무라이들이 상대를 죽이기 위한 무술이었고, 현재 러시아 특수부대 스페프나츠에서 수련 중인 삼보와 비슷한 양면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빅토르는 거대한 러시아대륙의 다양한 토착 무술에 일가견이 있었다.

 

삼보를 수련중인 옛 러시아 사람들 (출처: 대한삼보연맹)
삼보를 수련중인 옛 러시아 사람들 (출처: 대한삼보연맹)

 

1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 정부는 참호전에서 큰 피해를 본 군인들에게 전투력을 끌어올릴 방안을 모색하였고 바실리와 빅토르에게 무술체계를 고안 할 것을 지시했다.

기존 자신들이 익힌 무술에 무에타이와 복싱을 접목해 삼보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와중, 바실리가 일본에서 첩보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소련으로부터 일본의 간첩으로 의심받아 숙청을 당했으며, 1970년대 이들의 삼보 개발을 지켜보던 스포츠 연구원 ‘아나톨리 하렐라몌브’ 가 삼보개발을 이어받아 지금의 삼보를 탄생하게 됐다.

 

60억 분의 1의 사나이, 격투기 황제 효도르 (출처: 대한삼보연맹)
60억 분의 1의 사나이, 격투기 황제 효도르 (출처: 대한삼보연맹)

삼보와 유도, 레슬링의 차이점

삼보의 종류로는 넘기는 것과 팔 관절 압박만으로 항복을 받아내는 ‘스포츠 삼보’와 급소를 제외한 모든 공격이 가능하며 종합격투기와 유사한 ‘컴뱃 삼보’, 그리고 살상 목적으로 만든 군용무술 ‘코만도 삼보’가 있으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스포츠 삼보’ 와 ‘컴뱃 삼보’ 가 각각 나뉘어 경기를 치르게 된다.

삼보의 유니폼을 보면 바로 상의는 유도복, 하의는 레슬링복이라는 느낌이 들 것이다. 여기에 헤드기어와 오픈핑거 글러브를 끼게 되면 컴뱃 삼보의 유니폼이 된다. 

삼보와 유도, 레슬링의 차이점은 ‘하체 관절기’ 를 쓴다는 것이다. 유도와 주짓수, 레슬링에서는 하체 관절기가 위험하며 선수 생활에 지장을 주어 금지하고 있으나 삼보는 기술을 허용하고 있다. 

 

대한삼보연맹의 스포츠삼보, 컴뱃삼보 소개 (출처: 대한삼보연맹)
대한삼보연맹의 스포츠삼보, 컴뱃삼보 소개 (출처: 대한삼보연맹)

경기관람 포인트 – 스포츠 삼보 - 
유도처럼 깃을 잡고 싸우다가, 레슬링처럼 허리를 잡아 던지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하는 게 삼보만의 특징이다. 삼보의 태생이 ‘군용무술’ 로써 시작 되었기 때문에, 주짓수와 같이 천천히 유리한 포지션을 잡는 게 아닌 짧고 굵게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경기관람이 경기의 흐름이 루즈한게 아닌 빠르게 전개되어 흥미진진한 것 또한 특징. 


경기관람 포인트 – 컴뱃 삼보 - 
컴뱃삼보 같은 경우 타격을 한다고 점수가 주어지는 것이 아닌, 상대를 넘어트린 후 타격을 해야 점수가 주어 지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경기장의 원형 밖에 나가면 무조건 *스탠딩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며, 상대방의 공격에 넘어져서 *그라운드로 돌입할 경우 경기장 밖으로 굴러가서 다시 스탠딩으로 돌입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스탠딩:경기중 ‘선’ 상태에서의 포지션을 의미 (ex. 복싱, 무에타이, 유도의 메치기)
*그라운드:경기중 ‘바닥’ 에서의 포지션을 의미. (ex. 주짓수, 유도의 굳히기 )

 

안타까운 한국 국가대표의 출전무산  

대표선발전에 통과한 8명의 한국의 국가대표들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국가대표 선발권을 가진 대한체육회의 주장으로는 “대한삼보연맹의 준회원단체 가입 노력과 요건이 부족해 엔트리 접수가 못 되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 삼보연맹은 “국제삼보연맹(FIAS)을 통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출전 허가를 한다고 답신을 받았다”라고 했고, 거기에 대한체육회는 “타 종목과 형평성으로 추가 엔트리는 어렵다”라며 입장을 밝혀, 그대로 삼보국가대표 없이 대표팀 결단식을 치렀다. 


대한삼보연맹은 “자비로라도 갈 테니 대한체육회가 전향적으로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히며 서울 청와대 분수 앞에서 아시안게임 출전을 불허한 ‘대한체육회 규탄 집회’를 열었다. 


(데일리팝=배근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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